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 "원더걸스 시절 혼란, 맨발의 소녀로 재도전"

2013-08-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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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지난 2010년 1월 원더걸스 선미(21)의 팀 활동 중단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0년 1월 원더걸스 선미(21)의 팀 활동 중단은 팬들에게 충격이었다.

2007년 데뷔한 원더걸스가 '텔 미(Tell Me)', '소 핫(So Hot)', '노바디(Nobody)'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고, 2009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이 그해 10월 '노바디'로 국내 가수로는 처음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76위)에 진입하는 등 인기의 정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팀에서 소희와 함께 막내로 사랑받던 선미의 선택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침묵하던 선미가 3년 7개월의 공백을 깨고 솔로 가수로 컴백한다.


그는 오는 26일 박진영이 작사·작곡한 첫 솔로 싱글 '24시간이 모자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솔로 댄스 여가수를 선보이는 건 2000년 박지윤의 '성인식' 이후 13년 만이다.


최근 을지로에서 인터뷰한 선미는 약속 시간보다 20분가량 늦게 나타났다. 상큼한 핑크빛 단발머리에 딱 붙는 원피스를 입은 그는 10대의 풋풋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있었다.


"오랜만에 그것도 홀로 인터뷰를 하려니 너무 부담되고 긴장돼서 우황청심환을 사먹고 오느라 늦었어요."


돌이켜보면 과거 원더걸스 시절 때도 선예와 예은이 늘 인터뷰를 이끌었고, 선미는 수줍음이 많았다. '노바디'로 빌보드 76위에 오른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답변하던 도중 눈물을 쏟을 정도로 여린 구석이 많았다.


선미는 "지금도 어리지만, 당시 열일곱 살이었는데 모든 게 벅찼다"며 "미국에서 말도 안 통하는데 우리에게 큰 관심이 쏠리니 부응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곳에서 멤버들과 버스를 타고 미국 투어를 다닌 힘든 기억, 빌보드에 오른 벅찬 감격이 한꺼번에 밀려와 기자회견에서 눈물이 터졌다"고 웃어보였다.


팀 활동을 중단한 결정적인 이유도 이 대목이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원더걸스란 타이틀을 달고 3년간 쉴 틈 없이 달리다 보니 많은 게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어느 날부터 초심이 무뎌지고 점점 기계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건 같았어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르던 무대에 대한 감정이 무뎌진 거죠. 공연을 봐주는 팬들에게 죄송하고 겸손함을 잃어가는 느낌에 혼란스러웠어요."


이후 2011년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한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다시 청담동 JYP 연습실로 돌아갔다. 데뷔 전 연습생 생활이 1년에 불과했고 원더걸스 시절에도 보컬과 춤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며 가수로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기회라고 여겼다.


그는 "보컬 연습도 많이 했고 춤도 다양하게 배웠다"며 "연기와 일본어, 영어 등 언어까지 수업받으며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실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연습의 결과물을 JYP 연습생들이 사용하는 웹하드에 꾸준히 올렸고 발전하는 선미를 본 박진영 프로듀서가 그의 솔로 데뷔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박진영 PD가 솔로 제안을 했고 올해 3월에 곡이 나왔어요. 그러고는 '너만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내주겠다'고 말씀하셨죠. 지난 7월 제 영상을 보더니 이제 내도 될 것 같다고 하셨죠."


박진영은 '성인식'의 2013년 버전으로 콘셉트를 잡고 선미의 노래, 춤, 뮤직비디오, 스타일링까지 진두지휘 했다.


'24시간이 모자라'는 사랑하는 남자를 통해 감각적인 사랑에 눈을 뜬 여자의 마음을 담은 댄스곡. 녹음 내내 박진영에게 많이 혼났지만 9번 부르고 마칠 정도로 칭찬도 받았다.


첫 사랑의 감정을 노래에 담아야 했던 선미는 "녹음 때 감정이 안 잡혀 박진영 PD가 녹음실에 불을 꺼주고 집중하라고 했다"며 "아직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 박진영 PD가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이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해줬는데 난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많이 알았다면 표현이 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었다.


이 곡은 '성인식'처럼 소녀에서 여자가 돼가는 과정을 담은 공통점은 있지만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라던 13년 전 박지윤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성인식' 뮤직비디오를 찾아봤다는 선미는 "박지윤 선배의 안무와 의상, 메이크업이 더 화려하고 파격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진영 PD는 열아홉 살 소녀의 이미지를 주문했어요. 뮤직비디오에서도 속눈썹을 안 붙이는 등 화장을 거의 안 했고 야한 표정도 못 짓게 했죠. 몸에 붙는 '보디 수트' 의상을 입지만 힐을 신으면 성숙한 느낌이 들 것 같아 맨발로 무대에 오를 계획입니다."


이날 보여준 안무 영상은 포인트 동작이 꽤 있다. 키 164㎝의 선미가 맨발로 춤을 추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동작, 댄서들과 일렬로 서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의 손동작은 인상적이다. 곡 중간 탱고 리듬으로 전환되는 부분에선 남성 댄서의 무릎 위에 올라가는 현대 무용 요소도 집어넣었다.


선미는 "원더걸스 예은, 유빈 언니들이 안무에 현대 무용 요소를 넣자고 박진영 PD에게 전화할 정도로 관심을 가져줬다"며 "뮤직비디오 중간 메이크업이 세게 바뀌는데 순수한 소녀가 사랑의 감정에 눈을 떴다는 의미로 유빈 언니의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다시 신인으로 돌아갔다는 선미는 그토록 가수를 꿈꾸던 시절을 돌이켜봤다고 했다. 그는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경북 경주에서 살다가 보아에 반해 가수의 꿈을 키웠다. 열세 살 때 서울로 올라와 오디션을 보는 무모함도 있었다.


"보아 선배의 일본 앨범까지 사서 가사를 외울 정도였죠.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여겼는데 서울에 와 연습생이 되니 제가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고요. 그때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지금도 겪고 배워야 할 게 많지만요."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부담은 꽤 큰 듯 보였다. 공백기 동안 달라진 가요계 환경도 낯설다. '텔 미' 이후 본격적인 아이돌 그룹 시대가 도래했기에 지금은 수많은 그룹으로 북새통인 시장.


"미국에 있던 1년 사이에도 걸그룹들이 많이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은 더 많은 그룹이 있으니 방송국에서 선배로 불리면 어색할 것 같아요. 겉모습만 바뀐 게 아니라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또 그 사이 원더걸스 선예는 결혼을 했고 출산을 앞뒀다.


그는 "이렇게 빨리 이모가 될지 몰랐다"고 웃은 뒤 "멤버들이 받아들이긴 어려웠지만 선예 언니가 인생에서 가정과 봉사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니 응원하고 있다. 한 달 전 선예 언니가 캐나다서 들어왔을 때 함께 식사했는데 언니 배를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모이면 옛날 얘기를 하는데 미국 투어 때 발품 팔며 고생했던 게 가장 큰 추억"이라고 설명했다.


선미는 당시 팀 탈퇴를 선언한 건 아니었기에 향후 원더걸스 멤버로 다시 활동할 여지도 있다. 그에게 원더걸스란.


"꿈꾸던 모든 걸 이뤄줬죠. 멤버들과도 일뿐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어요. 활동 중단이었기에 앞으로 다시 함께 할 가능성도 열려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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