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칠레 광부 미소에 반해 대서양 건넌 여성

2015-10-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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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0년 10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0년 10월 13일, 칠레 산호세 광산의 붕괴된 갱도 안에 갇혀 있던 광부 33명이 69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하는 모습은 이를 지켜보던 전세계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줬다.

그러나 당시 서른두 살의 독일 여성 멜라니 마이어가 TV를 통해 생중계된 구조 장면을 보면서 받은 것은 단순한 감동 이상이었다.

33명의 광부 중 16번째로 구출된 광부 다니엘 에레라의 환한 미소를 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호감을 느끼며 곧바로 사랑에 빠진 것이다.

영국 BBC방송의 스페인어 서비스인 BBC문도는 최근 광부 구출 5주년을 즈음해 이렇게 시작된 독일 여자 멜라니와 칠레 남자 다니엘의 러브스토리를 소개했다.

독일의 작은 도시 바인가르텐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던 멜라니는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우연히 전세계로 중계된 구조 장면을 지켜봤다.

화면 속에서는 당시 스물일곱 살로, 멜라니보다 다섯 살 연하인 다니엘이 16번째로 구조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다니엘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를 꼭 껴안고 "괜찮아요, 어머니. 이제 다 끝났어요"라며 환한 미소로 달랬다.

멜라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캡슐 안에서 다니엘이 미소 짓는 것을 봤다"며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고 곧바로 호감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곧 다니엘의 페이스북을 검색한 멜라니는 학교에서 배운 스페인어를 동원해 그에게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당시 전세계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비롯한 수많은 낯선 이들의 연락에 시달리던 다니엘은 멜라니 역시 자신의 생환 스토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중 하나로 여겼고, 며칠씩 답을 않거나 형식적인 답변만을 보내곤 했다.

"우리 이야기는 멜라니의 끈기로 시작됐어요. 당시 무척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으로 저에게 연락을 해왔죠. 그러나 멜라니는 달랐어요. 지치지 않았죠. 난 '사이버 러브'라는 걸 믿는 사람이 아니었으나 멜라니가 바꿔놨어요."(다니엘)

"제가 좀 참을성이 있어요. 처음엔 그냥 내가 다니엘에게 받은 첫인상이 맞는지 확인만 하고 싶었어요. 제가 맞았더군요. 다니엘은 바로 제가 상상한 그대로였어요."(멜라니)

둘은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다. 멜라니가 몇 차례 칠레에 가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멜라니가 TV에서 다니엘을 처음 본 지 4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멜라니는 10살 아들 노아를 데리고 칠레로 완전히 터전을 옮기기로 했다.

긴 비행 끝에 공항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던 다니엘은 멜라니에게 '깜짝 청혼'을 했고 둘은 11월 칠레 전통 의상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이들의 청혼과 결혼은 칠레 방송 칠레비시온의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돼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았다.

이후 칠레 중남부 산타크루스에 정착한 부부는 최근 소피아라고 미리 이름붙인 첫째 딸을 출산하기에 앞서 멜라니의 고향인 독일 바인가르텐에 잠시 머물고 있다.

사고 후 여러 차례 심리치료를 받은 다니엘은 다시 광부가 됐다. 극심한 사고 후유증에 시달린 33명의 광부 중 다니엘처럼 다시 광산으로 돌아간 사람은 많지 않다.

"분명히 비극적인 기억입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사고가 좋은 것들을 가져다줬죠. 사고 덕분에 아내가 생겼고 가족을 이뤘습니다. 인생이 바뀌었죠. 물론 좋은 쪽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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