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단 1대, '스타렉스 마을버스'에 대한 12가지

2015-09-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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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수 많은 버스가 도로를 누빈다. 그런데 성북구 정릉동에는 좀 특별한 버스가 있다.

서울에는 수 많은 버스가 도로를 누빈다. 그런데 성북구 정릉동에는 좀 특별한 버스가 있다. 서울에서 단 1대뿐인 '봉고차' 마을버스 성북05번이 주인공이다.

대진여객이 운행하는 성북05번은 버스 크기도 작고 노선 구간도 짧다. 아담한 체구에 초록색 패션, '정릉동 귀요미'로 불러도 손색 없을 듯 했다.

동네 누비는 '정릉동 귀요미'

애초 주민자치위원회 차원에서 봉고차를 운행하다가, 2001년 정식 노선으로 인가받았다. 하루 이용객은 운행 첫 해 하루 200명에서 지금은 60~70명 정도로 줄었지만, 여전히 이곳 주민이 아끼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말로만 듣던 성북05번 마을버스를 지난 2일 타봤다. 탑승 장소는 출발지이자 종점인 정릉2동주민센터였다. 국민대와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사이에 있는 곳이었다.

곳곳에 과속방지턱이 출몰했고 엉덩이를 가격했다. 버스가 언덕길을 힘껏 오를 때는 몸이 뒤로 기울어졌다. 커브길에서는 이리 쏠리고 저리 쏠렸다.

가혹한 도로환경은 버스와 승객이 '혼연일체'가 되게 만들었다. 투박한 승차감은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동네를 누비는 버스 창밖 풍경은 정겨웠다.    

특별한 버스와 첫 만남, 인상에 남는 점 12가지를 적어봤다.  

1.서울에서 1대뿐인 '봉고차' 마을버스

이전에는 기아 베스타, 현대 그레이스로 운행했다. 현재는 12인승 현대 스타렉스. 성북05번은 이 차종 1대로 다닌다.

이하 위키트리

 

2. 기사님도 단 1명이다

하일수(65) 씨. 2001년부터 성북05번 마을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기사가 되기 전 직업은 공무원.

 

3. 정류장은 고작 6곳, 왕복 2㎞도 되지 않는다 

정릉2동주민센터-중앙하이츠정문-중앙하이츠후문-정수초교-그린빌라-정수빌라 순환 노선.

 

4. 운행 시작은 오후 1시 30분, 기사님 식사 때는 잠시 쉰다

기사 식사시간은 오후 4시~5시. 막차시각은 오후 11시. 공휴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5. 여느 마을버스처럼 요금통·교통카드 단말기·노선도 등을 갖췄다

"있을 건 다 있다고~"

 

6. 다만 하차벨은 없다 ("내려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성북05번 마을버스 또다른 규칙! 마지막에 탄 승객은 문을 닫아야 한다.

 

7. 최신 시스템도 있다 일명 '후카'(후방 카메라)

차량 내부에는 뒤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다. 

 

8. 주로 언덕길을 오르내린다

성북05번이 다니는 언덕길은 걸어서 오르기 힘들 정도로 가파르다. (30대 중반인 나. 땀을 뻘뻘 흘렸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평소 운동 좀 할 걸...)

 

9. 좁은 골목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큰 마을버스는 골목길을 다니기 어렵다. (스타렉스보다 한단계 큰 마을버스는 25인승 현대 카운티)

 

10. "적자 노선이다" 

기사 하일수 씨는 "영리를 추구하면 운행하지 못한다.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지역주민에게 봉사하는 차원에서 운행한다"고 말했다.

정수빌라 주변 담벼락에 그려진 정릉동 지도 

11. 오후 10시 이후에는 정류장 주변 집앞까지 바래다 준다 

심야시간 여성과 노약자를 위한 '안심귀가 마을버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내릴 수 있다.

 

12. 기사님은 운전 중 멧돼지도 목격했다

성북05번 정류장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정수빌라. 기사 하일수 씨는 이곳에서 멧돼지가 출몰한 일화를 들려줬다. 길고 길었던 그의 이야기 요지는 '심쿵'.

home 손기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