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들려야 '좋은 철'이다"

2014-10-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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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이든, 학점이든, 건물이든 높이 올라가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토익과 학점처럼 여기도 '고고익선'(高高益善) 싸움이다. 건축업계 이야기다.

2014년, 세계 최고(高) 건물은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829.8m).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동북아트레이드타워(313m). 기대 반 우려 반 제2롯데월드 타워(높이 555m)는 세계 9위를 찜했다. 이 시점에서 묻자.

[이하 사진=네이버 '지식in' 화면 캡처]

누군가 답했다.

고층 건물(63빌딩 혹은 남산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 지식iN
성실한 ‘차곡차곡’이 모든 ‘높은 것’의 답이면 좋으련만. 세상은 그리 쉽지 않다. 더 높은 건물엔 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법. 그러므로 고층 건물의 원리가 궁금하다면? 건물의 어두운 부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봐야 한다. 아래 사진에 답이 있다.

[사진=국가과학기술위원회 공식 블로그]

‘이 중 초고층건물의 은밀한 비밀은 뭘까?’

1. 딱 벌어진 어깨 마냥 듬직한 강판

2. 굳센 다리 마냥 절대 흔들리지 않는 철근.

3. 지름 4cm의 가느다란 선.

매력적인 오답들을 제치고 답은 3번이다.

물론, 평범한 철선이 아니다. 5mm의 가느다란 강선을 수천 가닥 엮어 만든 ‘초고강도 케이블’이다. 케이블 속 강선을 한 줄씩 이으면 지구 두 바퀴를 돌 수 있을 만큼 길다. 뿐 만인가. 케이블 한 줄로 4톤 트럭을 들 만큼 강하다.

하지만 초고층건물에서 이 특수 강선이 발휘하는 매력의 핵심은 강함이 아니다. ‘부드러움’이다.

초고층건물의 최대 적은 바람이다. 바람은 힘 빡 주고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힘을 빼고 여유롭게 흐름을 타야 한다. 강선이 이 유연함을 만든다. 건물의 뼈대인 철근과 강판을 사방에서 잡아, 건물이 강하고 부드럽게 설 수 있게 한다. 즉, 강선은 건물을 ‘춤추게’ 하는 ‘근육’이다.

느낌이 오겠지만, 특수 강선은 고난도 제조기술을 요한다. 만들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건설업계는 고고익선 싸움의 선두 그룹을 차지한다. 7년 동안 세계 철강 산업 1위 업체로 꼽힌 포스코를 비롯해 각 기업들이 끊임없이 기술 발전에 열을 올려온 덕분이다.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두바이 ‘부르즈칼리파’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 동북아무역센터를 포함, 지구의 스카이라인을 높인 주역이다. 포스코가 스스로 개발한 소재(POSCABLE92)로 만든 최고강도 강선이 바로 세계 각각에서 키높이를 자랑하는 초고층건물들을 춤추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다. 포스코는 각 케이블에 맞는 전용 정착장치와 최적의 이용기술, 케이블 성능 인증 기술 지원까지 자체 개발해 세계 최고강도 케이블을 생산하는 토탈 솔루션 체제를 인정받고 있다.

하늘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경쟁. ‘안전’이라는 트랙을 벗어나면 패자뿐인 싸움이 된다. 단순한 높이 경쟁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실력 경쟁이 중요한 이유다. 여러 사고를 겪으며 몸으로, 마음으로 안전의 중요성을 통감하는 요즘이다. 단순한 고고익선이 아닌, 안전을 우선하는 건축. 한국 철강산업의 힘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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