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농수산 홈쇼핑...있던 것 변질되자 또 만들어?

2014-11-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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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홈쇼핑, 럭키 세븐? / citrix.com]제7 홈쇼핑 출범을 앞두고 각계에

[제7의 홈쇼핑, 럭키 세븐? / citrix.com]

제7 홈쇼핑 출범을 앞두고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여섯 개의 홈쇼핑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중소기업 및 농축수산업 상품 취급을 약속한 홈&쇼핑과 NS홈쇼핑이 결국 다른 일반 상업 채널과 똑같은 형태로 변질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현재 6개의 홈쇼핑 TV 채널이 돌아간다.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그리고 홈&쇼핑. 다가올 2015년에는 한 채널이 추가된다. 100%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을 취급하겠다고 공언한 제7의 홈쇼핑이 그것이다.

‘중소기업 전문 채널’ 실패한 중소기업중앙회, 또다시 대주주로

[제7의 홈쇼핑 출범 논의를 위한 첫 협의회 / 이하 사진=연합뉴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의 ‘돌려막기’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홈&쇼핑의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존 지분을 매각해 이번에는 제7 홈쇼핑의 대주주로 참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홈&쇼핑을 중소기업을 위한 채널로 유지하지 못한 채 다른 상업 홈쇼핑 채널과 다름없는 채널로 변질된 과정에서 당초 대주주로 참여한 명분을 잃었다. 그럼에도 혹은 그 덕에 홈&쇼핑에서 지분 투자 이익을 시현한 중소기업중앙회가 또다시 제7홈쇼핑의 대주주로 옮겨타게 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또 한번의 특혜를 누리는 결과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30% 넘는 수수료, 50번 이후 채널로 중소기업 홈쇼핑 가능하다고?

정부는 2014 상반기까지만해도 제7의 홈쇼핑 개설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그랬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꾼 건 지난 8월. 이유는 중소기업과 농축수산업에 힘을 실어줄 공적 유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 실패를 인정한 새 출발을 결심한 듯했다.

[홈앤쇼핑과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역 중소기업 제품 TV홈쇼핑 입점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2014.3.11)]

그러나 업계 안팎에는 이 결심이 미덥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NS홈쇼핑과 홈&쇼핑에서 겪었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분석과 대책이 미비하다는 이유다.

우선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큰 부담이 가는 홈쇼핑의 왜곡된 유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새 채널은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홈쇼핑 채널을 이용하는 업체들은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의 34.4%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높은 수수료는 홈쇼핑 채널의 높은 채널 사용료와 무관하지 않다. 소위 ‘황금채널’이라 불리는 1부터 20 안쪽 채널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수록 채널 이용료는 비싸진다.

[홈앤쇼핑 광고 영상 / 유튜브]

상황이 이런 탓에 홈&쇼핑은 애초에 목표로 했던 20%대 수수료율을 지키지 못했다. 홈&쇼핑의 수수료율은 31%. 결국 중소기업과 생산자 중심의 유통을 이루겠다는 당초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제7 홈쇼핑 개설을 앞두고 정부는 새 홈쇼핑을 50번대로 배치해 채널 사용료로 들어가는 부담을 줄이고, 중소기업과 농민들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른바 뒷자리 채널은 시청자의 눈을 잡기 어려워 시장 경쟁력이 낮다. 때문에 이 계획이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국내 농수산물, 새 홈쇼핑에선 기회 찾을까?

뿐만 아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이익을 내야만 하는 지금의 홈쇼핑 유통 구조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제품이나 국내산 농축수산식품은 소외되기 십상이다.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이런 상품들을 배치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국산 농축수산식품의 경우는 사정이 더 어렵다. 농식품전문 채널을 표방하고 출범했던 NS홈쇼핑에서도 국산 농식품은 전체 편성의 3%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건강식품,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 등에 편성 비율이 높다. 실제 국산 농업에 기여하는 정도는 극히 미미한 게 현실이다.

[농협 농식품물류센터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 연합뉴스]

농업계의 우려는 매우 심각하다. 농업기업인 ‘학사농장' 대표이사 강용 씨는 위키트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산 농산물의 경우에는 중소기업 제품보다 더 소외된다”고 지적하고 “FTA로 농업이 더 어려워졌다. 홈&쇼핑 때와 똑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말아야 할 텐데 우려스럽다. 말로만 농업까지 아울러서 하겠다고 하지 말고, 실제로 농민을 살리는 전략을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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