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워너비 우먼' 15명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2015-11-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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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을 길고 가혹하지만 끝에 가서는 노력에 대해 보상을 받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해보자. 대

'경력을 길고 가혹하지만 끝에 가서는 노력에 대해 보상을 받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남성 마라토너는 "힘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라는 응원을 듣는다. 하지만 여성 마라토너가 듣는 메시지는 다르다. 군중은 "이렇게까지 달릴 필요는 없잖아!"라고 외친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저서 '린 인(Lean in)'에 실린 구절이다. 지난 7일 출간된 '워너비 우먼(Wannabe woman)'(출판사 와이즈베리)은 이 글로 책 머리말을 열었다.

와이즈베리

'워너비 우먼'은 이처럼 응원이 아니라 우려를 받으며 달려온 한국 직장인 여성 15명에 초점을 맞췄다. 공동 저자인 매일경제신문 김선걸·강계만 기자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여성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며 배려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이 남아 있다"는 문제인식을 가지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이 사회적으로 맞닥뜨리는 어려움과 극복 과정", "이들이 겪은 숱한 선택과 결단의 순간"에 주목했다고 한다.

저자들이 만난 여성 15명은 '워너비 우먼'이라는 제목처럼 소위 '잘 나가는 여자'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들의 빛나는 경력이 아니라, 밀어 붙여야 했고 포기 했었고 다시 일어섰던 지난한 과정에 주목했다.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6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대인기피증에 걸렸었고,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는 손님에게 멱살잡이 당하며 보조 미용사 시절을 버텼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은 사회초년생 때부터 겪어야 했던 정치 풍파 속에서 자기 중심을 잡기 위해 애써야 했다. 2002년 대선이 끝난 뒤에는 7평짜리 작은 오피스텔에서 옷 장사를 하기도 했고, 정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정치판을 떠나 언론사에 입사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남성 직원이 회식 자리에 빠지면 티도 안 나지만, 여성 직원은 육아 문제로 빠져도 뒷말이 많이 나온다"(박정림, KB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며 여성이 겪는 직장 생활의 현실을 꼬집는가 하면, "경력 단절 여성들은 남성처럼 학교, 군대, 직장 등에서 의리로 맺은 돈독한 인간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주변 사람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둬야 한다"(이민재, 엠슨 회장·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며 현실적인 조언을 전하기도 한다.

'워너비 우먼'에는 "한 여성의 직장생활은 온 우주가 나서야 가능한 것"(조윤선)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책은 선배 여성이 후배 여성에게 전하는 '자기개발서'에 그치지 않는다. '우주적 노력'이 필요한 여성 직장인들의 현실이 담긴 사회적 기록물이기도 하다.

책 곳곳을 주의 깊게 읽으면 여성 동료와 함께 일하는 남자들, 성 평등 사회를 이루는 데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참고할 만한 대한민국 직장의 현실, 이것을 살아낸 이들의 통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책에 실린 여성 15인 목록이다. (목차 순)

권선주 기업은행장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 현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회장

김 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박정림 KB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이민재 엠슨 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재경 삼성증권 상무

오인경 포스코경영연구원 행복한일터만들기TF 팀장(상무)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회장

권지혜 삼홍테크 대표

이스란 보건복지부 과장

김연경 서호주관광청 과장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 탈북 여성 1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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