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남북 협상 지휘하며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2015-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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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새누리당 의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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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새누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스킨십을 통한 당청간 소통에 나서는 한편 4대 개혁 완수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함께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1시간 20여분간 진행된 이날 오찬 간담회에 새누리당 의원 159명 가운데 138명이 참석했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 논란으로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 중도하차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참석했으나 박 대통령과 접촉은 없었다.

의원들은 국회 소속 상임위별로 테이블에 앉았고, 헤드테이블에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정갑윤 국회부의장, 김정훈 정책위의장, 서청원·김태호·이정현·김을동 최고위원이 자리했다.

모처럼 여당 의원들과 함께 앉은 박 대통령은 오찬에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관련된 일화와 '부시맨 시리즈' 농담을 건네며 화기해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은 특유의 '말춤'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면서 "지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행사 막바지에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왔다"며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행사가 끝나고 말레이시아 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올 때 박 대통령이 함께 말춤을 추자고 하면 어떡하나 대단히 긴장했다"며 "다행히 춤을 추자고 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이처럼 나라 밖에서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며 참석한 의원들에게 정부가 하반기 주력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문화융성을 통한 창조경제 구현에 힘을 보태달라고 주문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또 박 대통령은 4대 개혁, 경제 활성화, 대북 문제 등 무거운 주제가 주로 얘기되면서 분위기가 엄숙해지자, 한때 유행했던 '부시맨 시리즈'를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꿨다고 한다.

오찬이 끝날 때쯤 김 대표가 역사 분야에 해박한 김희국 의원을 지목해 마이크를 넘겼고, 이에 김 의원이 "개혁이 성공하려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취지로 로마제국의 한 황제 일화를 소개하자 박 대통령이 이를 이어받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썰렁한' 반응으로 김 의원이 멋쩍어하자 "개그맨이라는 게 상당히 노력이 필요하더라"며 과거 개그맨 최양락 씨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만났는데, 부시맨이 아니더라'라고 했다는 '썰렁 개그' 한 토막을 소개했고, 이에 의원들이 박장대소했다는 것.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헤드테이블 대화 내용은 대부분 4대 개혁이나 경제활성화 등이었다"며 "당에 '숙제'만 잔뜩 안겨주면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중간 중간 농담도 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벼운 담소가 이어졌지만, 박 대통령은 밤샘 마라톤협상이 계속됐던 남북 고위급 접촉을 진두지휘하느라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실제로 참석자들이 "입장하실 때 얼굴이 안 좋아 보이더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며 긴장과 초조함 속에 남북 고위급 접촉을 지켜보고 지휘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이런 모습에 서청원 최고위원은 "남북 회담의 결과가 대통령의 좌우명인 원칙의 승리였다"고 건배사를 했고, 김을동 최고위원도 "초심을 잃지 말고 정신을 재무장해야 한다"고 선국후사(先國後私)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대북 협상 타결로 연찬회가 축제와 화합의 장이었으며, 이런 기세로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찬에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현기환 정무수석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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