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로스코 전 오디오가이드, 이건 연극이다"

2015-03-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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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시작될 마크 로스코 전에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최초는 물론 아시아

오는 23일 시작될 마크 로스코 전에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국내 최초는 물론 아시아 최초 워싱턴내셔널갤러리 소장 작품 대거 반출”

“마크 로스코 거대 유화 원화 50점이 걸릴 귀한 전시”

“철학자 강신주 박사의 미술 해설”

“국내 전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험액”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인 로스코 채플의 재현”

“마크 로스코의 전 생애 작품을 망라한 전시”

그리고 추가되는 또 하나의 수식어.

로스코 일대기 그린 연극 '레드' 대본으로 만든 오디오가이드

전시 가이드가 연극 낭독이라니,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궁금한 마음에 찾아간 녹음 현장, 그곳에서 만난 도전자는 배우 유지태 씨였다.

[연극하듯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한 유지태 씨 / 위키트리]

전시 공동 주관사인 코바나컨텐츠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오디오 가이드는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 ‘레드’의 대본을 바탕 삼아 제작됐다. 로스코가 낯선 관람객들이 좀 더 쉽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이런 방법을 생각했다고 한다.

글쎄, 연극 낭독을 들으며 그림을 본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 유지태 씨도 걱정스런 얼굴로 말한다.

“어려운데요...”

그러나 이 모든 걱정은 유지태 씨가 첫 문장을 낭독하는 순간 사그라졌다. 녹음 기사 님은 바로 알아챘다. “연습을 많이 해오셨네요!”

[유튜브 ‘wikitree4you’]

녹음이 끝난 후 유지태 씨와 ‘사담’을 나눌 기회를 잡았다.

오디오 녹음 가이드를 비롯해,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등이 공부가 되고, 견문이 넓혀져 좋다는 유지태 씨. 차분한 목소리와 진정성 있는 태도가 감명 깊었던 그와의 대화를 ‘위키트리’ 독자와 공유한다.

"내가 관심 있고, 즐겨보고 감동을 느끼는 장르는 깊은 드라마"

위키 : 독특한 오디오 가이드네요. 낭독 공연을 하셨어요.

지태 : 하하하. 그러게요. 도전이 됐습니다. 한참 연극 무대에 서지 못했는데 향수도 느껴지네요.

위키 : 녹음하면서 특히 궁금한 작품이 있었나요?

지태 : 마지막 작품인 ‘레드’를 보고 싶어요. 로스코 채플도 가보고 싶네요.

[일명 ‘레드’로 불리는 로스코의 마지막 작품 / Untitled, 1970.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위키 : 유지태 씨와 마크 로스코에겐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표현하고 싶고 소통하고 싶은 예술가적 욕구라 할까요. 유지태 씨가 표현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지태 : 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랑. 사랑이죠.

위키 : 사랑이요? 좀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지태 : 내가 관심 있고, 즐겨보고 감동을 느끼는 장르는 좀 깊은 드라마예요. 그냥 순간이 다 일 거라고 믿는 현세 사람들이 아닌 그래도 뒤를 돌아볼 수 있고, 옛 것을 보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깊이를 드러낼 수 있는 무엇. 그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로스코의 그림이 기대되기도 하고요.

위키 : 그런 면에서 로스코 작품과 맞닿은 부분이 있는 것 같네요.

지태 : 네. 맞닿아 있죠. 항상 자기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사유하고. 인생이라는 게 녹록지는 않잖아요. 예술을 하고 싶어서 자기 인생을 포기한 예술가들도 많으니까. 그런 영화 감독들도 많고요.

"복잡한 걸 심플하게 표현하는 것. 고수들이 하는 거죠"

위키 : 영화 ‘버드맨’이 떠오르네요. 사람으로서 사랑 받고 싶은 욕구,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전 이 욕구들이 사실 무척 비슷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태 : 그렇죠. 자기 존재를 존중받고 싶은 욕구. ‘버드맨’에는 인간의 여러 심리가 내포되어 있어요. 한때 잘 나가던 영화 배우가 인정받기 위해 연극 무대에 서죠. 같은 배우라도 평론가들이 다르게 평가를 내리고요. 배우 본인도 자신이 요즘의 ‘망토 입고 나오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며 편 가르기를 하죠.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려 한 것 같아요.

위키 : 네. 그래서 저도 울컥했어요. 참 인간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태 : 그러게요. 이냐리투 감독(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항상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아서 인상 깊어요. 그런데 만나보면 굉장히 가벼운 사람이더라고요. 하하.

[위키트리]

위키 : 재밌네요. 깊이 삶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한편으론 가벼운 자세로 살아간다는 거, 무척 매력적이잖아요.

지태 : 그렇죠. 마크 로스코도 심플하게 표현하는 걸 굉장히 지향했다고 하잖아요. 스티브 잡스도 자기 작품에, 아이폰에 심플함을 녹여냈고요. 복잡한 걸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고 심플하게 표현하는 것. 그게 고수들이 하는 거죠.

위키 : 유지태 씨도 감독으로서 그런 작품을 찍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지태 : 그렇게 하고 싶죠. 깊은 걸 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 할 수 있는지 이건 모든 감독의 숙제죠.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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