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물맛도 달게 만든다"

2014-01-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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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달콤한 사랑"이라는 것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며 사랑은 실제로 감각

[사진=연합뉴스]

"달콤한 사랑"이라는 것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며 사랑은 실제로 감각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 과학자들은 대학생 197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사랑에 관한 한 '체화(體化)된 은유', 또는 '언어적 미사여구'가 단순한 표현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이모션(Emotion) 저널에 발표했다.

그러나 흔히 "쓰디 쓴" 것으로 표현되는 질투심은 예상과 달리 감각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감정을 신체 증상과 관련시켜 말하는데 이를테면 지독한 외로움을 "뼈가 시리다"고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책은 더 무겁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실제 실험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도록 유도된 사람들은 비교 그룹에 비해 방안의 온도를 더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기존 연구 결과의 범위를 더 확대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감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들은 또 질투의 감정을 표현하는 '츠쿠'(吃苦)라는 중국어가 "쓴 것을 먹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독일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는데 주목해 질투가 감각에 미치는 영향도 추적했다.

연구진은 싱가포르 국립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사랑은 달콤하다" "질투는 쓰다"라는 은유법을 알고 있는지 확인한 뒤 세 차례의 실험을 실시했다.

1, 2차 실험에서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낭만적 사랑이나 질투의 경험, 또는 중립적인 주제에 관한 글을 쓰도록 한 뒤 새콤달콤한 사탕 또는 달콤쌉쌀한 초콜릿의 맛을 보게 했다.

사탕에는 쓴맛-단맛과 쓴맛-신맛 배합이 같은 비율로 섞여 있었지만 맛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맛을 보아야만 했다.

사탕 맛 시험 후 197명의 학생은 단맛과 쓴맛, 신맛을 평가했는데 사랑에 관한 글을 쓴 학생들은 질투나 중립적 주제에 관한 글을 쓴 학생들보다 사탕을 더 달게 평가했다.

그러나 질투에 관한 글을 쓴 학생들은 쓴맛을 평가하는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같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이번에는 93명의 새로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탕 대신 정수기 물의 맛을 보도록 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이 물이 새로 나온 음료라면서 단맛과 쓴맛, 신맛을 평가하도록 주문했다.

그 결과 이번에도 역시 사랑은 실제로는 아무 맛도 없는 맹물에 단맛이 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투는 학생들이 느끼는 물맛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실험 결과가 두 가지 이유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첫째, 사랑을 생각할 때 물맛조차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은 감정이 혀의 미각수용체에 작용해 당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물속에는 설탕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의 영향은 뇌의 미각정보 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질투가 미각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사람의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언어만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은유는 그보다 더 깊은 영역까지 파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체화된 은유'는 아주 많은 경험 후에야 발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아기들이 단맛이 나는 모유나 분유를 먹으면서 삶을 시작하고 맛과 어머니의 사랑을 관련짓도록 학습하기 때문에 사랑과 단맛의 감각 사이의 관련성은 유아기에 형성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부모의 체온이 친밀함·수용과 관련지어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홀로 있다는 것이 춥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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