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라는 단어가 왜 나빠?" '보지파티' 인터뷰

2015-08-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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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파티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던 지난 6월 말. 트위터에 #보지파티

보지파티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던 지난 6월 말. 트위터에 #보지파티 #보지풀빵이라는 해시태그가 도배됐다. 괜히 낯 뜨거운 기분에 읽기조차 망설여지는 단어였다.

보지파티가 대체 뭐길래? 궁금증이 들어 트위터를 살펴보다가 '보지파티'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을 발견했다. 프로필 사진에는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보지풀빵'이라 적혀 있었다. 시선을 압도하는 비주얼이었다.

이에 잠시 당황했으나 뒤를 돌아본 뒤 다시 계정을 찬찬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보지파티에서는 생각보다 심오하고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고 있었다.

보지파티는 '보지'는 여성 성기를 나타내는 순 우리말인데, 여성이 자신의 보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저속하고 남성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일이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었다.

또 이들은 "보지가 비속어이면서 조롱의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기에 굳이 사용했다"며 "순 우리말인 보지가 여성 비하의 표현으로 쓰이는 현실을 비판하는 동시에 맞서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보지파티는 보지를 본떠 만든 '보지풀빵'을 판매하고 있었다. 보지풀빵은 마들렌 반죽을 성기 모양으로 구워 여러 가지 잼을 바른 것이었다.

이에 몇몇 트위터리안들은 거부감을 나타냈다. 예상되는 반응이었다. 이들은 "의도는 좋지만 기분 나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보지풀빵에 굳이 보지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했나", "그렇게 노골적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생각이 든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보지파티를 지지했다. 이들은 "유쾌했다", "민망해도 좋았다. 인터넷에서 익명으로도 차마 보지라는 말을 할 수 없었는데 오프라인에서 보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보지보지 하는게 쉬워졌다"며 호응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들은 퀴어문화축제에서 구매한 보지풀빵 인증샷을 자랑스럽게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즐거운 놀이를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보지라는 단어를 트위터에 적고 있었다.

이쯤 되니 문득 트위터를 보지 파티장으로 만든 당사자가 누군지 궁금해졌다. 이에 보지파티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7월 초 서면으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약 1달이 지난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보지파티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1.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해달라.

보지파티는 20대 중반의 레즈비언 세 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모두 미술 관련 전공자이며, 트위터에서 만나 팀을 결성하였다.

2. 보지파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작년 말에 보지파티 팀원 중 한 명이 자지 모양 빵은 있는데 왜 그 반대는 가슴 모양 빵인가? 보지 모양 빵은 없는가? 물음을 제기하였다.

제기된 물음을 본 다른 팀원이 보지풀빵 상상도를 그려서 트위터에 올렸는데, 그게 트위터 및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상당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건 자지 모양 빵이나 자지로 가득한 카페 인테리어에 대한 반응과 상당히 다른 것이었다.

우리들은 이러한 반응들에 놀랐고, 보지 모양 빵이나 상품을 만들어 내놓는 일이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왜 남성의 성기에 비해 여성의 성기는 재현되지도 않는가? 이것이 우리가 제기하는 질문이다. 처음엔 빵뿐이었지만 이후 보지를 재현하는 여러 굿즈들을 제작, 판매하게 되었다.

3. 보지풀빵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왜 빵인가?

남성의 성기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식품이나 제품으로 많이 재현되어 왔다. 그런데 보지, 즉 여성의 성기는 그렇지 않았다. 성교육 책에서도 질과 자궁이 주로 강조될 뿐, 외음부는 잘 나오지 않는다. 보지는 가려져 있다. 그래서 보지를 드러내 보자는 것이 목표 중 하나였다.

파티원들이 모두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으면서 사랑하는 대상인 보지를 빵으로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였다.

제주도의 러브랜드에서 자지 모양 빵을 팔고, 외국에서도 버자이너 컵케이크라고 검색하면 관련 사진이 많이 나온다. 참조할 수 있는 선례가 풍부하다는 점 때문에 빵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축제에서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비누나 초 같은 다른 상품들도 생각했지만 그건 팔자마자 바로 써 볼 수는 없는 상품이라서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4. 보지풀빵에 대해 거부감과 불편함이 느껴지고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말씀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보지의 형상을 본뜬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 또 하나는 보지라는 단어가 문제라는 분. 형상을 본뜬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자지를 재현한 것에 비교해 어느 한쪽이 더 선정적이라고 생각되는 게 아닌지, 그렇다면 왜 그럴지 생각해 보아주셨으면 좋겠다.

보지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어쨌든 현재는 비속어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그러나 옛날 사전들을 찾아보면 그냥 여성기의 순우리말 표현이라고 적혀 있을 뿐, 비속어로 생각되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여성의 외음부를 가장 명쾌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가 '보지'라고 생각해서 사용한 것이다.

혹시 '보지'라는 단어가 비하의 목적으로 자주 사용되어서 단어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 주셨으면 좋겠다. 보지파티는 '보지'라는 단어가 여성에 대한 비하적 의미가 아닌, 보지 그 자체를 가리키는 데 사용되기를 바란다. 사실,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하고 있었다.

5. 현재까지 판매 개수는?

서울 퀴어문화축제에서 약 400개로 가장 많이 팔렸다. 이어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 약 60개, 프라이드페어에서 70개가량 팔렸다. 모두 더하면 약 530개 정도 된다.

6. 보지풀빵을 사는 사람의 비중은 어떻게 되나?

대체로 젊은 여성들이 많이 구입한다. 성별 비중을 따지면 여 7: 남 3 정도 되는 듯하다. 빵에 흥미를 보이는 이들이 많이 구매한다.

7. 판매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는지?

판매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인터넷에서 반대 여론이 많이 일어서 걱정했는데, 혐오 행동을 실제 행사장으로 끌고 오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는 "보지파티가 뭐야!"라고 부스 앞에서 반복해 외치는 분도 계셨는데, 스태프 여러분들께서 잘 대응해 주셨다.

다만 보관과 이동에 있어 살짝 어려움이 있었다. 마들렌이기 때문에 유통기한도 한정되어 있고 보관 시에 빵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8. 보지풀빵을 판매하는 것 외에 진행하고 있는 일은?

현재 #보지파티에서는 #보지풀빵 외에도 여러 가지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보지티콘 티셔츠, 페미보지배지, 보지색칠책 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트위터 계정인 @bozzyparty에서 온라인 판매 중이다. 온라인 판매는 8월 중순 경에 종료할 예정이며 이후엔 오프라인 숍에 위탁 판매할 예정이다.

보지티콘은 보지모양의 이모티콘으로 ({i}) 이런 모양이다. 이 보지티콘이 들어간 페미니스트 단어를 #페미보지 라고 명명했다. 페미보지 단어는 fem({i})nist 라고 일컫는다.

이 외에도 보지파티에서는 호보호지 권유와 여성 성기 훼손(FGM) 반대의 메시지를 트위터로 계속 내보이고 있다. 호보호지는 호형호제에서 따온 단어로, 보지를 보지로 부르자는 말이다. 관련 만화를 트위터의 얀 님께서 그려주셨다.

9. 앞으로의 계획은?

다른 활동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2015년 안으로 해산할 예정이다. 파티원들이 개인적으로 보지에 관한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으나 아직 미정이다.

10. 마지막으로 위키트리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보지파티 남은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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