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승무원 휴게실 대자보 철거한 이유

2014-12-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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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승무원 휴게실 게시판에 대자보를 올렸다. 오늘 아침 가보니 사라졌다....

아시아나 승무원 휴게실에 올라온 대자보가 철거됐다. 아시아나 측은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아 떼어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아시아나 항공(대표이사 김수천, @flyasiana) 승무원 권수정 씨는 트위터에 "아시아나 승무원 휴게실 게시판에 대자보를 올렸다. 오늘 아침 가보니 사라졌다"며 사진을 올렸다. 권 씨가 올린 대자보와 교체된 게시물이 찍힌 사진은 리트윗 수 1535건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에 아시아나 측은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고, 정식 절차를 밟지 않은 게시물이어서 떼어낸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는 24일 위키트리에 "원래 게시물 게재에 대한 회사 규칙이 있는데, 출처가 불분명한 게시물은 떼어내도록 하고 있다"며 "노조가 정식 루트를 통해 올린 게시물이면 함부로 수거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게시물은 누가 왜 올리셨는지 확실하지 않아 수거했다"고 말했다.

앞서 권 씨는 아시아나 승무원 휴게실에 '자신에 대한 예의'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권 씨는 대자보에서 "한 선배님이 보내온 카톡이다"라며 "우리 승무원들 가만히 보면 참 예의가 없는 것 같다. '자신에 대한 예의'"라고 적었다.

이어 "'자기 결정권, 나의 존엄' 가족과 실리를 위해 잠깐의 자존심이 뭐가 중요하냐며 참아왔던 우리에게 마지막 남아있던 것"이라며 "나를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권 씨가 아시아나 승무원 휴게실에 올린 대자보 전문이다.

자신에 대한 예의

"어쩜 다들 그리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조용하기만 한지. 우리 승무원들 가만히 보면 참 예의가 없는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예의.'

시차 회복은커녕 누적된 피로 속에 밥 먹듯이 밤 새가며 가족과의 일상생활도, 기본급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감정노동에 내몰려온 자신에 대한 예의. 그렇게 온전히 가져다 바친 지나간 청춘에 대한 예의.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은 사람들에게 회사와 관리자들이 예의를 갖출 리가 만무하죠. 회사가 불쌍한 인생 거둬 거저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리 당당하지 못한지.

20년 넘게 지켜봐 와서 이제 익숙해진 줄만 알았는데 새삼 오늘 밤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져 오네요.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는 법이 없거늘..."

한 선배님께서 보내온 카톡입니다. 대한항공이 매일 뉴스를 도배합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그들과 다릅니까?

"자기 결정권, 나의 존엄." 가족과 실리를 위해 잠깐의 자존심이 뭐가 중요하냐며 참아왔던 우리에게 마지막 남아있던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어떤 강요도, 회유도, 강압도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조 부사장이 한 것처럼 우리는 당해도 아무 말도 못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겠지요.

무섭다고 말을 합니다. 무섭다고.

나를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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