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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집에서 키우는 수컷 강아지가 열일곱 살인데 몇 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어요. 제 늙어가는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슬프기도 하고, 어디 며칠 다녀오면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져 집을 비우기가 두려워요. 더 잘해줘야 하는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가면 조금 이따가 안아줘야지 하다가 하루가 가버려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옴니버스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에서 도도하고 까칠한 성격의 여배우 역을 맡은 가수 출신 여배우 성유리(34)를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성유리는 영화의 제목과 같은 말을 최근에 하고 싶은 적이 있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자신이 연예계에 막 데뷔했을 때부터 키우는 애완견 '잉잉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이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갑자기 너무 슬퍼지네요. (훌쩍) 제가 데뷔하고 나서 매니저 오빠한테 선물로 받은 강아지였어요. 그때가 생후 3개월이었는데, 이제는 할아버지가 됐어요. 노령에다가 관절이 좋지 않아 매일 진통제를 놓는데, 생각만 하면 미안해요. 제가 가수 활동할 때부터 배우가 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옆에서 함께한 사랑스럽고 고마운 존재거든요."

2003년부터 드라마 다수에 출연했고, 2009년 '토끼와 리저드'로 영화에까지 발을 들인 배우에게 '감정이 참 풍부하다'는 말은 당연한 수사일지 모른다.

한 시간 남짓했던 인터뷰에서 포착한 성유리의 또 다른 매력은 천성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함과 거침없는 자아비판이었다.

"영화에서 제 입지가 튼튼하지 못하잖아요. 성유리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려고 이번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거의 없을 거고요. 감독님이나 제작자분들도 긴가민가하시는 것 같아요. 저라도 입증된 것이 없는 배우에게 임팩트 강한 역할을 맡기기가 어려울 거에요."

연예계 데뷔 18년차의 가수 출신 배우지만, 영화배우로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가려는 자세도 느껴졌다.

이번이 네 번째 영화 출연인 성유리는 독립영화였던 전작 '누나'(2013)에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특별전'에 초청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였다.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에도 출연하면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저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보여 드려야만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영화) 다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밝고 착한 '캔디'같은 이미지라던지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어울린다는 선입견이 깊은 것 같아요. 이제는 제가 나이도 있고 하니까 감독님들 직접 찾아뵙고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요. (웃음)"

거듭된 질문에 성유리는 차기작으로는 20대의 풋풋한 사랑이 아닌 성인 남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진한 멜로' 영화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노출에는 자신이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아직도 자신이 '신인 배우'처럼 느껴진다는 그는 가장 큰 고민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로 '갈등이 생기면 피하려는 소심한 성격'이라고 했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제가 정말 일을 잘 못하거든요. 감독님을 탄다고 해야 하나…무서운 감독님 밑에서는 기를 못 펴요. 선배님들은 감독님과 기 싸움 잘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시는데…(웃음) 저는 갈등을 될 수 있으면 피하려는 소심한 성격이거든요. 연기를 하면서 제가 극복해야 할 점은 두려움인 것 같아요. 예전보다는 잘하는 편이지만, 의사표현을 잘하는 기술이 제게 가장 필요해요."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성유리가 나와서 안 본다는 선입견만 없어지면 좋겠다"면서 "연출자들이 캐스팅할 때 이 배역에 '성유리는 어떨까'라고 한 번이라도 거론될 수 있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드라마를 많이 해서 임팩트 강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뇌리에 박혀 있어요.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기자로 제가 돋보이는 작품 하나만 만나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가져요. 아직 해보지 않은 역할도 너무 많고요.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면서 작품 하나하나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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