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장, 법정서 관행·남 탓하며 '동문서답'

2014-08-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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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으로 나서는 이준석 선장 / 사진=연합뉴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세월호

[증인으로 나서는 이준석 선장 / 사진=연합뉴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입을 연 이준석(69) 선장이 관행 핑계를 대고 다른 승무원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는가 하면 동문서답식으로 증언했다.

이 선장은 29일 광주지법 형사 13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청해진해운 임직원과 우련통운 등 관계자 11명에 대한 5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참사 원인과 관련해 기소된 피고인들의 과실을 심리하는 단계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모두 이 선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선장은 세월호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표가 허술하게 작성된 경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관행적으로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보고표는 승객수, 화물적재량을 공란으로 남긴 채 삼등 항해사가 선장의 이름으로 서명해 운항관리실에 제출됐다.

"잘못된 관행을 직접 만든 것 아니냐"고 검사가 묻자 이 선장은 "신OO(세월호의 또 다른 선장)이 시켰다"며 "내가 교육을 시켰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세월호 정식선장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신씨가 정식 선장이고 난 나이가 많고 촉탁직이기 때문에 교대선장"이라고 주장했다.

출항 전 화물·구명설비 등 상황을 확인하기는 했느냐는 질문에 "다른 건 눈으로 확인했고 화물은 일등 항해사 담당"이라고 증언했다.

최종 책임은 선장에게 있지만 고박이나 적재 담당은 일등 항해사이기 때문에 "다 잘됐다"는 보고만 받고 출항했다고 이 선장은 밝혔다.

사고 지점이 위험 해역인데도 조타실을 떠나 침실로 간 이유를 변호인이 묻자 이 선장은 "맹골수도는 협수로가 맞지만 사고가 난 곳은 폭이 6마일, 즉 11킬로미터 정도 되는 구간으로 상당히 넓은 해역"이라며 "항해사(삼등 항해사)가 무난히 잘할 것으로 믿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선장이 조타실에서 근무해야 할 구간이라고는 인정했다.

이 선장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듯 질문의 취지에서 벗어난 답변을 반복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자리를 질문자 쪽으로 옮기도록 하고, 신문에 나선 검사는 목소리를 키워 질문했다.

특히 이 선장은 과적을 거부하거나 시설 개선요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이유, 출항 당시 평형수나 화물적재량 등 선장의 책임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에는 말을 더듬거나 동문서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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