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운 이웃 위해" 동전 1000개 모은 기초수급자

2015-01-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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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5일 황학동 주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5일 황학동 주민센터에 한 할아버지가 찾아왔다.

한 손에는 언뜻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검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할아버지는 주민센터 안을 잠시 서성이더니 복지 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봉지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옆자리 직원에게 맡긴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비닐봉지 안에는 10원짜리 690개, 100원짜리 458개, 500원짜리 118개 등 동전과 함께 1천원, 5천원, 1만원권 지폐 여러 장이 들어 있었다. 모두 22만 490원이었다.

동전들은 혹시나 그 무게에 비닐봉지가 찢길까 봐 신문지에 정성스레 싸여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송모(66) 할아버지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4년간 모은 동전 1천여개 22만여원을 지난 5일 황학동주민센터에 기부했다 (사진은 본문과 무관함) / 연합뉴스]

봉지를 펼쳐보고 깜짝 놀란 직원이 할아버지의 이름을 조회해 보자 기초생활 수급자임이 드러났다.

송모(66) 할아버지는 가족 없이 혼자 살며 공장에서 일을 하던 지난 2008년 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돼 절단장애 4급 판정을 받고 2010년에는 위암 판정을 받은 뒤 그때부터 기초생활수급 보호자로 생활하고 있었다.

한 달 생계비를 포함해 정부로부터 받는 돈 약 51만원으로 생활하면서 남는 돈을 한 푼 두 푼 틈틈이 돼지저금통에 저금해 왔다 기부한 것이다.

이를 알고 난 주민센터 직원이 송씨에게 전화를 걸어 "생활도 어려우신데 마음만 받겠다"며 만류하자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주려는 돈으로 생각하고 모은 돈이니 기부해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송 할아버지는 직원에게 부탁 하나를 더 했다.

기부금을 기탁할 때 자신의 이름으로 하지 말아 달라는 것.

송씨는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모았다"며 "많은 돈도 아닌데 이름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말만 남겼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황학동 주민센터에서 송씨의 뜻에 따라 후원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다고 21일 밝혔다.

송씨가 후원한 기부금은 다른 기부금과 함께 중구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쓰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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