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6반 정원석 엄마입니다" 전문

2014-12-26 12:21

add remove print link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가 남긴 글이 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가 남긴 글이 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5일 밤 커뮤니티 사이트 '82cook' 한 회원은 "이 글은 단원고 정원석(17)군의 어머니 부탁으로 대신 올려 드린다"라며 장문의 글을 전했다.(☞바로가기)

해당 글은 단원고 2학년 6반 고 정원석 군의 엄마 박지민 씨가 남긴 글이다.

박 씨는 "어제(24일)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많은 분들과 함께 성탄 문화추모제가 있었다"며 "찬 바람 맞으며 행사를 하기위해 서 있다가 우리 이쁜 막둥이 원석이가 내곁에 없다는게 너무 기가 막히고 믿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 나이 38세에 낳은 늦둥이 원석이는 엄마를 끔찍이도 챙기는 애교 많고 다른 아이들처럼 착하기만 했는데 왜 죽어야 했는지 그 이유만 알고 싶어 국회로, 광화문으로 열심히 다녔다"며 "이 나이 살도록 남한테 모지게 한 적 없고 오로지 우리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잘 살아 왔는데 길거리로 나와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순간 나와 우리 유가족들은 세상이 이토록 무서운지 알게됐다"고 전했다.

박 씨는 "하지만 고마우신 분들도 너무 많다"며 "정부도 외면한 우리 유가족들 곁에서 항상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몇 번이고 모든걸 포기하고 싶을 때 날 잡아주신 많은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군은 세월호 침몰 당시 갑판 위에 있어 다른 학생들과 함께 구조될 수 있었지만 "방에 남아 있는 친구를 구하겠다"며 배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가 숨진 채 돌아왔다.

글 전문이다.

2학년 6반 정원석 엄마 박지민입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어제 안산 합동분향소앞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많은분들과 함께 성탄 문화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찬 바람 맞으며 행사를 하기위해 서있다가 우리 이쁜 막둥이 원석이가 내곁에 없다는게 너무 기가 막히고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첫날부터 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내 아들을 못 찾고 있었는데, 이미 남이 데려갔다는 겁니다.

우연히 본 명단에서 25 번째 다른 아이의 이름이 있던 곳이 내 아들의 이름으로 바뀐 걸 보고 얼마나 원통하고 억장이 무너지던지. 그 차가운 바다 속에서 무서움에 떨었을 원석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미이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 원석이를 데리고 갔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다음날이면 아이를 화장한다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습니까?

내 사랑하는 아들 원석이를 이렇게 억울하고 고통스럽게 떠나보낸 것도 기막힌데,

자기 자식도 아니면서 남의 아들을 데려 갈 수가 있는 건지 듣기로는 DNA 검사도 세 번 모두 불일치로 나왔으면서도 이 어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아들을 입관하고 장례를 했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습니다.

안산으로 와서 아이를 찿아서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보내고 집에 있는데 가슴에 천불이 나고 , 심장이 터질 것 같고 . 원석이 방 만 봐도 미쳐버릴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내 나이 38 세에 낳은 늦둥이 원석이는 엄마를 끔찍이도 챙기는 애교 많고 다른아이들처럼 착하기만 했는데 왜 죽어야했는지 그 이유만 알고 싶어 국회로, 광화문으로, 청운동으로 열심히 다녔습니다.

이 나이 살도록 남한테 모지게 한적 없고 오로지 우리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잘살아왔는데 길거리로 나와 내 아이가 왜 죽었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순간 나와 우리유가족들은 세상이 이토록 무서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정치라는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만 할뿐입니다.

내가 너무 무식히게 살아서 내 아들을 잃은 거 같아 엄마는 가슴을 치고 또 칩니다.

하지만 고마우신 분들도 너무 많습니다.

정부도 외면한 우리유가족들 곁에서 항상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첨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운 여름 노란우산이 강한 햇볕을 막아주었고, 우리가족이 움직는 곳에 따뜻한 밥과 간식으로 기운을 차리게 해주고 가족들이 걸을 때 아무 말없이 같이 걸어주며, 길바닥에서 잘 때 이불이며, 갈아입을 티셔츠들을 주시고, 노란 리본을 만들어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더울 때 부채가 되어주고 추울 때 핫팩이 되어주셨습니다.

나와 같은 보통국민들이 , 우리와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하지만 그분들은 눈도 못마주치며 미안하다고 울어주셨습니다.

어제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성탄절에 그 분들께 꼭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었습니다.

몇 번이고 모든걸 포기하고 싶을 때 날 잡아주신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미권스의 쉐프님이 만드어주신 노란 팔찌가 제 손목에 있습니다.

50 먹은 남자가 등치는 산만한 사람이 이걸 만들었을 생각에 소중히 하고 다니겠습니다.

82 쿡에서 보내준 노란 잠바가 내가 젤 좋아하는 옷이되었습니다.

잊지않겠다는 글 , 함께하겠다는 글을 등에 새기고 다닙니다.

얼굴이 뺀질한 남자가 우리에게 보여준 성의가 참 고맙습니다.

정봉주의원님이 나랑 동갑일지는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으로 첨 에 곱지 않게 본거 미안해요.

지금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정봉주의원 반만 닮았으면 우리아들이 내 옆에 있을건데요.

말재주가 없어 이 고마움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지만 항상 같이해줘서 고맙습니다.

많은 분들이 울어주시는거 압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주실꺼 압니다.

여러분들만 믿고 전 내 아들이 왜죽었는지 알기위해 싸울겁니다.

82 쿡 언니가 그러더라구요 가방이 왜 이리 무겁냐구.

제 배낭엔 어디서든 일주일동안 길바닥에서 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내새끼는 차가운 바다속에서 얼마나 무서웠는데 에미가 해줄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어제 행사후에 우리가족들에게 미권스회원님이 물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 받고싶냐고 진심으로 내새끼 원석이를 받고싶습니다.

아직도 우린 모릅니다.

낼 모레 미권스행사에서 욕을 할 수 있답니다.

평소 욕이라도 배워놀걸 그랬습니다.

내 심장이 타들어가는 아픔을 욕이라도 할 줄알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튼 여러분들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였으면 울고만 있었을텐데 힘내서 오늘 아들 얼굴 보러 분향소 갔다오겠습니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