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 “직에 연연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 '그렇다면 옷 벗어라'

2022-06-23 16:57

add remove print link

윤 대통령, 사실상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물러나라' 압박
걷잡을 수 없는 파문에 휩싸여 경찰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이 국기를 문란하게 만들었다고 직격하면서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둔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퇴할 것이란 말이 돈다.

윤 대통령은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치안감 보직 내정 인사안 번복’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을 받자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한 것”이라며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며 경찰을 질타했다.

윤 대통령은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안부가 검토해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되고, 이것이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움직임을 둘러싼 비판엔 "경찰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더 요구되는 검사조직에도 검찰국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갈등 관계를 빚는 행안부에 힘을 실은 것.

김창룡 경찰청장이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김창룡 경찰청장이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이처럼 현직 대통령이 경찰을 유례 없는 어조로 비판하고 나서자 경찰 조직에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이 일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이 김 청장에게 사실상 거취를 표명하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는 얘기가 경찰조직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김 청장에게 거취를 표명하라고 한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을 굳이 부인하진 않는다. 뉴스1에 따르면 취재진이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 발언이 경찰 수장에게 책임을 지라는 것이란 말이 있다'는 취지로 묻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아침에 대통령이 길게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미 충분히 상세히 설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청장은 정부가 '경찰국 신설‘ 의사를 밝히자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정면 대응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행안부 장관의 고위직 인사 제청권을 실질화하는 등의 경찰 지휘·통제 방안을 권고하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비공개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해 강력 반발했다. 회의 후 경찰청은 “민주성・중립성・책임성이라는 경찰 제도의 기본 정신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며 권고안을 강력 비판하기까지 했다.

“내 허가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 매우 강경한 어조로 분노 표출 “치안감 인사 번복은 경찰의 국기문란 때문이다”
위키트리 | 세상을 깨우는 재미진 목소리

윤 대통령은 김 청장 행보를 매우 괘씸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김 청장 임기는 다음달 23일 끝난다. 임기가 고작 한 달밖에 남지 않는 김 청장에게 사실상 물러나라고 압박할 정도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