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선물?" 실망스러운 '아기주민등록증'

2015-09-2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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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구가 홍보용으로 사용한 ‘아기주민등록증’ 사진(좌)과 실제 덕진구에서 발급한 ‘아기주민

덕진구가 홍보용으로 사용한 ‘아기주민등록증’ 사진(좌)과 실제 덕진구에서 발급한 ‘아기주민등록증’ 사진(우) / 뉴스1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최근 딸을 출산하고 출생 신고를 하기 위해 한 주민센터를 찾은 A씨(전주시 덕진구)는 ‘아기주민등록증’ 발급을 신청했다. 며칠 전 한 지역신문의 지면을 통해 관련 기사를 접했던 터였다.

덕진구는 올해 1월부터 출생신고를 마친 부모에게 자녀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억에 남을 출생기념 선물의 의미를 담은 아기 주민등록증을 무료로 발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주민등록증과 같은 모양과 재질의 아기주민등록증 사진도 신문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아기 주민등록증이 법적 유효증명의 효력은 없지만 출산장려 분위기 조성과 기쁨 주는 감동 행정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구청 관계자의 멘트도 달렸다. A씨는 아기주민등록증이 딸에게 작지만 특별한 선물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는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아기주민등록증을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신문에서 봤던 것과 달리 조악한 수준의 ‘품질’ 때문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일반 주민등록증과는 달리 아기주민등록증은 일반 종이에 비닐 코팅을 입힌 모습이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인 것.

A씨는 “상당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완성된 아기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너무나 실망했다”며 “입장을 바꿔서 담당 공무원들은 이 아기주민등록증이 아이의 출생 기념 선물로 제격이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장려 분위기 조성’이라던가 ‘기쁨 주는 감동 행정 실현’은 그저 떠들썩한 홍보 문구였을 뿐”이라며 “말 그대로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덧붙였다.

덕진구 측은 아기주민등록증 발급 제도가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덕진구 관계자는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를 받으면서 그 자리에서 아기주민등록증을 발급해야 하다 보니 신분증을 만드는 것과는 절차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것처럼 제작 기계를 동사무소에 비치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이 따로 세워져 있는 상황도 아니다”며 “좋은 의도로 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점차 자리가 잡히면 아마도 아기주민등록증 자체가 퀄리티 있게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까지 발급된 아기주민등록증은 30여개에 불과하다.

현재 많은 지자체들이 출산 장려 차원에서 아기주민등록증 발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를 비롯해 상당수 지자체들이 덕진구처럼 일반 종이에 비닐 코팅을 입혀 아기주민등록증을 제작하고 있다.

반면 성남의 한 주민센터와 같이 실제 주민등록증과 같은 수준의 품질로 아기주민등록증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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