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주도한 이탈리아인 대학생 "UN 인턴십은 명백한 차별"

2015-09-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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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 앞에 인간 사슬이 만들어졌다. 서로 손을 맞잡고 인

지난 22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 앞에 인간 사슬이 만들어졌다.

서로 손을 맞잡고 인간 사슬을 만든 이들은 바로 국제기구 유엔 인턴들이다. '유엔 인턴십'이라는 최고의 기회를 거머쥐고 세계적인 무대를 누빌 것 같지만, 이들이 손에 든 팻말 내용은 "무급 인턴십(Unpaid Untership)" "당신의 인턴에게 급여를 지급하라(Pay Your Interns)"였다.

이들은 지난 3월 조직된 미국 뉴욕 본부의 유엔 인턴과 젊은 직원들의 모임인 '공정하게 보상받는 양질의 인턴십 이니셔티브'(Quality and Fairly Remenerated Internships Initiative) 구성원이다.

이들이 자신에게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거리로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이하 Alessandro Greppi

"유엔 무급 인턴십, 엘리트주의적이며 차별적"

시위를 주도한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로스쿨에 다니는 유엔 인턴 알렉산드로 그레피(Alessandro Greppi)는 24일과 30일 위키트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UN 인턴십은 엘리트주의적이고 차별적"이라고 말했다.

뉴욕과 제네바가 세계적으로 물가가 비싼 도시라는 점에서 무급 인턴 제도는 제3세계 인턴들의 국제사회 진출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엔 인턴 구성원 가운데 개발도상국의 비율은 31%지만, 최빈국은 5% 미만이었다.

많은 유엔 인턴들이 뉴욕과 제네바에서 인턴십을 수행하기 위해 매달 1000~2000달러(한화 약 118만 원~ 236만 원)를 부담하고 있다. 그레피는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에게 무급 인턴십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인턴십을 시작한 그레피는 파리에서 뉴욕으로 건너왔다. 그는 현재 체류비 전액을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다른 인턴들 가운데 상당수가 친구 집에서 살거나 도심에서 먼 외곽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UN 무급 인턴십은 70년 가까이 무급 형태로 유지돼 왔다.
이번 문제가 촉발된 것은 지난 7월 한 청년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다. 유엔 제네바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데이비드 하이드가 높은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텐트에서 노숙 생활을 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후 하이드는 유엔 인턴직을 그만 두고 온라인 매체 '더 인터셉트'에 게재한 글에서 무급인턴십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텐트 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인턴의 세계사-한국사, 대책은?' 인턴시대 최종회

세계 인권과 불평등을 위해 일하는 조직인 유엔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른 이후 이곳 인턴들은 미국 뉴욕 본부 인턴 그룹과 제네바 인턴 그룹을 주축으로 유급 전환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유엔의 근본 정신을 되짚었다. "유엔은 주요기관이나 보조기관에 참가하는 남녀에게 어떤 제한을 둬서는 안된다"는 유엔 헌장과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똑같은 일에 똑같은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세계인권선언 23조를 들었다.

이에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국제기구 UN에 대한 흠집내기가 아닌 유엔 기본 정신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총장의 리더십 실망스럽다"

유엔 인턴들이 '인간 고리'라는 시위를 조직한 것은 반 총장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서다. 뉴욕과 제네바에 있는 인턴들이 작성한 공개 서한에 대해서도 별다른 응답이 없었기에 이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시위 이후 반 총장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UN 본부에서도 인턴과 반 총장과의 만남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뉴스1

반 총장이 과거에 했던 "'평화 건설자'인 젊은 세대에게 투자해야 할 시기"라는 발언에 대해 인턴 그룹은 "젊은 세대에서 '인턴'은 제외된 게 확실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Young people", except for interns, of course. #InternsWho? #FacePalm #UNpaid #UNpaidisUNfair

Posted by Quality and Fairly Remunerated Internships Initiative - QFRII on 2015년 9월 10일 목요일

인턴 그룹이 반 총장 입장 표명을 이끌어 내려는 이유는 유엔 인턴 문제가 결국 UN 수장인 반 총장 결정으로 풀 수 있는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유엔 인턴 수와 급여 문제 등은 총장 고유 권한이다.

교황도 청년 문제에 목소리 내다

지난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제와 사회적인 배제는 인간 활동에 대한 완전한 거부이며 인권과 환경에 대한 중대한 범죄"라며 "가난한 이는 범죄에 의해 가장 고통받는 이다"라고 말했다.

청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지도자들은 위엄있고 적절한 보수로 고용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Pope Francis supporting our cause at #UNGA: "Economic and social exclusion is a complete denial of human fraternity...

Posted by Quality and Fairly Remunerated Internships Initiative - QFRII on 2015년 9월 25일 금요일

그레피는 "정당한 보수 없이 일하는 것이 지리적, 사회적 특권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며 "유엔이 무급 인턴십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턴십을 유지할 여력이 없는 비영리단체가 청년들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고 운영되는 현재 행태를 중지해야 한다"며 "앞으로 UN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년 단체들과 연대해 청년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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