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마을 103동 1304호가 아닌 우리 집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다

2015-06-2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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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과 내 방의 이름 만들어 주기

너희 집이 어디야?

우리 집 장안마을 103동...

래미O, 정말 편한세상, 파라지오... A동 2105호...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이 되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주택들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에 서울 마포 아파트가 건축되어 성공을 거둔 후, 아파트 건축은 급격히 증가하여 강남, 일산, 분당, 판교, 광교, 위례 신도시 등 대규모 단위의 단지가 형성되어 수도권 도시경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

노래 가사처럼 최근에 건축되고 있는 아파트들은 주민들을 위한 조경과 편의시설들을 확충하여 점점 더 편리해지고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 가족들의 안식처인 집이 점점 부동산의 가치만으로 바라보는 재산이 되어버리고 있다.

[경주 손씨 큰 종가로 양동마을의 시조가 된 양민공 손소(1433∼1484)가 조선 성종 15년(1484)에 지은 서백당(書百堂)은 양민공의 아들 손중돈 선생과 외손인 이언적(1491∼1553)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 사진 = 문화재청 제공]

우리 가족들의 공간인 우리 집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자!!

우리의 선조들은 이 땅에 지어진 건물들에게 사람의 이름만큼이나 정성을 기울려 집의 이름인 당호(堂號), 옥호(屋號), 택호(宅號)를 짓었다. 자신이 거처하는 방이나 집에 특정한 뜻을 담아 붙이는 당호와 택호, 그리고 옥호를 통하여 그 내부에서 거주하고 있는 문중의 품격이나 가세(家勢)를 엿볼 수 있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 학자인 정약용의 당호는 경거망동하지 말자는 의미에 '여유당(與猶堂)'이며, 법정스님이 거처하시던 암자의 당호는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곳이라는 뜻의 '수류화개실(水流花開室)'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한문을 접하기 힘든 현재 아이들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집과 자기 방의 이름을 지으면서 평소에 어려웠던 한자 공부도 하고 또 옛날 선비들처럼 서예를 써보는 기회도 가져보았다. (이하 사진 =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 제공)]

선조들의 얼과 정신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에서는 가족회원들을 대상으로 '우리 집의 당호 짓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뜻을 밝게 펼치는 집이란 뜻과 자매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이 들어간 '서예당(舒叡堂)'

마음이 부자인 집과 자녀들이 자라고 있는 방이라는 의미를 지닌 '부심당(富心堂), 청아헌(靑芽軒)'

사랑이 활짝 꽃피는 우리 집과 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나의 방은 '애화당(愛花堂)과 호서방(好書房)'

매일매일 웃는 일이 많고, 성악과 악기를 더 잘하고 싶으며 앞으로 서로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가족 개개인의 희망을 담아 '소소당(笑笑堂), 지음헌(知音軒), 상통헌(相通軒) '

마음을 크게 가지고 싶다는 오빠와 같이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싶다는 의미에 '대심헌(大心軒) 청심재(淸心齋)'

[내 방 앞에 붙여 방에 들어갈 때마다 쳐다보고 매일매일 생각하기 위하여 족자로 만들어서 붙인 청소년회원]

이밖에 맑고 깨끗한 잠을 자고 지혜를 기르자는 의미로 지은 '청몽재(淸夢齋)'와 '지양당(智養堂)', 자녀가 앞으로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배려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희망하여 붙인 '원유재(圓裕齋)' 등 가족들의 바람 또는 집 분위기와 어울리는 당호와 택호들이 지어졌다.

평소 선비마을 2단지 현대아파트 또는 102동 493호로만 불리는 우리 집에 의미를 부여한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이번 '우리 집의 당호 짓기' 프로그램을 통하여 가족들의 안식처인 집의 고마움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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