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을 터는' 인턴시대, 시리즈 첫회

2015-09-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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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턴, 아픈 현실.....우리 시대, 청년들이 소외받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겉돌고

청년 인턴, 아픈 현실.....

우리 시대, 청년들이 소외받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겉돌고 청년들이 기회를 박탈 당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우리 사회의 가까운 미래입니다.

위키트리는 이번에 새로 입사한 수습기자들에게 스스로 팀을 이뤄 자유로운 기획과 토론으로 청년 인턴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보도록 했습니다.

이들 생생한 청년들이 결정한 시리즈 제목은 '인간이 인간을 터는 인턴시대'이었습니다.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이제 우리가 이 목소리를 들어야할 때입니다. <편집자 주>

포기를 먼저 배워가는 대한민국 청춘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내고 또 털어내며, 탈탈 털리는 청년들이 있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뛰어 넘고 도달한 '인턴'이란 섬에 고립된 수 많은 청년들.

‘인턴’이란 두 글자의 쳇바퀴에 갇혀, 희망없는 미래에 체념하며 오늘도 서글픈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청년 인턴들의 고달픈 삶을 시리즈로 들여다 본다. 그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는 호모인턴스 시대>

어린 시절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인류의 조상변화에 대해 배웠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시작해서 호모사피엔스, 현 인류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지금 청춘들에게 인류변화는 '오스트랄로스펙쿠스'로부터 시작해서 현재 '호모인턴스'로 발전했을 뿐이다.

이하 위키트리

'오스트랄로스펙쿠스'는 토익, 학점 2종 스펙만으로 취업이 되던 호황기 취업준비생을 이야기한다면, 현재의 '호모인턴스'는 전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중된 청년 실업난 대책의 일환으로 2009년 청년인턴제도가 시작된 이후 2종 스펙쌓기를 넘어 '실무경험'이라는 이름의 체험 인턴이 시작했지만, 인턴 그 자체에 묶여 스펙도 잃고 미래도 잃어버린 청춘들을 말한다.

청춘들은 언제부터 인턴의 노예가 된 것일까? 인턴제도가 시작되기 전과 후, 그 과정 속에서 시대를 살아온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응답하라, 인턴시대>

04학번, "취업은 졸업하면 그냥 되는 거야!" "시키면 하는거지, 그게 뭐가 어려워?"

서울 4년제 경영학과를 졸업한 04학번 이민수(남,33)씨는 인턴을 해본 경험이 없다. 대학에 입학 한 후 국토순례 동아리에 들어 학교 별로 축제도 즐기고 방학 때는 국토순례도 했다. 4학년이 되어 취업을 위해 토익점수를 땄고, 국토순례 경험을 내세워 졸업하기 전에 한 회사의 영업팀에 입사했다. 그는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이 아닌 인턴이라도 하기 위해 매달리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열정이 부족해서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2009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서비스(1966년~2014년)'를 분석한 결과 대졸자 취업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08년(73.4%)으로 조사되었다. 이 씨의 경우 취업난이 지금과 같이 심해지기 전 비교적 쉽게 취업을 할 수 있었던 시대를 지나쳐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2009년 청년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청년인턴제도를 시행했다.

정부가 청년인턴제도를 시작하고 난 후 청년들은 다시 변화를 맞게 된다.

07학번, "인턴은 취업의 지름길 이었지!"

07학번 이다정(여,28)씨는 대학교 3학년 때 청년인턴제를 활용해 중소기업 홍보팀 인턴을 해 본 경험이 있다. 학점도 받을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했다. 인턴 경험은 미리 사회경험을 했던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듬해 졸업반이 되었을 때는 상황이 달랐다. 인턴 경험이 플러스가 되어 인턴을 했던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 것. 얼떨결에 취업을 하게 된 이 씨는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왜 인턴에 매달리는 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정씨의 경우 청년인턴제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의 권유로 인턴을 하게 되었다. 정부 주도 인턴제도 중에서 제일 먼저 시행된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경우 중소기업 인턴 일자리를 6개월 이내로 제공하고 정부는 임금의 50%를 최대 80만원의 한도로 지원하며, 정규직 전환 시 6개월간 추가 지원을 받았다. 실제로 사업성과와 관련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청년고용대책평가보고서(2010)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율이 80%에 달할 만큼 채용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인턴 정규직 전환율 파악조차 힘들다"

지난 7월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청년인턴제의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까지의 인턴 정규직 전환율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조사자료가 없어, 인턴들은 종료 후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지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5년에 이르러서야 2013년 인턴실태가 파악되고, 최근의 통계는 찾아볼 수 조차 없는 현실! 다만 실업률과 고용률을 토대로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짐작해 볼 뿐이다.

최근의 실업률 조사결과를 보면, 인턴들의 정규직 전환율이 과거보다 더 악화됐을 게 틀림없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9.4%로 전체 실업률 3.7%의 2.5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6월 청년 실업률은 10.2%로 외환위기 직후 인 1999년 이래 가장 높게 치솟았다. 청년 고용률 또한 7월 기준 청년 취업자 수는 402만 6000명, 고용률은 42.4%로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할 때 4% 포인트나 떨어졌다. 통계는 갈수록 청년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청년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더라도 인턴이란 경력을 쌓아야만 정규직에 '도전'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선망의 대기업 인턴을 하기 위해서는 수 백대의 일의 높은 경쟁률도 마다하지 않는 게 현실이 되었다.

12학번, "나는 일하는 투명인간!"

12학번으로 올해 졸업반인, 인턴생활 3개월 차, 4학년 박지수(여,23)씨는 156:1의 경쟁률을 뚫고 선망의 대기업 인턴이 되었다. 대기업 인턴만 하게 되면 미래가 보장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출근을 시작한 후 곧 무너져버렸다. 지수씨가 출근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책상에 놓인 신문들을 정리하는 일이다. 신문을 정리하고 나면 아침 회의 자료들을 복사하기 시작한다. 회의에는 물론 참여하지 않는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실로 들어가 먹다 남은 다과와 종이컵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선 할 일이 없다. 퇴근길에는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고치지도 못하는 불량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 그만 두고 다른 친구들처럼 고시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불쑥불쑥 치솟는다.

14학번, "그래도 나는 부러워!"

14학번, 2학년 장진우(남,21)씨는 매일매일 스케쥴이 꼼꼼하게 짜여있다. 목표는 졸업 전 취업에 맞춰져 있다. 아침 7시 토익학원으로 향한다. 토익수업이 끝나면 자습실에 들러 인턴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이력서를 작성한 뒤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중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 서둘러 가방을 챙겨 중국어학원으로 향한다. 중국어 수업을 듣고 난 후 바로 스피킹공부를 한다. 공부를 마친 후에도 진우씨의 일과는 끝나지 않는다. 쓸 수 있는 인턴채용공고가 있는지 찾아보고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요즘 그는 무급으로라도 인턴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인턴도 경험이 없으면 뽑아주지 않는다고 해 답답하다. '나는 왜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인가?' 잠깐 생각해 보지만 다시 두리번 두리번 채용공고를 찾게된다.

같은 청년끼리도 서로 다른 세대를 산 최근 10년!

04학번부터 시작해서 14학번까지.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청년들은 급격한 취업난을 겪으면서 같은 청년층끼리도 서로 다른 시대를 살게 되었다. 앞으로도 청년들의 '고용절벽'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인구층은 늘어나고, 나가는 인원은 정년연장에 따라 통제되기 때문이다.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될 청년층은 대학진학률 77.8% 세대로, 취업난은 지금보다도 훨씬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청년 인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갈 수 밖에 없다.

위키트리(인터뷰내용 구성, 시계방향)

<헬조선시대, 금수저 앞에 만민평등은 없다>

연합뉴스

지옥(Hell)과 한국(조선)을 합성한 신조어인 헬조선. 트위터에서는 헬조선 시대에 태어난 청년들을 위로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청년들은 태어난 환경에 따라 금, 은, 동, 흙, 똥 수저로 나눠지는 헬조선 계급사회에 맞춰 자신들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청년들의 꿈은 '헬조선' 탈출이다. 청년들은 헬조선 탈출을 위해 노력해 보지만, '경제력'과 '신판 음서제'라는 거대한 문 앞에 가로막혀 노력조차 포기하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금수저와 시작부터 다르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강진수(남,24)씨는 학자금 대출과 월세에 치여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생활에 들어가는 최저생계비 때문에 인턴을 하고 싶어도 급여가 적은 인턴은 지원 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런 그를 씁쓸하게 하는 것은 금수저를 문 친구다. 부모님을 잘 만난 친구는 취업 이야기보다는 뉴욕, 파리 등 여행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다. 친구의 용돈은 한 달 300만원. 친구는 평범한 회사 들어가서 일해봐야 월급 200~300선인데, 뭐 때문에 싫은 거 하며 그 돈을 받냐고 이야기 한다.

강씨는 그런 친구를 보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화가 난다. 자신이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 친구는 어학연수를 가서 외국어 실력을 쌓았고, 인턴이 되기 위해 수 십개의 이력서를 작성했을 때 친구는 아버지 지인 회사에 들어가 쉽게 인턴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는 이길 수 없다"며 원망하는 것 마저 힘들다고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취업박람회에서 열심히 메모하는 취업준비생들. 사진=연합뉴스

기업에서는 직무와 관련 없는 영어점수나 학력 등 단순화된 스펙으로 인턴사원을 뽑고 있지만, 이 자체가 기득권 계층에게 유리한 구조이다. 지난 6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에서 발간한 '청년구직자 취업준비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취준생은 취업사교육에 평균 3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취업 준비기간은 취준생 70%가 6개월 이상이라고 밝혔다. 최소, 그야말로 최소다, 180만원을 스펙쌓기를 위해 쓰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스펙쌓기 비용을 준비하는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청년들은 취업의 첫 관문에서부터 계급차별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취업준비생 박수민(23)씨는 "금수저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스펙이 있는데, 인턴채용 첫 단계에서부터 이러면 저는 다시 태어나야 하나요?"라며 기회의 평등을 가로막는 현실에 암담해 했다.

'인턴직에 매달려야 하는 암담한 현실'

기상캐스터 지망생인 이혜정(여,28,가명)씨는 꿈을 포기할 생각이다. 최근 기상캐스터 시험을 봤지만 현실의 차가운 벽 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험 준비 비용으로 10만원이 넘는 메이크업을 받고, 5만원을 주고 의상대여를 했다. 물론 시험을 보기 전 서류통화를 위해 30만원을 주고 프로필 사진과 포트폴리오 영상도 찍었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기회였지만 뽑힌 사람은 서류합격자 명단에 없던 사람이었다. 후문으론 대표의 지인 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런 현실을 보면서 혜정씨는 "돈도 없고 인맥도 없어어, 정규직도 아닌 파트타임 인턴직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이 지겹다"며 울분을 토했다.

청년 실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 와중에, 인사청탁 및 고용세습 등 소위 '잘 나가는 부모'를 둔 금수저 이야기는 정규직 채용에 가산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기업 같은 '고급 인턴'이나 전문성을 경험할 수 있는 언론사나 로펌같은 '전문 직종 인턴'등의 채용에도 깊숙이 개입되고 있다. 취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금수저'가 뿌리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청년대학생연합 김동근 대표는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한정적이고 그 일자리마저 어떤 부모를 가졌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실현가능한 작은 대안이라도 나오기를 절실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신조어도? 청년들은 괴롭다>

'청년인턴제도'가 시작되기 전과 후, 인턴에 대한 온도차는 극명했다. 인턴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청춘들은 자신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신조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그 신조어들 속에 고달픈 20대가 보인다.

1. 부장인턴

연합뉴스

인턴경험이 그 회사의 부장처럼 풍부한 사람을 찾는 회사를 비꼬는 말.

2. 돌맹이 인턴

pixabay

인턴 경쟁률에 밀려 인턴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20대들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 '차라리 돌맹이로 태어나면 인턴이 되기 쉬울 것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한 말이다.

3. 10만 양턴설

정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종합대책'을 비꼰 말. 3년간 일자리 20만개를 만들기로 했지만 그 중에서 12만 5천개가 인턴이나 직업훈련을 합친 수다. 10만 여명의 인턴을 양성한다는 내용이다.

인턴의 사전적 의미는 회사에 정식으로 채용되지 아니한 채 실습과정을 밟는 사원을 말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인턴의 실질적 의미는 무급에 가까운 페이를 받고 무한대로 일을 해주는 임시 아르바이트를 고급스럽게 바꿔 말한 단어일 뿐이다. 아울러 일자리를 찾으러 가는 고달픈 쳇바퀴다. 청춘들은 그 속에서 포기를 먼저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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