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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나이테(1) 2017.01.11 14:09 u_level장순현



"입술에 빨간 색 립밤 바른 사람 자수해!"

지난해 11월 부산의 한 중학교에선 다소 살벌한 풍경이 벌어졌다. 교사들의 '불시 외모 단속'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지시에 한 개 반 학생들이 모두 복도로 나가 일렬로 늘어섰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샅샅히 살폈다. 얼굴에 화장을 했는지, 입술에 밝은 색 립밤을 발랐는지 규정에 맞는 스타킹을 착용했는지 등을 확인해내기 위해서였다. 

화장 여부가 긴가민가할 때는 학생에게 직접 얼굴과 입술을 닦아내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휴지에 색이 묻어나면 곧바로 체벌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 학교는 같은 해 9월엔 한 학년 학생들을 학교 강당에 모두 몰아넣고 이 같은 불시 외모 단속을 벌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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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지난 2010년 처음 학생인권조례(이하 학생조례)를 제정해 선포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 일부 학교의 학생인권 인식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학생들의 '멋 부림'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려는 학교와 개성을 표현하려는 학생의 입장이 첨예하고 부딪힌다.

서울시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학생인권교육센터가 발표한 '월별 유형별 권리구제 접수 현황'에 따르면 '개성' 유형 권리구제 요청 건수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성 유형 구제 신청'이란, 학생이 "우리 학교가 나의 외모나 복장을 부당하게 규제했으니 교육청이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는 의미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3년, 2014년에 조사된 개성 유형 접수 건수는 각각 30건, 11건으로 총 26 가지 구제 유형 중 1위 ('기타 유형' 제외)를 차지했다. 2015년 조사에서는 30건으로 2위였으며 2016년에는 14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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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교사들은 무엇을 근거로 '외모 단속'을 하는 걸까? 틴트를 바르고 떳떳하게 학교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외모 규제'에 대한 궁금증과 해답을 이해하기 쉽게 1문 1답으로 정리해 봤다.


1. 학생은 멋 부리면 안 되나요?

원칙적으로 '안 될 것'은 없다. 일선 학교에서 행하는 외모 규제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공식 조항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 업무를 총괄하는 교육부를 비롯해 각 급 교육청에서도 구체적인 학생 외모 규제 지침을 두지 않고 있다. 

서울 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지도규정 등은 교육법 등 상위 규정을 참고해 일선 교사들이 학부모, 학생들과 합의해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즉 학생 외모 단속은 공식적인 법률에 근거했다기보다는 "교사는 학생 외모를 규제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와 학부모의 요구로 만들어진 일종의'불문율'인 셈이다.





2. 그럼 학칙에 "빨간색 립밤을 바르면 안 된다"고 써있으면 바르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다. 학칙 위반이다. 교칙은 학교와 학생이 함께 만든 '약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19조에 따르면 "2항 학생 또는 학생자치조직은 학칙 등 학교 규정의 제개정안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4항)(학칙을 바꿀 때)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때에는 반드시 전체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학내 공청회를 거쳐 그 결과를 반영하여야 한다"고 정해두고 있다. 

쉽게 말해, 학생들이 학교에 "부당한 교칙 바꿔주세요!"라고 요구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가 "선크림은 되지만 비비크림은 안 돼" 등 학생에게 불리한 교칙을 정하려면 전체 학생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3. 선생님들이 가방 검사도 하시고 심하면 막 뒤져서 틴트 고데기 이런 거 막 가져가세요! .

조례 위반이다. 서울, 경기도 등 학생조례에는 "교직원은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 있다.

즉 학생 주머니나 가방을 마음대로 뒤져도 안 되고 그냥 빼앗아 가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에 따르면 "구체적인 상담 내용은 비밀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지만, 학생 물건을 압수해 그대로 폐기하거나 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한 신고가 많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한 학생은 "빗이나 화장품을 빼앗아 학기 끝날 때 주신다고 하거나, 졸업할 때 주신다고 하며 실제로는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선생님과 친한 학생들이 가서 떼쓰면 돌려주는 경우를 봤는데 기준이 뭔가 싶어 황당했다"고 했다" 



  



4. 학생조례 그거 별 거 없잖아요. 제가 교육청에 신고했는데도 별 일 없었는데요?

학생 조례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학생인권옹호관'의 힘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학생인권옹호관이 조례를 지키지 않은 학교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권고 조치'다. 권고를 받은 학교는 이행 계획서를 작성해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행 계획서는 일종의 '학교가 쓰는 반성문'인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측에 따르면 "지적받은 학교가 제출한 이행 계획대로 시행하지 않거나, 이행 계획서 제출을 거부해도 실질적인 행정 규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반론도 있다. 한 서울 지역 중학교 교사는 "단위 학교 입장에서 교육청이나 인권위원회 등에서 내리는 권고는 엄청난 부담이다. 권고 내용대로 따르지 않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학생인권옹호관이 접수된 신고 내용을 자세하게 조사하기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학생의 일방적인 신고 내용이 조사 결과에 반영이 많이되고, 학교는 충분한 해명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5. 그럼 어떡해요? 우린 계속 화장도 못하고 부당하다고 말도 못해요?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학칙 컨설팅팀'을 운영해 올해 안에 학생 조례에 어긋나는 학칙을 모두 바로 잡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교육청 측은 "관할 내 학교나 학생의 요청이 있으면 컨설팅팀을 파견해 해당 학교 학칙을 살펴 본 후 학생 조례에 어긋나는 학칙은 수정토록 할 방침"이라며 "일선 학교장님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학생들이 직접 학칙을 적극적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중학교 교사는 "우리는 '동네북'이다. 교사들은 이미 정해진 규정을 집행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런데도 직접 학생들과 부딪히는 역할을 맡다보니 온갖 욕을 먹는다. 교육청의 지적을 받는 것도 우리고 학부모의 항의를 받는 것도 우리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학생들이 학생회나 자치회를 꾸려 생활 규정을 바꾸도록 적극적으로 건의하면 학교 측에서도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지도할 수 있는 기준을 학생들이 나서 명확하게 정해주면 교사들의 부담도 줄어든다"고 했다.  

     

        

6. 우리가 규정을 바꾼다고요? 그거 그냥 어른들이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경기도 서울 등 학생 조례를 먼저 시작한 지역은 "학교 학생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학생 생활 규정 등을 정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례가 없는 다른 지역도 학생회를 이용해 각종 규정을 직접 변경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 

인천 지역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나서 규정을 바꾸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배우는 과정이다. 학생들이 나서면 오히려 일이 쉽게 풀린다. 학우와 학부모들을 설득해서 합의를 도출해내고, 이를 학칙에 반영하면 학생들이 꾸미고 싶은 만큼 외모를 꾸밀 수 있다"며 

"교사 입장에서는 외모 규제를 풀어주고 싶어도 풀어줄 수 없는 입장의 한계가 있다. 조금만 느슨하게 학생지도를 하면 곧바로 학부모회 등에서 압력이 들어온다. 뜻 있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생 전체에 설문 조사를 하면 '학생 규정 현행 유지'의견도 무시못할 수준으로 접수된다. 교사는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목 마른 사람'인 학생이 우물을 파는 것이 제일 빠르고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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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학생인권단체 아수나로가 조사한 '서울 지역 여학생 용의 복장 규제 사례 모음'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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