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관한 불편한 진실"

2014-11-25 15:57

add remove print link

화장실에 관한 불편한 진실 김주혁 서울신문 선임기자

화장실에 관한 불편한 진실

김주혁 서울신문 선임기자

집안 화장실이 그렇게 자주 관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맞벌이를 하는 가운데 부모님이 옆집에 사시면서 집안일을 돌봐주실 때는 화장실이 원래 깨끗한 줄 알았다. 그러다가 부모님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 와서 집안일을 분담하고 화장실 청소를 내가 담당하면서야 알았다. 화장실에서 지린내가 나지 않게 하려면 청소를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을. 화장실은 청소 안 하고 1~2주만 지나도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1~2개월이 지나면 악취가 진동한다. 물론 냄새는 대부분 남자들이 서서 소변을 볼 때 바닥에 흘리거나 튀기는 파편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나는 정기적으로 화장실 바닥을 세제를 뿌리며 솔로 닦는 것과 별도로, 소변을 본 뒤에는 종종 변기 주변에 물을 뿌린다. 원인자 부담의 원칙에 입각한다면 화장실 청소 담당은 주로 남자가 하는 게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일본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서 소변을 볼 경우 바닥에서 반경 40cm, 높이 30cm까지 오줌방울이 튀고, 화장실에 튀는 오줌방울은 하루 평균 약 2300방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지린내도 나고 방치하면 세균도 번식하니 귀찮아도 자주 청소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북유럽 등에서는 화장실 청결을 위해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자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나도 소변기가 없는 집안에서는 서서 소변을 보면서 자주 청소하는 것과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 중 어느 것이 덜 불편하거나 청결한 방법인지 고민 중이다.

변기 시트를 내려놓느냐 올려놓느냐 하는 문제도 부부 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여자들이 변기시트가 올라간 채로 있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지저분하게 변기 시트를 손으로 내려야 하는 불편 탓도 있지만 변기 주변에 튄 많은 소변의 파편을 눈으로 보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하단다. 내려진 변기 시트를 들어 올리는 게 귀찮다고 해서 그냥 소변을 보면 나름대로 조준을 잘 한다 하더라도 대개는 몇 방울 튀기 마련이다. 그럴 경우 영화 ‘결혼 이야기’에 나오는 신혼부부 지혜(심혜진)가 집안 변기에 앉다가 태규(최민수)가 흘린 오줌방울의 느낌에 기겁하는 장면이 재연된다. 변기 시트나 뚜껑을 올리고 내릴 때 불결하지 않도록 이용하는 손잡이가 시중에서 팔리기도 한다.

남자의 소변 파편은 집 밖에서도 문제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화장실에 붙어 있는 표어다. 앞의 것은 남자들이 볼일을 볼 때 오줌방울이 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얘기다. 뒤의 것은 앞의 얘기를 포함, 남녀 불문하고 화장실에서 휴지나 담배꽁초, 생리대 등 뒤처리를 깨끗하게 하자는 뜻일 게다. ‘변기 시트에 신발 신고 올라가지 마세요’란 문구도 가끔 있다고 한다. 불결한 것을 혐오한 나머지 변기 시트에 신발 신고 올라가서 볼일을 보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항공기 등의 화장실에는 1회용 시트 커버가 비치돼 있다.

[조준용 파리 스티커가 부착된 소변기 / 이하 사진=김주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 중하단에 검정색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더니, 남성들이 눈앞의 목표물에 집중하느라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감소했다고 ‘넛지’라는 책에 소개된 바 있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파리 스티커가 부착된 소변기를 꽤 볼 수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튄다.

정부서울청사의 화장실 청소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남자용 화장실은 시간 당 3~4회 갈 때마다 항상 소변기 주변에 오줌방울이 튀어 있어서 수시로 닦는다고 한다. 소변기가 있는 집 밖 화장실에 가면 소변기 주변 바닥에 오줌방울이 튀어 있는지 눈여겨보시라. 관심을 가지면 보인다.

남자 화장실을 포함한 층별 건물 청소를 주로 여자들이 담당하다 보니 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자들이나 청소하는 여자들이나 서로 불편하다. 남자 화장실만을 전담할 남자 청소원을 별도로 두는 등 대안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의 남자 화장실. 남자 화장실 안의 왼쪽은 좌변기 칸, 오른쪽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가야 소변기를 만난다]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의 남자 화장실. 남자 화장실 안의 왼쪽은 좌변기 칸, 오른쪽 문을 다시 열고 들어가야 소변기를 만난다]

남자 소변기는 노출돼 있어서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덴마크 공항 등에는 남자 화장실 안에서 별도의 문을 열어야 소변기를 만날 수 있다. 물론 공간은 많이 차지한다.

건강하려면 3쾌(快)해야 한다. 쾌식 쾌변 쾌면. 잘 먹고 잘 자는 것 못지않게 배설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볼일과, 그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인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