유흥업소 집단감염이 대구를 덮친 이 와중에… 권영진 시장 발언 놓고 누리꾼들 '뜨악'

2021-05-25 17:33

add remove print link

“미국의 백신 원조, 자화자찬할 일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
누리꾼들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니다” “대구나 잘 챙겨라” 지적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해 4월 7일 오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50일에 즈음한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해 4월 7일 오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50일에 즈음한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이 SNS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방역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유흥업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난리가 난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라면서 '당신 앞가림이나 잘하라'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우리가 어쩌다가 국군 장병 55만 명분의 백신을 미국으로부터 원조 받았다고 감읍해 하는 나라가 되었나? 개념 없는 정치야, 무능한 정부야, 비겁한 전문가들아! 이것은 자화자찬할 성과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란 글을 올렸다.

권영진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권영진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정부가 미국이 한국군 장병 55만명을 위해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을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로 꼽자 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이 권 시장 발언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자기 동네 단속부터 잘하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대구의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25일 현재까지 대구의 유흥업소 관련 확진자는 179명에 이른다.

더욱이 대구 감염자 상당수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25일 브리핑에서 “대구발 유흥업소 관련 감염 사례에서 표본을 취해 변이 여부를 확인한 결과 영국형 변이를 확인했다”며 “몇 명이 변이가 확인됐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했다.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는 비변이 바이러스보다 세포 침투율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들은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니다” “대구나 잘 챙기시오” “지금 대구 상황이 어떤지 자각은 하고 있는 건가” “먼저 자신부터 돌아보길” “내 지역 방역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정부 탓이라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권 시장 발언을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신천지발 코로나19 사태를 막지 못하고 쩔쩔 매는 모습을 전 국민이 다 봤다”라고 말했다. 신처지발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대구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끄집어낸 셈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권 시장은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예상대로 벌떼처럼 달려든다. 많이들 기분 나쁘신 모양이다. 봉창 두드리거나 비아냥거리지만 말고 내 말에 틀린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반박해 보세요.”

누리꾼들은 다시 권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 누리꾼은 “우선 대구 확진자 늘어나는 거에 신경을 좀 써달라. 지금 당신의 직책은 대구시장이다. 하루 종일 울리는 비상 메시지에 불안하기만 한데 대구시정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할 분이 뭐가 더 중요한지 모르는 것인가. 신천지발 코로나19 집단감염 같은 사태가 또 올까 걱정이 태산같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권 시장이 올린 글들이다.

<부끄러운 우리의 백신 자화상>

우리가 어쩌다가 국군 장병 55만 명분의 백신을 미국으로부터 원조 받았다고 감읍해 하는 나라가 되었나?

개념 없는 정치야, 무능한 정부야,

비겁한 전문가들아!

이것은 자화자찬할 성과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예상대로 벌때처럼 달려든다.

많이들 기분 나쁘신 모양이다.

봉창두드리거나 비아냥 거리지만 말고 내말에 틀린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반박해 보세요

<백신에 관한 한 아닌 건 아닌거다.>

나라를 지키는 군 장병들이 맞을 백신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우리 대통령이 미국까지 가서 얻어 오는 것이 자랑해야 할 일인가?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지.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방미 성과를 자랑하기에 급급하고, 야당 정치인 중에도 자기가 역할을 한 것처럼 공치사하는 분도 있다. 과거에 백신 접종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떠들던 전문가란 양반들도 방송에 나와서 앞뒤 다른 얘기를 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내 페이스북에 <부끄러운 우리의 백신 자화상>이라고 한마디 썼다. 조금만 더 부연하겠다.

미국의 태도도 불편하고 어이가 없다.

백신이 남아돌아서 여행객에게도 백신 맞혀주면서 동맹국 대통령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 고작 군 장병 55만 명 분이다. 그것도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반대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맙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백신 방역은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해 있다. 하나는 수급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적 불신이다.

두 가지 모두 정부의 책임이다.

백신 수급이 늦었고 부족한 것은 사실 아닌가.

그래서 1차 접종을 한동안 중단할 만큼 접종 전선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문제가 없이 잘되고 있다고만 한다. 국민은 납득할 수 없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과 거부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서 걱정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직하게 국민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부족한 것은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발전도 있고 국민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비판하는 사람을 몰아세우고 잘못이 없다고 우기거나 자화자찬만 한다고 사실이 달라지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은 불가능하지 않다. 가능하다. 더 앞당길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원래 미리 준비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지만 닥치면 해내는 놀라운 집중력이 있고, 우리나라 백신 접종 시스템은 세계 최고 아닌가.

관건은 역시 백신 수급과 국민적 신뢰다. 우리 모두 여기에 올인해야 한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