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가득 풍기는 '한국판 야시장'

2015-10-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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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지난 달 말부터 지하철 탈 때마다 눈에 띄는 광고물이 있었다. "한강의 밤에

이하 위키트리

지난 달 말부터 지하철 탈 때마다 눈에 띄는 광고물이 있었다. "한강의 밤에 펼쳐지는 환상시장!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평소 야시장에 관심이 많던지라 친구에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어차피 가봐야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데..."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그래도 대만, 홍콩 여행 때 경험한 야시장은 색다른 추억을 만들어 주었기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해외 '야시장'의 추억은 한국에 돌아와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모두가 잠든 밤에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다시 '낮'을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레였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서울시가 주최하는 행사인데, 지난 1일 시작해 10월 한 달간 목, 금, 토요일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다.

지난 2일 퇴근하고 곧장 여의도한강공원으로 향했다. 택시 기사에게 "거기 있잖아요. 야시장! 거기서 내려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손님을 야시장에 내려줬다며 야시장 바로 앞에 차를 세워줬다.

택시에서 내리는 순간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보이는 야시장 풍경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여의나루역 2번 출구와 여의도한강공원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있었다. 야시장이 어딘지 찾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에 휩쓸려 저절로 야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했을 때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이 있었다. 푸드트럭 앞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저녁은 야시장에서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긴 줄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푸드트럭 앞에 줄을 선 사람들

인포메이션 부스 옆에 있던 서울시 관계자에게 "도대체 얼마나 사람들이 온 건가요?"라고 물으니 "셀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강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이 많다. 이 분들에게 새로운 문화예술을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다"며 "다른 곳보다 여의도한강공원은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답을 듣고 주위를 한번 빙 둘러봤다. 한쪽에서 성인 남성 키 5배가 넘는 도깨비 조형물 아래 셀카봉 들고 사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커플에게 다가갔다. "여기 왜 오셨나요?" 물으니, 손민현(25) 씨는 "그냥 재밌어 보여서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정말 재밌나요?"라고 물으니 손 씨는 "돈이 많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옆을 지나가던 이지은(17·여) 양에게도 다시 한번 "야시장 어때요?"라고 물어봤다. 이 양은 "초콜렛 산다고 용돈 다 썼다"며 "돈이 없어 이제 재미없다"고 아쉬워했다. 야시장을 즐기기 위해선 '돈'이 중요한 요소였다.

서울시는 이번 야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할 판매자를 지난달부터 모집했다. 이날 푸드트럭 31대와 150곳이 넘는 판매 부스가 들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오후 10시가 지나자 물건이 다 팔려 문을 닫는 푸드트럭과 판매부스가 3분의 1을 넘어섰다. 상인 장유진(38·여) 씨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청년 두 명이 의자에 앉아 공연을 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청년들

기타를 든 청년은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불렀다.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다른 한쪽에서는 마술사가 아이를 무대로 끌어내 마술을 선보였다. 아이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마술사 손에 끌려 무대에 나갔던 김민수(10) 군은 들뜬 얼굴로 "매일 엄마가 8시면 자라고 하는데 오늘은 9시가 넘도록 놀러 나오는 걸 허락해줬다.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밤 12시가 다 되도록 야시장을 찾는 사람들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하지만 푸드트럭 줄에 질려 저녁도 먹지 못한 난 편의점에 들려 라면을 사먹었다.

'먹거리'야말로 야시장의 쏠쏠한 재미 아닌가? 하지만 이날밤 찾아간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서는 물건을 사고 공연을 보는 게 가장 큰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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