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단에 1000만원 기부한 92세 할머니

2015-07-1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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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던 셋째 아들이 죽자 그가 알뜰히 모아놓은 '없는 돈' 일부를 쪼개 천안시복지재단

함께 살던 셋째 아들이 죽자 그가 알뜰히 모아놓은 '없는 돈' 일부를 쪼개 천안시복지재단에 1천만원을 쾌척한 장금년(92) 할머니 / 천안시 제공(연합뉴스)

(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꼬깃꼬깃 아껴뒀을 돈이라 생각하니 이걸 받아야 하는건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팔목 골절상을 입고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90대 할머니가 함께 살던 아들을 잃고 눈물로 시간을 보내다 '거금' 1천만원을 천안시복지재단 '종잣돈'으로 쾌척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금년(92·경기도 안양시) 할머니.

최종재 천안시청 복지정책과장은 10일 "이틀전 장 할머니 둘째 아드님이 찾아와 1천만원을 내놓을 때 그만 울컥했다. 아직도 받을 걸 받았는지 혼란스럽기만하다"며 할머니가 내놓은 돈은 여느 사람들의 1억원 혹은 10억원에 버금가는 만큼 종잣돈을 잘 활용해 빠른 시일내에 복지재단을 설립,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슬하에 아들 딸 다섯을 두고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장 할머니는 오랫동안 경기도 안양에서 셋째 아들과 함께 살았으나 아들이 지난 4월 58세로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둘째 아들 이모(64·천안시 동남구 원성동)씨 내외는 혼자 남은 노모가 팔 골절상으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해하는 점을 고려해 즉각 천안 집으로 모셨다.

그러나 셋째 아들을 잃은 충격이 너무 컸는지 장 할머니는 둘째 아들 내외의 보살핌에도 괴로움을 못견뎌 하며 "말벗이 있으면 좋겠다. 또래들이 있는 데서 지냈으면 어떻겠느냐"며 간곡히 요청, 수소문 끝에 천안시 동남구 목천면 천안시립노인전문병원에 입원했다.

장 할머니는 "어느날 갑작스레 셋째 아들이 갔다.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평소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않고, 맛있는 것 한번 사먹지 않고 성실하게 돈만 모은 아들인데 황망하게 갔다는거지…하루하루가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말했다.

자식 잃은 마음이야 무엇으로도 위로가 될 수 없겠지만 풍족하지 못했지만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았던 셋째 아들을 생각하며 그가 모은 돈 일부를 기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 할머니는 "기부는 돈이 많아서 하는 게 아니고 적은 돈이라도 쪼개 쓰면서 하는 것이라는 아들의 말이 생각났다. 이렇게라도 해야 나 스스로 위안이 되고 먼저 간 아들 역시 환하게 웃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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