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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94) 국악과 기술의 만남

- 전통과 최첨단 기술이 만나다. ‘국악의 디지털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여운승>

 

 

예전부터, 서양에선 음악과 디지털을 융합한 시도를 계속 해왔습니다. 그래서 기술과 음악의 융합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기술이 아니지요. 하지만 국악과 기술이 만나 국악이 디지털화된다는 것은 어떤가요? 전통과 최첨단 기술이 만나는 것은 묘하게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듯 아리송한 느낌을 주지 않나요? 전통 음악인 국악과 기술의 융합을 연구하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신 여운승 교수님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여운승 / 사진=CT지기]
 

 

Q. 교수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여운승 입니다. 제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소리나 음악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제가 했던 프로젝트를 설명해드리기에 앞서 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저는 학부 때 전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음악에 미련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부와 대학원 때는 전기공학 분야를 공부하였고 이어 석사 때는 음악과 관련된 미디어 아트 쪽으로 진로를 결정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음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학부와 대학원을 전기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음대에서 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없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 쪽 일을 많이 하였고, 개발을 위해서는 저도 음악에 대해 잘 알아야 했기 때문에 음대에서 음악이론이나 간단한 악기 연주등도 함께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대에서 출발하여 음대에서 마무리 짓는 굉장히 특이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Q. 교수님이 지금까지 진행하셨던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주세요.

 

지금까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중 국립 국악원과 했던 프로젝트는 국악 연주장에서의 연주자가 있는 곳을 시뮬레이션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국악 연주장에서 악기의 소리는 연주자가 무대 어디에 있냐에 따라 다 다르게 들립니다. 특히 국악은 마이크를 잘 안 쓰고 악기만을 가지고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에 악기의 위치에 따라서 소리가 굉장히 다르게 납니다. 그래서 본 공연 전에 국악의 배치에 따른 음향의 차이를 알기 위해 연주자가 어느 위치에서 공연을 할 건지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공연 전에 매번 연주자가 다른 위치에 가면서 테스트하기가 힘드니까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게 하면 굉장히 편할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 무대를 컴퓨터 화면으로 구현하고 거기에 연주자를 특정 위치에 올려놓으면 연주자의 위치에 따라서 소리가 다르게 나는 것을 컴퓨터를 통해사용자가 직접 들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두 번에 걸쳐서 했었습니다. 또 문화부와 같이 했던 프로젝트 중에서는 국악의 녹음 기술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그 다음에 정관보라고 하는 국악 전통악보를 어떻게 하면 디지털 방식으로 컴퓨터에 입력, 저장을 하고 활용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또한, 한양대학교에서는 국악기 축소 모델에 대해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이들이 쓸 수 있는 작은 국악기를 개발할 때 그 국악기에서 날 수 있는 음색을 연구했습니다. 작은 국악기를 쓰면 아이들 몸에 피로가 덜 가고 어릴 때부터 좋은 자세로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작아졌다고 해서 소리가 어른들이 쓰는 국악기와 크게 다르지 않고 소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악기의 음색을 테스트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색의 음색을 낼 수 있을지 연구를 하였습니다.

 

 

Q. 대부분의 국악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연결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국악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국립국악원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일이 있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점점 더 국악 분야에도 연구되지 않은 많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서양악기에 물리적으로 모델을 만들어서 음원을 합성하는 등의 기술과 음악의 융합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국악기에도 비슷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국악에는 기술의 접근이 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국악기에는 아직 연구할 여지들이 많이 있고 여기에 내가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새로운 연구주제를 발견할 수 있겠다라는 것도 깨닫게 되어서 국악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사진/ 이하 사진=여운승 교수 제공]
 

Q. 프로젝트 중에서 기억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같이 했던 프로젝트인 국악기의 녹음방식에 대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국악기는 기본적으로 서양악기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현악기 같은 경우는 현을 튕겼을 때 진동이 악기울림통에서 증폭되어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죠. 다만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의 재질을 봤을 때, 서양악기는 대부분 쇠줄이나 나일론 줄로 되어있는 반면 국악기는 명주실로 되어있습니다. ‘명주실도 실인데 쇠줄이나 나일론이랑 무엇이 다른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 차이는 큽니다.

 

우선 명주실은 그 줄 하나하나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소리가 나는 방식이나 음색의 특징도 서양악기와 좀 다릅니다. 또한, 현의 진동 패턴도 굉장히 다릅니다. 이처럼 국악기는 서양악기와는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그래서 이런 국악기를 녹음하기 위해서는 서양악기의 녹음방식과는 다른 모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처럼 국악기의 음을 다 담을 수 있는 적절한 모델을 어떻게 하면은 만들 수 있을까 라고 하는 것이 큰 연구 주제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국악 공연에서 소리가 어떤 방향으로 많이 뻗어나가는 지등을 감안해서 마이크 배치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실내에서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실내 공연장에서 녹음할 때, 야외에서 녹음할 때 어떻게 마이크를 배치할 것인가를 실험해보고 가장 좋은 배치를 듣고 판단하여 제안하고 이 결과를 문서화했습니다. 이처럼 국악을 연구하거나 녹음하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Q. 국악 녹음방식 기술을 개발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국악 녹음방식에 대한 참고자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국악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연구를 보고 아 이렇게 녹음하면 어느 정도 이상의 음질을 녹음할 수 있겠구나라는 참고자료로 이용하거나 혹은 그렇게 좋은 자료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 이 사람들은 이런 방법을 택했는데 이 소리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그러면 나는 다른 방식으로 해보겠다.’라는 참고자료라도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Q. 이 기술을 만드셨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국악분야에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서양악기는 이렇게 녹음하면 된다는 레퍼런스나 매뉴얼 가이드가 많이 있는데 국악기는 상대적으로 자료가 너무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악기의 녹음 기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희가 직접 국악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면서 이렇게 녹음을 하면 될 것이다 라는 노하우를 일일이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악기의 녹음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국악 녹음을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 분들에게 가져가서 심사를 받고 조언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조언을 듣고 만들어진 매뉴얼을 다시 재작업을 하는 과정을 거쳐서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녹음방식에 대한 메뉴얼이 없다는 게 가장 어려운 점 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사진]
 
 

Q. 흔히 사람들은 국악을 폐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폐쇄되어있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습니다. 국악이 상대적으로 서양악기에 비해서 기술과의 융합이 많이 이루어진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지만 또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습니다. 사실 서양음악에서도 대중음악이나 컴퓨터음악 쪽에는 기술과의 융합이 많이 이루어져있지만 클래식음악 쪽에는 의외로 기술과의 융합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서양음악이라고 해서 꼭 첨단 기술을 다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국악 이라고 해서 기술과 멀리 떨어져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국악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시도하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점에서 국악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그런 기술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국악의 현대화, 과학화 쪽의 프로젝트를 많이 시행한다면 앞으로 국악분야에서도 기술이 접목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Q. 앞으로도 계속 기술과 국악의 융합이 있을 텐데 융합기술의 종착지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다른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 폰, 컴퓨터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삶은 거의 모든 면에서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면, 편지에서 이메일로, 유선전화에서 핸드폰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든지 통화가 됩니다. 또한 예전에는 사진촬영도 굉장히 어려웠는데 이제 스마트 폰으로 언제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들이 음악에도 똑같이 일어나게 될 것 같습니다.

 

, 국악분야에도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고 우리 주위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될 것 같습니다. 아직 국악 분야가 상대적으로 기술이 덜 적용된 분야중 하나지만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굉장히 혁신적인 일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국악분야의 변화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국악의 악보인 국악정보의 디지털화에 있습니다. 사실 현대에는 정관보등 전통악보가 인기가 없어서 사장되거나 소수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고 국악하시는 대부분의 분들도 서양 오선보형태로 작업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전통악보가 디지털화가 되면서 새롭게 조명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정관보로 입력하더라도 손쉽게 오선보로 변환이 되어서 서양음악하시는 분들과도 공유할 수 있고 악보시장에도 디지털 형식으로 올라가서 일반인도 전통악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등의 변화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뿐 아니라 국악 정보가 디지털화 되면 아카이밍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통을 보존하는 데에 있어서 디지털형식으로 기록이 되고 향후에 그 유산이 디지털 형태로 그대로 남아서 후대까지 유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국악의 디지털화를 통해 미래의 국악이 어떻게 바뀌어 나갈지를 가늠하고 미래의 국악의 형태를 새로 제안하는데 굉장히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디지털화가 된다는 것은 국악의 전통을 앞으로 더 오래 갈 수 있는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미래의 국악의 기반을 닦는다 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들이 결코 국악의 전통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보고 국악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닦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국악과 기술의 만남이 더 긴 새로운 전통의 시작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CT리포터 허재은

국악과 기술의 만남

 

키워드 인터뷰,한국콘텐츠진흥원,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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