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자매의 표절'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2013-12-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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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MBC '최고의 사랑' 홈페이지]지난 2011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이미지=MBC '최고의 사랑' 홈페이지]

지난 2011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뒤늦은 표절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소설가 아게하는 지난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나는 '홍자매의 표절'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오늘은 지난 2011년에 저에게 있었던 어떤 '사건'을 말씀드리고자 이렇게 앉았다"며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자신의 소설 '민트'를 표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게하의 소설 '민트'는 지난 2007년 11월, 인터넷 상에서 연재를 시작해 2008년 5월 26일 로망띠끄의 'e-BOOK'으로 출판됐다가, 2009년 7월 종이책으로 출간됐는데요.

그는 '최고의 사랑'이 자신의 소설 '민트'를 표절한 이유에 대해 남자 주인공의 유사성과 여자 주인공의 유사성, 여자 조연과 남자 조연의 유사성, 주연들은 주연들끼리 조연들은 조연들끼리 이어지는 작품 결말 등 네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아게하는 뒤늦게 이같은 주장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결론만 말씀드리면, 제가 입을 닫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당시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또 심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상황이라 모든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캐릭터 도용, 줄거리 표절 인정하시고, 공식적인 사과를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무명이든 유명이든, 그 어떤 다른 작가님들에게도 이런 짓하지 말라. 당신들이 한 행동은 정신적인 살인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홍자매'는 홍정은, 홍미란 작가로 S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주군의 태양', MBC '환상의 커플' 등을 집필한 인기 작가입니다.

다음은 아게하가 남긴 글 전문입니다.

"나는 '홍자매의 표절'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序. 하 수상한 시절, 안녕들하십니까.

저는 로맨스 장르의 소설을 쓰는 아게하라고 합니다. (최근작은 '스팅'입니다.)

최근, 모 사건을 지켜보며 안녕하지 못했던 1人이기도 합니다.

'클리셰'와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글자를 볼 때마다 마음 어딘가에서 차가운 분노가 끓어오르더군요.

물론 그 분노 덕분에, 이렇게 용기를 내게 됐으니 많은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은 지난 2011년에 저에게 있었던 어떤 "사건"을 말씀드리고자 이렇게 앉았습니다.

2011년 봄은 개인적으로 참 잔혹했습니다. 4월 8일에 부친상을 당했고, 4월 30일엔 조모상까지 치렀습니다.

온몸이 가루가 될 것처럼 고통스러웠던 5월 어느 날, TV에 '독고 진'이라는 사람이 나오더군요.

여러분들이 아시는 바로 그 '독고 진'이요. 홍자매 작가의 <최고의 사랑> 남자 주연 캐릭터의 이름이었죠.

사건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독고 진'은 말이죠.

지난 2007년, 제가 '로망띠끄(카멜리아방)'를 비롯한 다음 카페 '연소창'에 <민트>라는 소설을 연재하면서 등장시킨 캐릭터였습니다. 이 소설은 2007년 11월부터 인터넷 상에서 연재되었으며, 2008년 5월 26일에 로망띠끄의 ‘e-BOOK’으로 출판됐다가, 2009년 7월에 약간의 수정을 거쳐 종이책(발해출판사)으로 출간한 글입니다.

<민트>는 연재도, 이북 출간도, 종이책 출간도 모두 <최고의 사랑>보다 시기상 앞섭니다.

포털 검색창으로 살펴보셔도 됩니다.

자, 그렇다면 '독고 진'이라는 이름만 같을까요?

Ⅰ. 홍자매의 드라마 <최고의 사랑>과 아게하의 소설 <민트>

- 캐릭터와 사건진행의 유사성

1. 남자 주인공의 유사성 - "독고 진" (캐릭터 이름부터 똑같습니다.)

아게하 소설 <민트- 이하 ‘민트’> 남자 주인공 ‘독고 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추리소설 작가이자 사랑받는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쓰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람이고, 유명한 감독들에게 시나리오 작업을 의뢰받는 사람이죠.

그렇게 글재주는 뛰어난 남자이지만 어려서부터 심장이 안 좋아, 10년에서 15년마다 심장판막 이식 수술을 받으며 삽니다. 덕분에 폐쇄적이고 독선적이며 안하무인에 괴팍한 성격을 자랑하지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막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극중 별명은 ‘도꼬도꼬’입니다.

홍자매의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사’>에서 차승원 씨가 연기한 ‘독고 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고 사랑받는 배우이지요. 그 또한 괴팍한 성격을 자랑합니다. 드라마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극중 독고진이 인공심장 수술을 하는 것이 아주 큰 사건이었지요. 극중 별명은 ‘똥꼬진’이죠.

이것을 단순한 클리셰, 장르적 유사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남자 캐릭터는 그 계통만 다를 뿐이지 사회적 지위는 아주 흡사하며, 신체적 아픔, 성격적 유사성 뿐 아니라 이름 석 자가 완전히 똑같습니다. 김이박 성씨가 대한민국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독고 진’이라는 이름이 ‘김철수’와 ‘이영희’처럼 흔한 이름일까요?

결론적으로, 소설 민트의 ‘출판계’에서 드라마 최고사의 ‘연예계’로 설정만 바뀐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2. 여자 주인공의 유사성

‘민트’의 여주인공 ‘강래경’은 왕년에 천재 소리를 듣던 만화작가였지만 친구의 질투로 인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다가 선망하던 최고의 작가 ‘독고 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기사회생하게 됩니다. 별명은 ‘거지 깡깽이’입니다.

‘최고사’에서 공효진 씨가 연기한 여주인공 '구애정'은 왕년에 잘 나가는 아이돌이었지만 친구이자 멤버였던 캐릭터의 질투로 인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다 톱배우 ‘독고 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기사회생하지요. 별명은 ‘발목녀’와 ‘난동녀’입니다.

3. 여자 조연과 남자 조연의 유사성

‘민트’에서 여자 주인공 강래경의 친구인 조연 ‘신소영’은 자신이 사랑하는 ‘진승하’가 래경을 사랑하고 또한 래경이 만화에 대한 천부적 재능으로 유명세를 타자, 그것을 질투해 그녀가 쓴 스토리를 자신이 쓴 것으로 우겨서 강래경을 세간에 표절 작가로 낙인찍어 버립니다.

‘최고사’에서 여자 주인공 구애정의 친구인 조연 ‘강세리’는 아이돌 시절에 인기를 끌지 못하자, 멤버였던 구애정을 ‘비호감’으로 세간에 낙인 찍어버리고 자신은 그 후로 승승장구하죠.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윤태주’가 구애정을 사랑하는 것을 못마땅해합니다.

4. 결국 <민트>도 <최고사>도 주연들은 주연들끼리 조연들은 조연들끼리 이어지며 작품은 마무리됩니다.

Ⅱ.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나? 왜 지금 이야기하는가?

결론만 말씀드리면, 제가 입을 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또 심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상황이라 모든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어요.

한 달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자식마저, 부잣집에서 납치해 가서 기르는 걸 보게 된 심정이랄까요? 저한테 있을 때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내가 해줄 수 없는 온갖 혜택들을 받는 그 자식을 보며, 그 아이는 내 아이니 내놓으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부모는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솔로몬의 심판에서 친어머니도 그랬지요. 아이를 반으로 가르라니 내 아이가 아니어도 좋으니, 그저 아이를 살려만 달라고.

지난 몇 년 간,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선 아예 귀를 닫고 마음을 닫고 살았습니다.

그래야 자살하지 않고 살겠더라구요.

애초에 <민트>는 제가 큰 돈 벌려고 쓴 작품도 아니었고,

취미로 연재하다 우연히 출간 계약을 하게 되어 종이책이 된 작품입니다.

또한, 장르 소설 시장은 드라마 시장에 비하면 규모부터 비교조차 되지 않기에,

제 글을 재밌게 읽어주신 (상대적)소수 독자님들만 알아주면 된다며 달랬고,

그 분들 믿음 덕에 지금껏 버텼습니다.

저는 지금 현재에도, 모 작가님 논란을 보면서

'최고의 사랑' 방영 당시 얘기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좀더 빨리 얘기할 걸 그랬다는 후회도 듭니다.

그 당시엔 제가 아끼고 사랑했던 캐릭터의 이름 석 자가 진흙탕 싸움에 엮이는 것이 싫고, 드라마를 사랑하는 대중들의 원망 어린 시선이 저에게 돌아올까 두려워서 참았지만, 한편으론 제가 이런 명명백백한 증거를 들고도 제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기에, 계속해서 드라마계의 폭력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Ⅲ.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입을 닫고 귀를 막았던 저는 여전히 타인들의 표절 시비만 보아도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저는 여전히 홍자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고, 그 안녕하지 못한 상태를 벗어나고자 이 글을 씁니다. 설령, 드라마 팬이셨던 누군가가 상처받더라도 진실을 말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저는 지금 '반면교사'를 만들려는 중입니다.

대한민국 드라마 작가님들 "이러면 안 됩니다!"를 말하려구요.

대한민국에선 상업적 우위에 있는 사람들은 해선 안 되는 짓을 저질러 놓고도 절대로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습니다.

홍정은 홍미란 자매는 이전에도, 황미나 작가님, 김은정 작가님과 표절 시비가 있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표절이나 도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신 적이 없었죠. 사과하신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회당 3500만원에서 4000만원을 받으신다는 홍정은 홍미란 자매님,

'독고 진' 캐릭터 히트시키시고, '최고의 사랑'으로 그해 연말 연기대상에서 작가상 받으신 거 잘 봤습니다. 원고료는 5억 이상이셨을 텐데, 그것도 모자라 '최고의 사랑'으로 '독고 진' 등장하는 종이책까지 내셨더군요. 게다가 다음 해 문화부장관 표창까지 받으셨죠.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캐릭터 도용, 줄거리 표절 인정하시고,

공식적인 사과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무명이든 유명이든, 그 어떤 다른 작가님들에게도 이런 짓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한 행동은 정신적인 살인행위입니다.

사과하시고 보상하시고 그렇게 평생, 부끄러운 줄 알고 사십시오.

저는 그거면 됩니다.

p.s - '독고 진'을 사랑해주시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주셔 감사합니다.

긴 글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