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 로스코 채플

2015-03-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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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 채플' 홈페이지]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는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라 불리는 로스코 채플이 있다. 아름다운 나무들과 고요한 물이 방문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은은한 자연 조명이 생각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무엇보다, 다른 예배당에선 보기 힘든 거대한 그림이 방문객을 붙잡는다.
'명상을 부르는그림'과 마주하는 곳
[로스코 채플 실내 / 이하 코바나 컨텐츠 제공]

‘명상을 부르는 그림’이라 불리는 이 그림들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작품이다. 1964년 로스코가 이곳에 걸릴 그림을 요청 받았을 때, 그는 이미 미국의 손꼽히는 화가였다. ‘로스코 스타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거대 사각 그림들은 보는 사람들을 눈물나게 만들기로 유명했다. 그의 영국 개인전에는 명상을 위해 그림 앞에 자리를 깔고 앉는 구도자가 등장할 정도였다.

석유 재벌 드 메닐 여사가 예배당 건축을 기획했다. 그는 필립 존슨이라는 건축가에게 건축을, 마크 로스코에게 14개의 그림을 요청했다. 필립 존슨은 손꼽히는 화가의 그림이 걸릴 예배당을 크고 화려하게 설계했다.

하지만 로스코가 원하는 것은 달랐다. 그는 늘 자신의 그림을 제대로 봐줄 관람객을 중시했다. 그림을 차분히 바라보고, 그림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감정에 집중할 ‘대화 상대(관람객)’가 없다면 그림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림과 마주 앉아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장소였다.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라”

로스코의 확고한 의지 덕분에 드 메닐과 필립 존슨은 화려한 예배당을 포기했다. 덕분에 이곳은 로스코의 바람대로 ‘명상의 장소’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로스코 채플에서 명상하는 방문자]

로스코는 “인간의 비극, 근원적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며 그림을 그렸다. 그가 스스로를 추상주의 화가라 부르지 않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사람들이 고통과 비극에 둔해지고 외면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림과 마주하라”는 그의 말은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라”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로스코 채플은 “일 년 내내 문이 닫히지 않습니다. 누구든 들어오세요”라는 환영 인사를 적어뒀다. 이슬람 신도와 기독교 신도, 불교 신도가 한 곳에서 기도하는 이곳은 일 년 내내 ‘더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로스코 채플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로 꼽힌다. 그러나 이곳을 방문한다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건 결코 아니다. 이곳은 돈을 내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관광지’가 아니다. 로스코 채플이 ‘평화’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유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정말 치열하게 그림과,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코 채플은 ‘조용한 싸움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로스코 채플이 재현되다

[turkishny.com]

소비적인 힐링에 지쳐 좀 더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하다면, 로스코 채플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마크 로스코의 말대로 “그림의 45cm 앞”에 섰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위로든, 비애든 관람객 각각은 다른 것을 느낄 것이다.

오는 3월 23일 시작되는 ‘마크 로스코 전’ 한 곳에 로스코 채플을 재현했다고 한다. 로스코 채플에 걸려 있는 그림들과 같은 시기에 그려진 로스코의 원화들이 섬세한 조명 아래서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그림을 해설하는 오디오도 이 방에서는 침묵한다. 사람이 몰리는 날은 로스코 채플을 제대로 체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능하다면, 사람이 덜 붐비는 날과 시간을 골라 혼자 미술관을 찾길 제안한다. 전시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인터파크에서 조기 예매하면 정상 가격의 20%를 할인 받는다. (☞예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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