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와 할당제의 공통점은?"

2014-12-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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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호와 할당제의 공통점은? 송현주(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타이타닉호와 할당제의 공통점은?

송현주(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어느덧 2014년 끝자락에 서 있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사다난한 해였지만 2014년은 유난히 안전관련 사건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세월호 침몰 사고’때문일 것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미카엘 엘린더와 오스카 에릭손 교수는 타이타닉호를 포함해서 1852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30여 개국에서 일어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해상사고의 생존율 특성을 분석하여 2012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분석결과, 승무원의 생존율이 61.1%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선장 43.8%, 남성 37.4%, 여성 26.7%, 어린이 15.3%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선상사고의 여성 생존율은 평균보다도 10%가 낮은 15.3%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영국식 기사도 정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해당 선박의 구조와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승무원과 그 선박의 통제권을 갖고 있는 선장의 생존율이 가장 높고, 다음은 사회적 기득권층인 남성의 생존율이 높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의 생존율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게 실제 해난사고에서는 ‘여성과 어린이 먼저(Women and children first!)’라는 원칙이 아닌 ‘각자도생(Every man for himself)’이란 현실이 지배적이며, 소위 ‘신사도’라는 것은 단지 희망사항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성의 생존율이 1차 대전 이후 급격한 상승추세를 띠고 있는데 이는 여성의 지위향상이 재난 구조 현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동 연구는 분석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상사고의 생존율은 사회의 위계적 권력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예외가 바로 선박사고의 모범적(?) 사례로 알려진 타이타닉호 침몰사고이다. 우리가 잘 아는바와 같이 영국의 타이타닉호는 1912년 4월 15일 빙산과 충돌 후 침몰했다. 타이타닉호의 생존자 수는 2224명 중 710명으로 32%밖에 되지 않으나, 이 710명 중 여성의 생존율이 74%(425명 중 316명 구조), 어린이의 생존율이 51%(109명 중 56명 구조)이나 되었고, 이는 웁살라 대학 해상사고 생존율 조사연구와는 분명 다른 결과이다.

[내셔날 지오그래픽 채널]

그 이유는 타이타닉 호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의 ‘여성과 어린이 먼저’라는 원칙에 의한 강력한 리더십과 이를 따른 승무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공포탄을 쏘면서 이성을 잃은 사람의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였으며, 무력으로 구명보트를 타려는 남성들에게는 총으로 위협해가며 이들을 물러서게 하여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대피시켰다. 만일 스미스 선장의 이런 강력한 조치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여성과 어린이는 다른 해상사고와 마찬가지로 남성들에게 밀려 구명보트에 올라타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지난 주 컬럼에서 언급했듯이, 할당제는 지금까지 약자와 소수그룹의 권익보호와 정의를 위한 자생적 변화에 실패한, 소수그룹에 대한 편견이 공고한 기득권 조직에 소수그룹의 진입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며, 타이타닉호 스미스 선장의 강력한 인위적 통제와 같이 할당제도 강력한 인위적 조치라는 점에서 타이타닉호 스미스 선장의 리더십과 할당제는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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