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하면 침묵시위" 휴대전화 중독된 요즘 청소년

2015-10-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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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서울=뉴스1) 사건팀 = # 학부모 정모(46·여)씨는 휴대전화를 쥐고 사는 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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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사건팀 = # 학부모 정모(46·여)씨는 휴대전화를 쥐고 사는 중학교 2학년 딸 때문에 늘 머리가 지끈거린다. 정씨는 "휴대폰을 보며 길을 건너다 신호를 무시한 오토바이에 치일 뻔했던 적도 있다"며 "그런데도 딸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뒤처질 수 없다며 종일 화면만 들여다본다"고 하소연했다.

# 등하교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쪼개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는 고3 수험생 김지현(18·충북 청주시)양은 툭하면 휴대폰을 압수하는 엄마가 너무 얄밉다. 그럴 때마다 항의의 뜻에서 침묵시위를 하지만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김양은 "엄마와 말하지 않는 것보다 핸드폰이 없어 겪는 불편함이 더 크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눈만 뜨면 휴대폰부터 찾는 청소년 자녀와 틈만 나면 '압수하겠다'고 잔소리하는 학부모 간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휴대폰 압수는 일상이고 망치로 휴대폰을 때려 부수거나 변기에 넣어 돌렸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휴대폰 압수나 극단적인 모습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휴대폰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자녀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틈만 나면 휴대폰, 압수하면 침묵시위…어찌해야 하나"

휴대폰을 두고 학부모와 자녀간 갈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 학부모가 휴대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자녀들을 걱정하면서도 뚜렷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한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쌍둥이 자녀를 둔 안모(44·여)씨는 휴대폰만 바라보는 자녀들을 걱정하면서도 잔소리 외에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안씨는 "마음은 답답하지만 사춘기인 아이와 관계가 더 나빠질까 휴대폰을 뺏지 못한다"며 "아이가 스스로 잘 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휴대폰을 압수했다가 자녀와 사이가 멀어진 학부모도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김모(42·여)씨는 휴대폰을 쥐고 살며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딸의 행동이 지나치다 싶어 휴대폰을 뺏었다가 딸과 한동안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휴대폰을 두고 골머리를 앓는 데는 휴대폰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는 이유도 있다. 한 학부모는 "휴대폰을 압수했더니 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휴대폰이 없으면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진다는데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휴대폰에 빠져 사는 학생들도 방법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중학교 2학년인 A양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페이스북에 중독되는 것 같다"며 "재미도 없고 알 필요도 없고, 가끔 야한 것도 많이 올라와서 끊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면 또 SNS에 들어가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김양도 "휴대폰을 보느라 늦게 잠들 때는 휴대폰이 일상생활이나 성적에 지장을 준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며 "하지만 휴대폰을 만지고 있으면 재미도 있고 시간이 잘 가니 자제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폰은 청소년 표현·독립 욕구 해소 통로…이해 필요"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휴대폰 압수나 극단적인 모습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그보다는 자녀와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방수영 을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평소에 뭘 하는지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면서 "맥락이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하지 말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아이일수록 상황에 대해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지 않다 보니 공감이나 이해가 떨어지는 면도 있을 것"이라면서 "아이와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시간을 두고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우 숭실대 평생교육학과 교수도 "스마트폰을 하는 아이들은 게임 등 유흥 목적도 있지만 너무 할 일이 없어서 킬링타임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녀의 관심사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보다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모가 바쁘거나 아이를 지속적으로 챙길 수 없다면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 프로그램 등 사회적 교육을 받는 것도 좋다고 제언했다. 연예인들이 나와 휴대폰 중독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보여주는 콘텐츠를 보여주거나 한국정보화진흥원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는 '스마트쉼 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김미정 한국청소년상담 복지개발원 미디어중독 예방부장은 자녀들이 휴대폰에 빠져드는 욕구를 부모가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청소년들은 자기를 표현하거나 독립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데 학교·학원 생활로 바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이 욕구를 해소하는 통로"라며 "학부모들은 휴대폰의 이러한 순기능을 건전하게 사용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서 지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휴대폰 사용에 너무 민감히 반응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화가 이뤄질 수 없으니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사용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도 이를 지켜보는 것이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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