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은퇴 앞둔 '꿈꾸는 다리' 노량진역 육교

2015-08-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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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 육교 하나 사라지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인가. 하지만 이 육교는 서울 노

이하 위키트리

 

육교 하나 사라지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인가. 하지만 이 육교는 서울 노량진 사람들에게 각별한 존재다. 오랜 기간 함께 해왔고, 다른 길보다 편리했다. 

나이는 1980년 9월생 35살이다.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다. 

'노량진역 육교'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 동작구청은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 도시미관 저해 등을 철거 이유로 들었다.

이 육교는 노량진역과 인근 학원가를 연결하며 그동안 수많은 수험생과 주민이 이용해 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낡을대로 낡아서 약간 무섭기는 했지만, 노량진! 하면 육교부터 떠올릴 사람 많을 걸"이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제 은퇴하라"는 핀잔을 듣고 있는 노량진역 육교. 27일 오후 육교 주변 사람들을 만나봤다. 이들은 노량진역 육교 '은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육교 인근 경찰공무원 학원에서 만난 김성준(24) 씨는 "없애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대뜸 말했다. 이유를 물었다. 그는 "바쁜 수험생들에게 이 육교만큼 빠르고 편한 길이 없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김상훈(24) 씨도 "수험생들에게는 시간이 중요하다. 횡단보도가 생기면 기다리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걸릴 듯 하다"고 밝혔다. 

 

육교 한편에는 노점이 있었다. 도장을 파주기도 했고 땅콩 등을 팔기도 했다. 절박한 걸인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18년째 노량진역 육교에서 도장 노점을 해온 김모(62) 씨는 "육교가 철거되면 당연히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며 "그런데 나처럼 길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힘이 없지 않냐"며 한숨을 내쉬웠다. 

 

육교를 지나던 주민 박모(45) 씨는 철거가 아닌 '보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멀쩡히 사람들이 잘 다니고 있는 육교를 왜 없애려고 하냐"며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다. 횡단보도가 대신 생기면 더 혼잡할 것 같다. 육교가 낡았으면 보수를 해서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작구청은 지난해 10월 주변 상가와 주민 2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0%가 육교 철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27일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간혹 육교가 출렁거린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노약자나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다"며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육교를 오는 10월까지 철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전히 이 육교를 아끼고 있었다.

오래된 시설은 허물어진다. 흔적은 사라지고, 함께 했던 시간은 추억이 된다. 

누군가는 노량진역 육교를 걸으며 꿈을 꿨을 것이다.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생각하며 고단한 하루를 위로했을 것이다. 이들에게 노량진역 육교는 '꿈꾸는 다리'다. 또 누군가에게는 바쁜 마음을 달래주는 편리한 길, 생계의 터전이 됐을 것이다.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노량진역 육교. 그래서 그의 '은퇴'는 노량진 사람들에게 '희소식'만은 아닌 듯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