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카카오'로…김범수 결국 '다음' 솎아내나

2015-09-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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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 뉴스1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한지 11개월만에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 뉴스1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한지 11개월만에 다음카카오 회사명을 다시 '카카오'로 변경하는 것을 놓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직합병으로 인해 빚어지는 내부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부터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의 조직내 영향력을 드러내기 위한 조치라는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1일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워 기업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다음과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합병으로 회사명이 '다음카카오'로 정해졌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로 성장한 모바일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다음은 PC포털에서 성장한 기업이어서 모바일 이미지가 약하다.

이에 따라 다음카카오는 '다음'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카카오' 이미지로 모바일 시장에서 승부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 기업으로서 본격 성장을 위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사명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의미를 풀어보자면 '다음' 브랜드가 모바일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합병 이후 다음카카오는 '카카오' 이름의 신규서비스는 연달아 출시했지만 '다음'과 관련된 서비스는 10여개 이상 접었다.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카카오토픽, 카카오픽, 카카오뮤직, 쨉, 카카오택시 등이 모두 지난해 10월 이후 시작된 모바일 기반 서비스들이다. 반면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 '카톡'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었던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은 지난 6월말 종료됐고, 다음클라우드는 올해말 접는다. 이같은 결정으로 다음카카오는 심각한 내부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명변경은 이같은 내부 불만을 단칼에 잠재우는 한편 김범수 의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이후 여러 서비스 내놓고 11개월간 같이 지냈지만 결국 온라인 기반인 다음을 안고 사업하기엔 태생적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것같다"고 말했다.

최근 김범수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대표이사도 전격 교체했다. 합병이후 줄곧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다가, 지난 10일 임지훈씨를 다음카카오 신임대표로 내정했다. 35세의 임지훈 내정자는 김범수 의장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벤처스타트업 전문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3년간 맡았던 인물이다. '김범수의 오른팔'로 꼽히는 임지훈 대표를 영입한 것은 김범수 의장 자신이 경영전면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관련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임지훈 내정자가 다음카카오 대표로 정식 취임하면 다음카카오 내부에 일대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털중심의 다음 서비스는 대부분 정리되고 카톡 중심의 모바일 서비스로 사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조직도 대대적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다음카카오는 내홍을 겪게 될 우려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의 모바일 보드게임 진출 발표와 임지훈 대표 선임도 결국 김범수 의장이 직접 경영에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김 의장의 지휘 아래 카카오의 수익화 고삐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겠지만 다음 직원들의 불만도 계속해서 쌓여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수히 나돌고 있는 억측에 다음카카오는 "사명만 카카오로 변경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포털 '다음'과 다음지도, 다음카페, 다음tv팟 등의 이름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바일에 집중하고 역량을 기울였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명변경도 모바일 플랫폼 기업으로서 본격 거듭나기 위해 잘 알려진 카카오를 내세우는 것이며 다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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