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옷은 YES를 뜻하는 게 아니다”

2014-12-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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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사진공유 사이트 ‘텀블러’의 “이 옷이 예스를 뜻하는 게 아니다” 캠페인 / a

[SNS 사진공유 사이트 ‘텀블러’의 “이 옷이 예스를 뜻하는 게 아니다” 캠페인 / adressisnotayes.tumblr.com]

“이 옷은 예스를 뜻하는 게 아니다.(A dress is not a Yes).” 인터넷 사진공유 사이트 ‘텀블러’에서 확산되고 있는 캠페인이다. 노출이 있는 여러 옷차림을 한 여성을 그린 다음, 이 말을 적어넣은 그림 릴레이다.

성추행범들이 자주 하는 변명은 “야한 옷을 입어서”다. “이 옷이 예스를 뜻하는 게 아니다 '캠페인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무슨 옷을 입든 그것은 나의 선택이고 자유다. 이 옷이 성추행을 합리화하는 근거는 아니다.” 이 캠페인이 전하고 있는 메시지다.

“여자 혼자 거리를 걸으면?”

[동영상=Youtube “10 Hours of Walking in NYC as a Woman” by ‘Street HarassmentVideo’]

뉴욕서 여자가 10시간 혼자 걸어가면?

최근 유튜브를 통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영상이다. 여자 혼자 뉴욕 거리를 걷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기는지 ‘몰래 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여성은 10시간 걷는 동안 총 108번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영상은 길 거리 성추행 퇴치를 위해 여러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비영리 국제단체 ‘할라백(hollaback)’이 제작했다. 유튜브 조회 수 3천 800만회를 넘어설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할라백'은 한국에서도 새로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할라백 코리아’의 길거리 성추행 퇴치를 위한 지도 제작 캠페인 / korea.ihollaback.org]

‘할라백’ 활동에 참여한 25번째 지부 ‘할라백 코리아’가 웹사이트를 통해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핑크’는 길거리 괴롭힘이 발생한 지점이다. ‘그린’은 성추행이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이 도와준 지점이다. 성추행을 당한 당사자 혹은 목격자가 그 장소를 표시해 함께 만드는 지도다.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길거리 성추행을 개인의 문제로 끝내지 않고, 함께 해결해나가자는 의도다.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성폭행 사건, 끊이지 않고 적발되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등 성 관련 사건 사고는 단골 뉴스 소재다.

하지만 길거리 성추행 등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희롱, 성추행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고, '뉴스 거리'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간주된다. 때문에 공론화되는 빈도가 적다. "너무 민감한 거 아니야?", "저런 걸 성희롱으로 봐야 하나"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올 초 중국은 물론 국내 인터넷사이트까지 떠들썩하게 했던 '주물럭 할아버지' 사진 / 웨이보]

올 초 중국을 시작으로 인터넷에 일명 '주물럭 할아버지' 사진이 퍼졌다. 그는 대낮 중국 시장을 걸어 다니며 여성의 가슴과 다리 사이에 손을 대는 성추행을 상습적으로 일삼고 있었다.

성추행 저지르고는..."성적 충동 못 이겨" 변명

지난 8월 11일 부산에서는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그는 "홀로 여성이 걸어가는 걸 보면 성적 충동이 생겨"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얼마 전인 12월 11일에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길가던 여성을 추행한 군 장교가 검거되기도 했다.

길거리 성추행범들의 잦은 변명은 "성적 충동에 못 이겨서"다. 성추행범 상당수는 상습범이다. 모순되는 변명이다. 2012년에는 초, 중, 고등학생 사이에 '가슴 만지고 튀어(슴만튀)'라는 ‘장난’이 유행했다. 급기야 성추행이 ‘애들 장난’ 정도로 취급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번졌다.

그러나 '욕망'으로 변명되고 '장난'으로 합리화되는 성추행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남식 교수는 "길거리 성추행은 무척 빈번하게 일어난다. 때문에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이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라며 성추행을 진지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 충동을 못 이겨서라는 말은 가해자가 흔히 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성 충동을 못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여성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에게 벌어지는 폭력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자 혼자 OO 거리를 걸었다” 실험 영상, “성추행 발생 지점 지도 만들기” 그리고 “이 옷은 Yes의 의미가 아니다” 그림 캠페인까지. 이 모든 캠페인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두려움도 없이 여자 혼자 거리를 걷고 싶다”는 당연한 외침이다.

※ 이 글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기획된 연재물 ‘미디어와 성’의 네 번째 스토리입니다.

(제목을 누르면 해당 기사로 연결됩니다)

① “그의 완벽한 몸이 날 괴롭힌다”

② “성희롱, 어떻게 생각하나?” 면접관이 물었다

③ “여자애처럼 달려보세요”

④ “이 옷은 YES를 뜻하는 게 아니다”

⑤ “제대로 된 야동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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