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왕자의 난' 신격호 변수 급부상

2015-08-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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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고유선 기자 = 롯데그룹 '왕자의 난'에 '신격호 변수'가 급부상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서명한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해임 지시서가 공개된데 이어 이번에는 이런 내용의 신 총괄회장 육성까지 공개됐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신 회장에 대항하기 위해선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 등 일부 친족들이 "신격호의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공언, '신동빈 대 반(反) 신동빈' 구도로 흐르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의 가변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3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7월 17일자 문서를 공개했다.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이틀만에 만들어진 문서다.

신 총괄회장이 글씨를 쓰지는 않았지만 서명을 하고 도장도 찍었다는 게 문서를 공개한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실제로 문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것으로 보이는 직인도 찍혀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달 27일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신 회장 등을 해임한 것이 아버지의 결정이라는 내용의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녹음에서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다카유키 사장)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신 전 부회장에게 물었고,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사장을 맡고 있다"고 답하자 다시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되물었다. 이어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덧붙였다.

신 총괄회장은 쓰쿠다 사장의 직위해제를 결정한 이후 '열심히 하라'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데 거기서도 제대로 잘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경영권과 전혀 관련 없는 분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라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서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며 "모든 의사결정은 상법상의 절차와 결의를 통해서만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 일가는 '반(反) 신동빈' 세력으로 결집하는 형국이다.

롯데 일가는 이날 저녁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신 전 부회장 자택에서 신 총괄회장 선친의 제사를 지냈다.

신선호 사장은 오후 9시 20분께 제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무 말 없이 제사만 지냈다. 회의도 안 했다"면서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격노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보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신영자·신동인은 물론 신동주도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씨,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5촌 조카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은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신 사장의 말과는 달리, 당시 자택에 있었다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만약 제사에 참석했다면 친족들과 '반 신동빈' 대책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신 사장은 신 전 부회장 자택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 "(신 총괄회장이) 동주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차남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한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일본에 체류하면서 롯데홀딩스 이사 및 주주에 주력하고 있는 신 회장은 내주 월요일쯤 귀국해 후계구도의 핵심 키를 쥔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설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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