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이명박 자택서 '3가지 실험' 해봤다

2015-12-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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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에 있을 때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퇴임 이후 국민의 한 사

전직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에 있을 때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퇴임 이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철옹성'에 둘러싸여 있다. 물론 이들에 대한 예우와 경호 문제 때문이지만 '친근한 전직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적절한 비유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가수 이광조 씨가 부른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가사 한소절이 떠올랐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난 난 잊을 테요~ ♬♪♩

지난달 30일 전직 대통령 자택(사저) 앞을 찾아가 봤다. 자택 측은 방문자에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이를 위해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3가지 실험'을 시도해 봤다. 얼마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해, 현재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씨 등 3명뿐이다.

실험 #1 자택 앞 지나기

이하 giphy

실험 #2 자택 사진 찍기

실험 #3 자택 경비요원에게 말 걸기

[노태우 전 대통령 자택] 

노태우 전 대통령 / 연합뉴스

 

첫 도전 장소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노태우 전 대통령 자택이었다. 도대체 어디가 자택인지 몰라 한참을 헤맸다. 거리에 물어볼 사람도 거의 없어 막막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자택 / 위키트리

 

동네 부동산에서 물어 겨우 노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냈다. 대문에 명패도 없었다. 나무와 높은 담 때문에 자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택을 경호하는 의경에게 말을 걸어봤다. "여기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자택이 맞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 "경호상 말씀드릴 수 없다" 등의 답변만 반복했다.  

잠시 뒤 "요즘 노 전 대통령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지금 자택에 안 계시냐?"고 질문하자 "그렇다. 어디 가신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가 이곳이 노 전 대통령 자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했다.

묻는 말에 대답은 해줬지만 의경이 나를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부담스러웠다.

노 전 대통령 자택 앞 통행은 자유로웠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자택을 찍으려고 하자 곧바로 의경이 제지했다. 그는 "이곳에서 사진 촬영은 지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자택이 궁금해 사진에 담으려고 한다"며 몇차례 사정하자 촬영을 허락했다.  

통행 ○ / 자택 촬영 △(일단 제지, 사정 말하면 허락) / 경비요원과 대화 ○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전두환 전 대통령 / 뉴스1

 

연희동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자택에서 성인 남성 걸음으로 10~15분 거리에 있었다. 역시 이정표가 없었고 어디가 자택인지 몰라 한동안 동네를 헤맸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부근. 골목 코너를 돌면 자택이 있다 / 위키트리

 

물어물어 전 전 대통령 자택 부근에 도착했다. 그러자 의경 한명이 나를 가로막았다. "무슨 일 때문에 왔냐?"며 용무를 물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이 궁금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골목 코너를 지나면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이냐?"고 질문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의경은 잠시 다른 경비요원과 무전기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지금 손님이 오셔서 여기를 지날 수 없다"며 자택 앞 통행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택도 촬영할 수 없었다. 

"손님이 없을 때는 자택 앞을 지날 수 있냐?"고 묻자 의경은 "그렇다. 하지만 일단 지나려는 사람에게 용무는 묻는다. 자택 사진 촬영은 그 때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근처까지 갔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통행 X(지휘관 판단에 따라 제지) / 자택 촬영 X / 경비요원과 대화 ○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이명박 전 대통령 /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다. 역시 찾아가기 만만치 않았다. 논현동은 연희동에 비해 새로 지어진 고급 주택이 많았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자택 대문 쪽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려있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 위키트리

 

자택 앞에 도착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그런데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마음 놓고 몇장을 더 찍었다. 자택 앞 통행도 자유로웠다.

"여기가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이 맞냐?"고 묻자 한 의경은 "요즘 인터넷 세상에 가면 다 있지 않냐"며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당시 자택에 있는지 여부는 알려주지 않았다. 

"아까 사진 촬영을 했는데, 이 전 대통령 자택을 찍어도 상관 없냐?"고 말하자 그는 "원칙상으로는 안 된다. 다만 나쁜 데 사진을 올리지 않을 것처럼 보여 제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곳은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앞과 비교할 때 분위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연희동에서는 자택을 경비하는 의경이 지나는 사람을 경계하듯 바라봤다. 묻는 말에 답을 해줄 때 표정도 경직된 편이었다. 하지만 논현동에서는 자택 앞을 지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덜 딱딱했다. 그래서 대화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눴다. 

통행 ○ / 자택 촬영 ○(원칙적으로는 안 된다고 말함) / 경비요원과 대화 ○

전직 대통령 자택 3곳 모두 찾아가기 쉽지 않았다. 막상 가더라도 오랜 시간 있기 부담스러웠다. 그야말로 큰맘 먹어야 했다. 평소 생각했던 것처럼 전직 대통령은 우리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자택 측이 방문자를 대하는 세세한 차이점은 있었다. 이날 전직 대통령 자택을 찾아갔을 때 '심적 부담감' 정도는 이랬다. 
이명박

  

전직 대통령 자택 경비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경비2과 관계자는 4일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경호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 자택 앞 통행 제지는 경호 규칙에 따른 것이 아니"라며 "지휘관이 현장 상황을 판단해 일부 거동 수상자에게 용무를 묻고 통행을 제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 자택은 보안이 요구되는 곳이기 때문에 경호 규칙에 따라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며 "다만 CCTV나 경비요원 위치 등이 노출되지 않는 곳에서는 지휘관 재량에 따라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즉 통행 제지는 현장 지휘관 판단, 사진촬영 제지·자택 여부 함구는 경호 규칙에 따랐다고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