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도 손 못 대는 '무소불위' 전남대병원장 인사

2014-07-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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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전경 / 이하 사진=연합뉴스]지난 9개월 간 계속된 전남대학교병원장 공석사태가

[전남대병원 전경 / 이하 사진=연합뉴스]

지난 9개월 간 계속된 전남대학교병원장 공석사태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전남대병원 이사회를 장악한 전남대 측의 ‘몽니’에 교육부조차 손을 못 쓰는 초유의 상황이 빚어졌다.

국립대학 병원장 임명권자는 교육부장관이다. 그러나 전남대는 이미 교육부가 내린 '이사회가 윤택림 빛고을전남대병원장을 차기 원장으로 선출한 것은 적법하다'라는 유권해석조차 거부한 상태다.

'오기 끝판왕'이라는 등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지만, 전남대 지병문 총장은 아랑곳 없다. 이사회 의결내용조차 백지화하려는 전남대측에 맞서 윤 원장측은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핵심 "이사회 의결, 유효한가?"

[지난 2월25일 전남대학교병원장으로 선출된 윤택림 빛고을전남대병원장(사진 중앙). 전남대 지병문 총장이 당시 이사회 제적수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아직까지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이사회는 지난 2월25일 병원장 공모에 등록한 후보 7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2차 투표를 통해 윤택림(56·정형외과) 빛고을전남대병원장을 1순위 후보로 선출했다.

당시 윤 후보는 이사 9명 중 5표, 2순위에 추천된 류종선(58·소화기내과) 전남대 부총장은 4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 총장은 윤 후보가 과반 득표를 확보하지 못해 의결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안건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 의과대학장을 제외한 ‘9명’을 재적수로 윤 후보가 과반 득표를 했다고 봤지만, 지 총장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이사까지 10명을 재적수로 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윤 후보가 과반인 6표를 득표하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윤 후보의 과반 득표수 인정 여부를 놓고 이사회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교육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병원측의 질의에 대해 교육부는 "2월 25일 이사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당시 이사회의 병원장 임명후보자 추천 안건 의결 절차는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지난 10일 회신했다.

교육부는 논란이 된 의결정족수(과반)와 관련,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는 않았더라도 2차 투표에 걸쳐 1, 2순위자를 임명 후보자로 선정했고 참석 이사 9인 전원이 의결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 것이다. 또 이날 교육부는 임용후보자 추천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전남대병원 이사회에 요구했다.

교육부 유권해석도 무시한 전남대 총장

[전남대 지병문 총장. 지 총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으로 교육부가 내린 '당시 이사회 안건 절차는 적법했다'는 유권해석에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

교육부의 최근 회신과 관련해 지 총장은 지난 14일 "교육부가 질의하지도 않은 내용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이사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며 사실상 수용불가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지 총장의 이런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 총장은 지난해에도 화순전남대학교병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 자신의 출신 고등학교인 광주일고 동창을 임명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구성원과 갈등을 빚어 9개월 가까운 병원장 공석사태를 일으킨 끝에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병원 안팎에서는 윤택림 빛고을전남대병원장을 지 총장이 지지한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추천절차를 가로막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지난 2012년 10월 총장 선거에서 윤 원장과 맞붙어 치열한 신경전 끝에 지 총장이 승리한 것이 두 사람 간 '악연'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윤 원장은 지 총장 자신의 모교인 광주일고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결정적 거부 이유라는 후문까지 떠돌고 있다.

문제는 지 총장이 사립대가 아니라 국립대인 전남대 총장이라는 사실이다.

지 총장은 사실상 마지막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이다. 국립대 총장의 최종 임명권자는 교육부장관임에도 불구하고 지총장이 인사와 결재권을 앞세워 교육부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전남대와 전남대병원에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전남대병원은 지난 3월 27일 진료처장이 병원장을 대신하는 대행체제에 들어가면서 100일 이상 병원장 공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8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윤 후보의 회계집행 적법성에 대한 감사청구가 거론되는 등 묵은 감정싸움으로 격화되는 볼썽 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 때문에 대학과 병원 고위층간 자리다툼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 병원장 공석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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