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 왔는데..." 세월호 유가족 광화문농성 150일째

2014-12-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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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사진=연합뉴스] 유가족 "잊혀질까봐 두려워 농성 끝낼 수 없다"(서울=연합뉴스)

[이하 사진=연합뉴스]

유가족 "잊혀질까봐 두려워 농성 끝낼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벌여온 광화문광장 농성이 10일로 꼭 150일째를 맞았다.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던 지난 7월 14일 시작된 광화문농성은 5개월이 지나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이 됐지만 끝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영하의 기온을 넘나들던 전날 오후 5시께. 광화문광장 북단 세월호 농성장에는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양옆으로 늘어선 빌딩과 세종대로를 달리는 차량들로 더욱 삭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유가족 2명과 함께 대책회의 등 시민 10여 명, 종교계 관계자 4명가량이 농성 천막을 지키고 있을 뿐, 썰렁한 분위기였다.

"여러분 서명 부탁드립니다.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서명을 해주세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세월호의 진실입니다."

시민 네댓 명이 농성장 초입에 서서 횡단보도를 바쁘게 오가는 시민들에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대국민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외치고 있었다.

겨울맞이 채비를 한 농성장 천막에는 두터운 비닐 막이 덧씌워져 있었고, 안에는 난로와 담요가 놓여 있었다. 유가족 2명이 상주하는 천막 안에는 추위를 쫓기 위한 소형 텐트가 하나 더 설치됐다.

농성장은 단원고 유가족인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날이 너무 빨리 추워졌는데 일단 연말까지는 농성장을 유지할 방침"이라며 "농성장 유지 방안과 함께 농성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활동방안,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방안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고 밝혔다.

이들이 추위에도 농성을 멈출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잊혀질까봐'서다.

이 관계자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특별법 시행령 제정 등 갈 길이 먼데 농성을 접으면 국민들은 세월호 사안이 모두 끝난 줄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성장에서 만난 유가족 역시 농성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농성장을 지킨 지 벌써 다섯 달이 지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민우 아빠' 이종철씨는 "추위로 광화문광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이 줄었는데 열기를 어떻게 되살릴지가 과제"라며 "진상규명은 이제 시작인데 그 길을 시민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이 우리 아들 생일인데 바닷속 날씨가 이렇게 추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농성장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가족대책위·대책회의는 24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감사의 자리를 마련해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31일에는 광화문 농성장에서 문화제를 열어 송년회를 할 계획이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7월 12일 국회를 시작으로 같은 달 14일 광화문, 8월 22일 청운동사무소에서 각각 농성을 벌였다.

특별법이 통과되자 청운동 농성은 농성 76일째 되던 11월 5일에, 국회 농성은 120일째 되던 지난 11월 8일에 각각 끝냈지만 광화문광장은 계속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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