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도서관?" 대형 독서테이블에 찬반 팽팽

2015-11-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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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처럼 변신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손

도서관처럼 변신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손때 묻은 책을 파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어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 17일 교보문고는 광화문점에 설치된 대형 독서 테이블을 공개했다. 일주일이 지난 25일,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광화문점을 찾아갔다.

서점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5만 년 된 카우리 소나무로 만들었다는 독서 테이블이 기다랗게 놓여있었다. 100명 정도가 넉넉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다.

이하 위키트리

군데군데 빈자리도 눈에 띄였지만 만석에 가까웠다. 과거 매장 곳곳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대형 테이블 외에도 광화문점 곳곳에는 소파, 벤치, 1~2인용 의자 등이 있었다.

2인용 의자에서 안경을 낀 채 독서하고 있는 할아버지

독서 테이블 위에는 부드러운 빛이 나오는 조명이 설치돼 있었고 의자도 등받이가 있고 푹신한 종류였다. 사람들은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테이블에서는 권수 제한없이 구매하지 않은 책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소설부터 여행 서적, 자기계발서, 토익책까지 각자 가져온 책에 몰두하고 있었다. 소문대로 '도서관'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편안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책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독서 테이블이 생긴 이후 여러 번 이곳을 방문했다는 김태균(19·학생) 군은 "저번에는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며 "공부하기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책장 앞에 서서 진지하게 책을 고르던 이모 씨(52)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독서 테이블이 생겨서) 자기가 원하는 책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잡지 코너에서 만난 김영미 씨(여·26)는 "원래 서점에서 오랫동안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동안 읽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아쉬웠는데 (테이블이 생겨 좋다). 읽고 싶은 것을 고른 다음 독서테이블로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찾아간 교보문고 광화문점 독서 테이블에서 8권을 쌓아둔 채 읽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5권을 두고 읽던 남성은 얼마 후 책을 사지 않은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교보문고 측 시도가 무조건 '좋은 변화'라고 볼 순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여유롭게 사람들이 독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서점이지만 이에 따른 피해는 출판사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점에서 책을 읽은 뒤 사지 않는 경우가 늘면 손때를 탄 책들이 반품되고, 그 부담은 출판사가 고스란히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책을 구매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러 사람 손을 거친 책이 탐탁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4일 커뮤니티 베스티즈에 올라온 교보문고 광화문점 독서 테이블 관련 게시물에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일부는 "어차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잡지, 만화책 등은 (볼 수 없도록) 포장돼 있다", "책장 사이에 사람들이 가득해 통행이 불편한 것 보다 훨씬 좋다"는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 네티즌은 "결제한 책이 아니라 새 책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은 문제다. 손해를 서점이 아닌 작가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점점 당연하게 생각할 것 같다. 서점이 도서관인 줄 착각하게 되면 서점 직원 등은 곤란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구매자 입장에선 별로다. 사고 싶은 책이 한두권 밖에 안 남아있는데 손때 때문에 살 마음이 뚝 떨어진 적이 많다"는 댓글도 있었다.

"판매용과 독서용을 구분해줬으면 좋겠다"는 절충안도 있었다.

'서점의 도서관화'에 대한 우려에 교보문고 진영균 대리는 25일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원래도) 앉아서 책 읽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왕 책을 볼 거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점에서 도서관처럼 책을 볼 수 있으면 사람들이 책을 더 안 사지 않겠냐"는 질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매장 중앙에 테이블이 전면배치된 소규모 점포 '바로드림센터'를 오픈했다"며 "매출이 잘 나오는데, 테이블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손때를 탄 책은 구매자가 싫어하지 않냐"고 묻자 진 씨는 "독자들이 새 책을 대하는 에티켓이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서점이나 출판사들이 위협 받을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때를 못 참는 분들이 있다면 직원에게 새 책을 갖다달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비트 강혜민·권수연·손기영 기자가 공동 취재했습니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