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값 미리 내줍니다" 미리내 운동 10문 10답

2015-09-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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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SNS에서 화제가 됐던 한 장의 사진,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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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화제가 됐던 한 장의 사진,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을 알리는 사진이다. '서스펜디드 커피'는 돈이 없어 커피를 사 먹지 못하는 노숙자나 불우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 두는 커피다.

이 운동은 우리나라에도 지난 2013년부터 실시됐다. '미리내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430여 개 업체가 참여 중이다.

'미리내 운동'을 처음 시작한 미리내 맨(Man) 김준호(43) 씨는 현재 동서울대 전기정보제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애플리케이션, 웹 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미리내 운동'도 기부와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인 '기부톡(현재 서비스 종료)' 개발 경험을 토대로 나온 운동이었다.

그는 "'기부톡'을 개발하고 많은 매체에서 기부톡을 언급해 사용자가 많이 증가했다"며 "하지만 '기부가 어렵다'는 선입견과 '나중에 돈벌면하겠다', '내가 불우이웃인데 무슨 기부냐?' 하는 벽을 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하고 연구하다보니 기부 이전에 먼저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함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그러던 중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서스펜디드 커피운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그것을 조사해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어머님께서 사회복지사로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것이 기부나 이런 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대표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 자신을 '미리내 맨(Man)'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에 대해 "저는 미리내 운동을 홍보하고 미리내 가게 사장님들 끼리 소통을 위해 다리역할을 하는 사람이지 가게나 기업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리내 운동'은 다양한 업종의 가게, 업체, 기업이 참여 중이다. 김씨는 "업종은 청소년 유해업소를 제외하면 왠만한건 다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리내 운동'은 반드시 불우 이웃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나눔 운동은 아니다. 나눔의 뜻만 가지고 있다면 기부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이하 '미리내 운동' 페이스북

'미리내 운동으로 기부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흐뭇한 추측을 하는 김준호 씨, 그가 위키트리에 전한 이야기다.

1. 미리내 운동 시작 계기는?

저는 미디어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전기정보제어과에서 임베디드 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앱개발이나, 웹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앱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러면서,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고, 외국 서비스들을 살펴보던 중에 '기부'와 관련된 서비스들이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

기부관련 서비스들이 잘 운영되면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외국 서비스 중에 'Cause World'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현재는 Shopkick 이라는 서비스로 진화됐고, 지난해 SK플래닛 미국법인이 인수), 베스트 바이(Best Buy)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매일 로그인만 하면 Karma라는 포인트를 제공했던 서비스다. 그 포인트로 다양한 곳에 기부를 할 수 있었다.

아주 재미있는 모델이었고, 벤치 마킹을 해서 뭔가 만들어봐야 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전화 통화를 기반으로 하는 '기부톡'이라는 앱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현재 서비스 종료)

기부톡을 개발하고 많은 매체에서 기부톡을 언급해 사용자가 많이 증가했는데도 '기부가 어렵다'는 선입견과 '나중에 돈벌면하겠다', '내가 불우이웃인데 무슨 기부냐?' 하는 벽을 넘기가 어려웠다.

기부톡은 내가 돈을 내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대신 내주는 모델이었는데도 위와 같은 이유로 사용자가 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원인을 조사하고 연구하다보니 기부 이전에 먼저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함을 알았다.

서로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면 기부에 대한 벽도 깨질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켐페인을 진행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서스펜디드 커피운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것을 조사해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님께서 사회복지사로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것이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할 수 도 있겠지만 다른 교육을 받거나 특별한 사명감을 같은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2. 이름 의미는 무엇인가?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은 외국 말이다. 맡겨둔 커피라는 뜻이라는데, 사실 서스펜디드라는 뜻은 공학적인 개념에서는 '하다가 중단된' 이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또, 프로야구 경기를 하다가 갑자기 비가와서 경기가 중단된 경우 '서스펜디드 경기'라고 한다.

선불 커피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건 뭘 선불로 내는건지 참여자가 한번에 알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왜 커피만 나누냐, 뭐든 다 가능하지 않냐?'는 생각을 했고, 커피뿐만 아니라 뭐든 다 된다는 개념에서 '가게'로 하자고 했는데...

선불가게, 서스펜디드 가게.. 뭔가 좀 어색하고 이상했다.

그러던 중 어차피 돈을 미리내고 가는 거니까 '미리내 가게'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을 미리내고 간다는 것은 참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거기다가 미리내는 순우리말로 '은하수'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은하수의 별처럼 나누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되고, 미리내면 미리내가 밝아진다는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3. 미리내 운동 현황은?

현재 약 430여군데가 참여중이다. 가게도 있고, 기업도 있고, 단체도 있다. 업종은 청소년 유해업소를 제외하면 왠만한건 다있다고 보면 된다.

뭐든 나눌수 있고, 구체적인 방법은 사장님들께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미리내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신청 대기중인 가게도 있다. 끊임없이 신청이 들어온다. 한번에 10군데 넘게 들어올때도 있고, 하루에 한 곳씩 신청이 들어올때도 있었다.

지난 1월에는 강릉에서 10곳이 한번에 신청했었다.

미리내가게 1호점은 경남 산청 덕산면의 후후커피숍이다.

4. 요식업 외 다른 업종은 어떻게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는가? 예를 들어 달라.

휴대폰 대리점은 중고폰을 미리내주면 그걸로 개통해주기도 하고, 팔아서 요금을 내주기도 한다. 목욕탕은 노인분들께 무료 목욕권을 드린다. 애견 미용실에서는 유기견과 유기묘 사료를 미리내주기도 한다. 동물병원은 유기견과 유기묘 치료비를 내준다.

우리가 직접 장사를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나눔의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제 장사를 하고있고, 가게의 상황과 고객들의 성향을 잘 아는 미리내가게 사장님들은 그 방법을 알고있다. 그분들이 자체적으로 잘 해주고 계신다.

미리내운동은 '누군가를 위해 내것을 미리내는 것이다'라는 취지만을 전달한다.

5.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예상했는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저는 제가 쌈짓돈으로 모아두었던 100만원을 10만원씩 10곳에다가 미리낸 다음에, 우리나라에도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10군데 정도 예상했다.

그런데, 갑자기 많은 가게들이 신청하게 되었고, 시작한지 6개월도 안되서 100여곳이 넘었다. 진짜 정신이 없었다.

6. '미리내 운동'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쉽게 나눌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누는 방법을 몰라서 못했던 분들이 동네 가게에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고, 또, 미리내가게 사장님들께서 그것을 실제로 투명하게 잘 전달해 주신다.

그러다 보니, 기부에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동네를 중심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아직 확실치는 않다.

7.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가게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mirinae.soso@gmail.com 으로 메일 보내주시면 된다. 미리내운동은 다양한 SNS 채널을 가지고 있다. 그 채널중에서 어느곳에서든지 참여의사를 밝여주시면 된다.

그러면 참여신청서와 안내문을 보내드린다. 모든 채널은 제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어디든 상관없다.

8. 본인을 '미리내 운동 본부' 대표가 아닌 미리내 맨(Man) 이라고 소개했다. 어떤 의미인가?

실제로 저는 대표가 아니다. 미리내 운동을 홍보하고 미리내가게 사장님들 끼리의 소통을 위해 다리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미리내운동은 현장에서 직접 진행하는 나눔 운동인데, 저는 가게나 기업을 운영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방문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다른 가게가서 전달하는 일밖에는 할게 별로 없다.

9. 어려운 점은 없는가?

미리내가게 사장님들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이다. 미리내 운동을 하면서 별의별 희한한 인간들을 많이 만났다.

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었다. 미리내가게 사장님들을 도와주려는 목적이 아니고 그 사장님들을 영업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힘들지 미리내운동을 하면서 가게 사장님들과 문제가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10. '미리내 운동'으로 훈훈한 사연이 많이 들려올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일일히 소개하기 어렵다. 미리내 운동 SNS에 사진과 함께 이러한 사연들이 올라와있다.

폐지를 주우며 생활비를 버는 할머니가 '미리내 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대구 미리네 가게인 '버거데이'에서 한 소년이 초코파이로 미리내 운동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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