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성 결혼을 했다" 한국에 사는 두 여자 이야기

2015-07-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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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나(왼쪽), 김경은 씨 웨딩 화보 / 김경은 페이스북 "이성애자들이 서로 사랑하듯 우

 
이하나(왼쪽), 김경은 씨 웨딩 화보 / 김경은 페이스북

 

"이성애자들이 서로 사랑하듯 우리도 서로 많이 사랑하는 것뿐이에요. 그 감정은 감히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침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누군가 자신의 사랑을 무시한다면 그 누구라도 상처 안 받을 순 없잖아요. 사랑 그 외에 것들은 다 무시해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감정만큼은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희끼리 서로 숨어서 사랑해라' 이러는 분들 분명 있을 거예요. 왜 숨어야 하죠? 죄인인가요 저희가. 저도 남들처럼 자랑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럴수록 더욱 당당해 지고 싶어요"

몇 해 전부터 SNS에서 레즈비언 커플로 주목받고 있는 두 여자가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SNS 대문을 가득 채운 사진들이 이를 증명한다. 

웨딩드레스 입은 널 봤을 땐 기분이 굉장히 묘했어 그냥 이 꿈 같은 행복을 절대 그 무엇에도 빼앗기고 싶지 않아 나의 어떠한 것 보다 소중해 무튼! 사랑해

Posted by 이하나 on 2015년 7월 15일 수요일

맨날 맨날 잔소리..!!!

Posted by 이하나 on 2015년 7월 5일 일요일

'2012년 4월 2일 동성 결혼'이라는 글로 서로의 관계를 표시한 두 사람은 최근 웨딩 사진을 공개해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여느 커플처럼 SNS에 연애 일상을 전하고 있는 이하나(22), 김경은(20) 씨와 '대한민국에서 레즈비언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두 사람은 비밀스러웠던 첫만남부터 지난 3년의 이야기, 성소수자로서의 삶 등을 솔직하게 답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자고 접근했던 한 감독에게 원치 않는 잠자리를 요구 받았던 순간을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는 두 사람의 입장을 이하나 씨가 정리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터뷰 10문 10답이다.

 

1. 이하나, 김경은 씨 각각 프로필을 말해달라.

이하나(22) - 저는 현재 대학생 신분으로 1인 미디어 제작자 네트워크 '비디오빌리지'에 소속된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경은(20) - 저는 현재 홍대에서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비디오빌리지'에 소속돼 뷰티나 패션 쪽 영상을 제작 편집해 올리는 일 또는 SNS 홍보와 같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2. 성 정체성이 명확해진 시기는 언제인가.

이하나 - 계속 같은 동성을 좋아했지만, 남들과는 다른 저의 모습을 계속 혼자 부정하다가 중3 때 명확하게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제 성격이 낯가림이 굉장히 심해 누군가와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지만 눈치는 아주 빠르죠.

김경은 - 성 정체성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좋아하면 왜 안 되는가'라는 생각이 늘 있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상대(동성)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게 됐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잘 살자'라고 늘 생각하고 또 늘 밝은 생각을 하고 살아가려 합니다. 젊은 나이에 뭐 하나라도 도전하고 부딪혀보자 하는 마인드를 가진 김경은입니다.

3. 첫 만남은 어땠나.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이 닿아 처음 친구로 만나게 됐던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처음 본 순간 서로 '첫눈에 반했다' 싶었죠. 2012년 4월 첫 만남 당일 경은이가 고백했고 그날부터 바로 교제하게 됐습니다. 

4. 레즈비언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것 한국 사회에서 참 쉽지 않은 일 아닌가. 두 사람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400일쯤 관계를 이어오다 사람들 앞에 공개적으로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경은이가 저에게 작은 이벤트로 자신의 연애 상대를 자랑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곳에 우리의 만남을 소개하면서부터가 그 시작이었죠. '우리 이렇게 예쁘게 만난다고'

5. 모든 이들에게 "2012년 4월 2일 동성결혼"이라고 밝혔다. 웨딩 촬영 사진은 접했다. 따로 결혼식을 치렀는지 궁금하다. 

아직 따로 식을 치르진 못했어요. 아직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부모님께 벌써 '같이 살겠다' 이러고 싶지 않아서요. 내년에 졸업하는데 졸업하자마자 같이 살기로 했어요. 저는 서울에서 자취 중이고 대전에 사는 경은이는 일터가 서울이어서 거의 매일 봐요. 

웨딩 사진은 한국에 최초로 동성 웨딩 업체가 생겼는데 그쪽 업체에서 저희를 웨딩 모델로 섭외해 촬영하게 됐어요. 결혼식은 저희 둘 다 사회적으로 자리 잡았을 때 할 생각입니다.

6. 가족 반대는 없었나. 서로의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해달라.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어요.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저희의 행복을 항상 배려해 주시고 우선으로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죠. 정말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해 주세요.

7. 대한민국에서 여자 동성커플로 산다는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해달라.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은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죠. 우선 여자 둘이기에 무시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고 성희롱까지 받아요.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레즈비언 둘과의 잠자리에 패티시(성적 취향)가 있는 남자들로부터 실제 위협받은 적이 있었어요. 깊이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저희가 남자의 착각을 불러 오게 행동하진 않았습니다.

저희 커플에 대해 다큐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는 감독님이 있었어요. 영상을 한참 촬영했던 시기에 있던 일입니다. 그 사건 때문에 영상 제작은 무산 됐어요. 영상을 촬영하면서 좀 친해져 저희와 술도 한 잔씩 하고 그랬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실 줄 전혀 상상도 못 했죠..

사과도 제대로 못 받았어요. '사과라도 제대로 해달라'는 말에 그 사람은 '가정 파탄 낼 일 있느냐'면서 뻔뻔하게 나오더라고요. 저흰 괜히 남자고 힘도 세니까 더 해코지 당할까봐 무서워 제대로 말도 못했어요. 

8. 각종 댓글이 넘쳐나는 SNS에서 두 사람은 당당하게 '동성결혼'을 드러내고 네티즌과 소통하고 있다. 두 사람의 페이스북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도 우리나라엔 여자 동성 커플들이 드러나 있지 않아서 같아요. 공개했을 당시 생각보다 많은 이슈가 됐어요. 처음에는 여자 동성 커플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심받았었던 것 같아요. 좋지 않은 시선도 많았고요. 

그런데 3년 넘게 저희가 만나는 모습들을 보시면서 악플은 뭐 아직도 있지만 그래도 많이 줄었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들이 너무 보인다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9.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동성혼이 합법화되지 않았다. 국내 최초 공개 동성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이들 부부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이 있다면 말해달라.

실제 김조광수 감독님과 배우자 승환 씨와는 안면이 있어요. 대단하시죠. 존경합니다. 그렇게 싸우기가 분명 쉽지 않은데 많이 힘드실 거에요.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들이라 많이 안타깝고 현실이 슬플 뿐이죠.

10. 두 사람이 꿈꾸는 미래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또 마지막으로 기사를 접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희가 꿈꾸는 미래는 대단한 부자 혹은 무엇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소소하게 같이 먹고 싶은 음식 먹으러 가고, 하고 싶은 것 같이 하고, 여행 다니는 것. 제일 어려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평범하게 결혼해서 부부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똑같은 사랑 하는 건데 이렇게 이슈화가 된다는 게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안타깝기도 해요. 이성애자들이 서로 사랑하듯 우리도 서로 많이 사랑하는 것뿐이에요. 그 감정은 감히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침해하면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누군가가 자신의 사랑을 무시한다면 그 누구라도 상처 안 받을 순 없잖아요. 사랑 그 외에 것들은 다 무시해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감정만큼은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희끼리 서로 숨어서 사랑해라' 이러는 분들 분명 있을 거예요. 왜 숨어야 하죠? 죄인인가요 저희가. 저도 남들처럼 자랑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럴수록 더욱 당당해 지고 싶어요. 

저희가 뭐라고 이런 말을 하는게 부끄럽긴 한데... 동성애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의 자존감을 너무 낮추지 마세요. 사람은 다 동등해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 인정받을 자격 있어요.

지난해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조사한 '한국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보고서'에서는 전체 응답자(3159명)의 45.3%가 현재 연애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가운데 25.5%는 동거중이라고 답했다. 또 40대 이상 응답자의 절반 이상(51.2%)은 5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세계 21번째로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지난 6일 한국에서는 최초로 '동성혼 허용' 관련 재판이 열렸다. 이번 소송은 2013년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씨가 서대문구청이 혼인신고서를 '불수리처분'한 데 대한 불복소송으로 진행됐다. 

재판에서 김조 감독, 김 대표 측 변호인은 4주 정도 자료제출 준비를 위한 시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심문기일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