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vs 찬성 맞장시위 '용산 장외발매소'...출구는?

2014-08-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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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용산지사 / 이하 사진ㆍ그래픽 = 위키트리] 반대 측 “교육ㆍ생활환경 저해…

[한국마사회 용산지사 / 이하 사진ㆍ그래픽 = 위키트리]

반대 측 “교육ㆍ생활환경 저해… 폐점만이 해법”

찬성 측 “현행 법 무시, 업무집행 방해... 용인 못해”

[경제산업팀 이동훈-김승일-임재랑] =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가 낸 '용산 장외발매소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한 치 양보 없이 맞서 온 용산발매소 논란 와중에 일단 마사회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는 어느 일방의 주장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는 반대 시위자들의 무리한 접근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이 결정은 이미 정부가 허가한 시설에 대한 행정 신뢰를 확고히 한 데 큰 의미가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판결은 앞으로 양측이 주장이나 행동보다는 대화나 타협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대안 없는 대결로 치닫고 있다.

용산발매소 운영 반대론 측은 발매소로 인해 인근 성심여중고 학습 분위기와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나빠질 것이라 주장한다. 발매소 폐점만이 대안이란 게 이들의 요구다. 일부 용산지역 주민과 성심여중고가 반대론의 주축이다. 여기에 일부 교육계 인사들을 포함한 참여연대와 전교조 회원 등 진보단체, 진보 정치계가 가세해 이를 지지하고 있다.

“지역 상권 도움된다”... 찬성론도 만만찮아

반대 측에서는 200미터로 정한 현행 마권 장외발매소와 학교 간의 거리제한 규정을 250미터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또한 장외발매소 폐점 후 건물을 도서관 등 문화시설로 전환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최근 들어 찬성론도 만만찮게 힘을 얻고 있다. 사업주체인 마사회에 힘을 보탠 건 용산지역 상인 등 일부 주민들이다. 지지자들은 발매소가 법률적 문제가 없는 합법적 시설이며, 오히려 지역상권에 도움이 되고, 교육 및 생활환경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는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반대 주민들이 경마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미 용산지사 건물의 일부를 주민 문화복지 시설로 제공할 계획인데도 건물 전체를 도서관으로 바꾸라는 요구는 사리에 맞지 않는 억지라는 게 마사회측 입장이다.

과연 용산 장외발매소 논란의 출구는 없는 걸까. 이에 법원과 학계, 갈등관리 전문가, 정치계 등에서 대두된 다양한 해석과 견해를 들어 봤다.

[지난달 30일 용산 마권 장외발매소 앞에서는 용산 장외발매소 개점 반대와 찬성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정치권 “사감위 통해 규제 강화해야”

전문가 “국민대통합위가 나설 때”

정치권에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 마사회의 장외발매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박범계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국민연합 의원들과 시민단체 도박규제네트워크가 ‘정부와 마사회의 장외발매소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학계 전문가들의 입장은 정치계와 온도차가 크다.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마산업의 구조적 개선과 경마중독 예방활동 강화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정치인, 시민단체 등 제3자의 개입이 오히려 갈등 해결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를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정정화 교수는 경향신문 기고문에서 "마사회와 반대주민 측의 동의로 조정절차가 개시되면 양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인 조정안을 확보하는 것이 합의도출의 관건"이라면서 "이를 위해 국민대통합위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복수의 조정안을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주민투표 시행(박영선 의원), 사행시설 입점 시 교육영향평가 법제화(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용산 장외발매소...‘이해 갈등’ 아니라 ‘감정 갈등’

용산발매소를 둘러싼 찬-반 갈등,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위키트리가 국내 갈등관리 분야 전문 컨설턴트인 한국갈등관리본부(KCMG) 박일준 대표로부터 해결방법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박 대표는 "용산 장외발매소 논란을 '이해(Interest)갈등'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 "겉으로 보기엔 찬반 양측이 '이해'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 본질엔 '감정(Emotion)갈등'의 문제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반대론자들은 학부모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현실에 나타난 폐해가 아니라, 미래에 나타날 지 모르는 '불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은 '불신'이라는 요소"라면서 "마사회가 이 갈등국면을 해소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전에 '신뢰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 지적했다.

[사회적 갈등 해결 방법을 설명하는 한국갈등관리본부 박일준 대표]

“보여주고 설명하면서 ‘신뢰 프로세스’ 먼저 확보해야”

이어 그는 "보여주고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발매소 주변의 불확실성과 불안요소를 제거할 경우, 반대측 주민과의 대화와 타협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박일준 대표는 "용산발매소를 둘러싼 외부적 갈등은 마사회가 추구하는 경마의 가치에 대한 내재적 갈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를 계기로 경마에 대한 가치를 확고하게 정립한 후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제2, 제3의 용산사태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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