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꼽은 전국 중·고교 '불량학칙' 사례

2015-11-2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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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일부 지자체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면서 교

이하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일부 지자체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면서 교육현장의 인권의식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학교가 복장 규제와 소지품 검사 등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통제를 일상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권단체 모임인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24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불량학칙공모전'을 열고, 전국의 중·고·교생들로부터 제보 받은 107건의 '불량학칙' 사례를 발표했다.

불합리한 상벌점제, 복장·두발 규제가 대부분이었고, 학생의 집회 참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에 대한 규제들도 포함됐다.

충북의 한 중학교는 외투 착용금지 규정 때문에 한겨울에도 외투를 입지 못하게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부산의 한 고교생은 귀밑 15㎝로 제한을 둔 두발 규정을 제보했다. 이마저 귀밑 7㎝가 넘어가면 한 갈래로 묶어야 한다고 한다.

부산의 다른 고등학교에는 손톱 길이를 1㎜ 이하로 유지하라는 규정도 있었다.

제보한 학생은 "손톱이 위로 떠서 자라서 짧으면 피가 나는데, 손톱 점검을 할 때마다 짧게 깎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중학생은 친구를 만나러 옆반 교실에 들어갔다가 벌점을 받았다.

이 학교 학칙에는 수업과 타인의 학습을 방해했을 때 벌점을 준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를 교사가 자의적으로 적용했다고 학생은 지적했다.

울산의 한 고교에서는 교사가 자체 규칙을 만들어 3학년 학생들에게 점심시간에 운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교과서나 참고서 이외의 책도 읽지 못하도록 했다. 다른 책을 읽다 적발되면 체벌을 했다고 한다.

경남 김해의 한 고교에서도 고 3학생이 축구를 했다고 공을 빼앗기고 벌점을 받았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지난 2012년 서울시교육청이 교내 집회 허용, 두발ㆍ복장 자율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울 학생인권조례안'을 공포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는 학칙에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담당 교사가 '학교장 추천권'을 들며 공휴일에도 성적상위권 학생들을 강제로 등교시켜 자습하도록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 학교는 건강상 사유로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못해도 학교장 추천전형 대상에서 탈락시키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이외에 경남 창원의 한 고교 등 다수 학교가 성적이 낮으면 학생회장·반장·부반장 자격을 박탈하도록 규정한 학칙으로 학생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의 한 고교는 학교장의 사전허락 없이는 어떠한 집회에도 참석하지 못하도록 규정했고, 부산의 한 고교도 집회 등 정치행위에 관여하면 퇴학시킨다는 규정을 뒀다.

이 밖에 많은 학생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행해지는 소지품 검사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다며 인권침해라고 입을 모았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는 "여전히 많은 초·중·고교에서 인권침해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학칙들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인권의 기준과 원칙이 학교에 스며들 수 있도록 문제 제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경기·광주·전북이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등 학생인권에 사회 전반의 관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학교들이 구습에 매달린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교육청 윤명화 학생인권옹호관은 일부 교사와 학교 책임자들이 사안의 심각성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중등교육법도 인권을 강조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체벌과 소지품검사, 불합리한 벌점제 등의 낡은 학칙을 그대로 가져가는 학교들이 많다"고 말했다.

윤 옹호관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혹여 이런 학칙들이 인권을 침해한다고 소송을 벌이면 학교들이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들이 하루빨리 시대상황에 맞게 학칙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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