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들었을 때 팔과 다리가 사라져 있었다"

2015-05-2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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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 / SBS 스페셜 ‘균이 당신을 지배한다’ 영상을 이용해 만들었다] 지난달 2

[위키트리 / SBS 스페셜 ‘균이 당신을 지배한다’ 영상을 이용해 만들었다]

지난달 26일 SBS 스페셜 ‘균이 당신을 지배한다-세균숲 이야기’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케이틀린 도브로(21세) 씨가 소개됐다.

도브르 씨는 운동과 춤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두 팔과 두 다리를 잃었다. 원인은 교통사고도, 화재도 아니었다.

[이하 위키트리 / 유튜브 '한국수막구균성뇌수막염센터 KMC' 이용해 만들었다]

이동한(30) 씨는 병에 걸렸을 당시 17세 소년이었다. ‘한 번 아파봤으면’ 할 정도로 건강한 축구 선수였다.

어느 날 저녁 열이 난다 싶었던 그는 감기약을 먹고 잠자리에 누웠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팔과 다리가 사라진 뒤였다.

이정준(28) 씨 역시 16세 때 두 다리를 잃었다. 감기라고 생각했지만 증상이 급속도로 심해졌다.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균이 온 몸으로 퍼졌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도브르 씨와 이동한 씨, 이정준 씨의 건강한 몸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이 병은 세균성 뇌수막염이다. 도브르 씨는 폐렴구균에, 이동한 씨와 이정준 씨는 수막구균에 감염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초기 증세가 감기와 비슷해 의료진도 병을 제대로 진단하기 어렵다. 특히 이동한 씨와 이정준 씨가 앓았던 수막구균은 세균이 몸에 퍼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불과 하루 만에 피부괴사, 뇌손상 등이 진행될 수 있다. 심하면 사망까지 이른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낮은 예방 접종률 안타까워

세균성 뇌수막염은 흔한 병은 아니다. 때문에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예방에 무심한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접종할 수 있는 뇌수막염 예방 백신은 Hib, 폐렴구균, 수막구균 세 가지로 나눠진다. 그중 Hib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은 국내에 도입된 지 시간이 꽤 흘렀고,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됐다. 덕분에 무료접종이 가능해졌다.

반면 수막구균 예방 백신은 지난 2012년부터 국내 접종을 시작했다. 아직 많은 사람이 수막구균 예방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거나, 비용 혹은 흔한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방 접종을 하지 않는 실정이다.

서울 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 교수는 최근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린 환자를 치료했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 1월 만난 중학생 정군은 찜질방에 다녀온 후 가벼운 열기운과 근육통을 겪었다.

처음 찾은 병원에서는 감기라고 했다. 자정 무렵 발진이 나타나 응급실에서 정밀검사를 했고,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수막구균 감염에 의한 것이었다. 이미 신체 일부에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정군은 3개월 동안 피부이식 및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강 교수는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예방 접종을 통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정군의 사례를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수막구균 뇌수막염을 비롯한 세균성 뇌수막염은 선진국 영유아 및 어린이 10대 사망원인 중 하나일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그 위험성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150만 명의 5세 이하 영유아가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죽어가고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도 그중 하나다.

강 교수는 “최근 항생제에 대한 내성 문제가 생기면서 의료계에서는 예방 접종을 더 중시하고 있다. 수막구균 감염 환자가 2달 동안 지불해야 하는 치료비 또한 6천 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막구균 뇌수막염같이 발병률 자체는 낮지만 감염되면 치명적인 질환의 경우 비용과 효율의 문제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치명적인 후유증과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사전 예방을 다시금 강조했다.

[뇌수막염 생존자들 인터뷰 영상 / 유튜브 '한국수막구균성뇌수막염센터 K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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