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문회 두려워 공직 마다할까봐 걱정"

2013-01-3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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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현 국회 인사청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새누리당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이날 낮 시내의 `안가'에서 새누리당 소속 강원지역 의원 8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여당 간사를 맡은 권성동 의원은 불참했다.

박 당선인의 안가 이용은 당선 후 처음이다. 지난 23일 당ㆍ원내지도부와의 오찬을 시내 일반 식당에서 갖는 바람에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끼쳤던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의 노고를 위로하는 성격의 이날 오찬에서 박 당선인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긴 전날 김용준 총리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김 후보자가 직접 거명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용준이라는 이름은 안 나왔다"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담소했으며 강원도 지역 현안에 대한 얘기가 거의 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대화 도중 인사청문회가 화제에 오르자 비판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석자가 "예수도 인사청문회에 가면 문제가 될 것", "경찰ㆍ검찰에서 범죄인을 뒤져도 이런 식으로는 안 뒤진다"라고 농을 던졌으며 "인사청문회 제도가 죄인 심문하듯 몰아붙이기 식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자 박 당선인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미국은 그런 게 잘 지켜지고 있어 인사청문회를 더 효과적으로 하는 게 아니냐"면서 "후보자의 정책검증은 공개적으로 국민 앞에서 철저히 하되 사생활 부분이나 후보자의 인격은 지켜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당선인은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일할 능력에 맞춰져야 하는데 조금 잘못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후보자에 대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하며 가족까지 검증하는데 이러면 좋은 인재들이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맡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은 언론에서 자신이 '밀실인사'를 한다고 지적하지만 두세명의 후보를 내놓으면 언론이 그들에 대해 '신상털기'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 전 후보자도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사퇴의 변'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돼 인사청문회가 원래의 입법취지대로 운영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인사청문회에 대한 발언 대부분은 의원들이 한 이야기이고 박 당선인은 `그래서 인재들이 공직을 마다할까봐 걱정이다'라고만 공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당선인은 이날 강원을 시작으로 지역별로 의원들을 만나 오찬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국회를 존중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 당선인은 31일 오후 전국 17개 시ㆍ도지사와 간담회를 갖고 지역 균형발전,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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