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빨라야 득템" 입소문 탄 '코스트코 반품샵'

2015-12-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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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코스트코 반품샵' / 이하 위키트리 회원제 할인마트 코스트코 상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코스트코 반품샵' / 이하 위키트리

회원제 할인마트 코스트코 상품을 재판매하는 아울렛 매장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명 '코스트코 반품샵'으로 불린다.

'코스트코 반품샵'이라고 해서 모든 제품이 반품 상품인 것은 아니다. 코스트코 이월상품, 진열상품, 단순변심에 의한 반품상품, 패키지 손상 및 변경 상품이 판매된다. 냉장, 냉동식품을 제외한 코스트코에서 파는 대부분의 제품이 판매된다. 정가 대비 20%~70% 정도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다.

코스트코와 다르게 유료회원(연회비 3만5000원)이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고 결제 방식도 자유로운 점이 눈길을 끌었다.

언제 어떤 상품이 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어 '코스트코 반품샵'은 물건 없이 텅 비는 경우도 있다. 점주가 물건을 받는 시기가 불규칙하고, 코스트코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무작위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반품샵'이라고 불리는 곳은 서울지역에만 강동구, 금천구, 송파구, 동대문구, 은평구, 종로구, 강서구, 광진구 등 10여 곳에 흩어져 있다. 모두 개인 사업자들이 각각 운영하는 단독 매장이다. 매장 이름부터 할인율, 제품, 판매 방식이 제각각이다.

같은 물건이라고 해도 코스트코에서 안 팔렸거나 손상, 변경된 상품인데 괜찮을까? 인터넷에 '코스트코 반품샵'을 검색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을 찾아봤다. 일요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적한 도로변에 있는 20평(66m2) 남짓 작은 매장. "코스트코, 롯데빅마켓 전문 할인매장"이라는 글씨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코스트코 반품샵'

"코스트코 제품만 파는 게 아닌가 보죠?"라고 묻자 점주는 "롯데빅마켓 제품도 아주 조금 들어오는데 대부분 코스트코 물건이라고 보면 돼요"라고 답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정면에 보이던 카운터 뒤편 유리 장식장에는 DSLR 카메라와 빔프로젝터 등 전자기기 3개가 있었다.

왼편에는 주방용품, 초콜릿, 커피, 장난감, 기저귀, 청소기, 파스타 면, 그릇, 올리브유, 스텐드, 부츠, 수건, 캐리어 등이 진열돼 있었다.

여느 마트와 다르게 어디에 어떤 제품이 있는지 바로 알아볼 수 없어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봐야 했다. 오른편에는 성인, 아동 의류와 1인용 소파 1개, 모양도 크기도 다른 이불 10여 개, 발매트 등도 있었다.

'코스트코 반품샵' 내부

물건을 만지작거리자 점원은 "적혀있는 금액에서 20% 이상 할인되니 가격을 물어보세요"라고 말한다. 이 매장은 물건에 적힌 정가에서 평균 20%, 사용감이 남아있는 반품 상품은 최대 70%까지 할인해준다.

점원은 "살 게 별로 없죠? 물건 들어올 때가 됐는데 아직 안 와서 많이 빠졌어요"라고 말했다. 매장에 머문 30여 분의 시간 동안 5명이 다녀갔다. 몇몇 사람들은 이곳에 자주 오는 듯 "물건이 별로 없네"라는 말과 "물건 들어오면 문자 달라"며 연락처를 남기고 떠나기도 했다.

식품 종류를 제외하면 대부분 1개에서 4개 이내의 상품이 각각 남아 있었다. 박스 포장 제품 대부분은 누군가 열어본 흔적이 있었다. 약간의 하자가 있는 제품은 점원이 미리 안내한 뒤 할인 판매했다. 코스트코에서 묶음으로만 팔던 제품은 낱개로도 구매할 수 있다.

'코스트코 반품샵'에 진열된 식품

"물건 들어오는 날짜를 미리 알 수 없나요?"라고 묻자 점원은 "원래는 2주에 한 번 정도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좀 늦네요. 물건은 1톤 트럭 2개에 가득 차서 와요. 당일은 정리하느라 안 열고 그 다음 날 오시면 돼요"라고 했다.

이곳 단골손님들은 대게 상품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고 매장에 온다. 점원은 "입고 공지 후 매장 오픈하는 날이면 고객들이 몰려와 제품을 쓸어간다"고 주장했다. 또 할인폭이 큰 상품과 인기 식품은 매장 오픈 당일 대부분 팔린다고 전했다.

한 '코스트코 반품샵'에서 온 알림 문자

사용감이 있는 반품 상품이라 반값에 판다는 소형 LED 빔프로젝터가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간단한 생필품 하나만 사들고 매장에서 나왔다.

다른 매장도 가봤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매장이었다. 당시 화요일 오전 입고된 물건을 정리하고 판매를 시작한지 1시간 쯤 지난 상황이었다.

오픈 1시간 뒤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코스트코 반품샵' 상황이 담긴 VR (이미지 클릭 후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보세요) / 이하 위키트리

예상과 달리 '제품을 쓸어가는' 고객은 보이지 않았다. 30평(99m2) 규모 매장에는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 4명이 전부였다.

점원에게 물어보니 이미 늦었다고 했다. 10시 오픈 전부터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이미 한차례 다녀간 뒤였다. 식품 종류가 가장 먼저 빠졌고 입고된 물건 가운데 20% 정도가 이미 팔렸다고 했다. 점주는 "좋은 제품일수록 빨리 빠지고, 많이 들어온 상품일수록 물건을 빨리 빼려고 할인율을 크게 둔다고 했다"

식품은 특히 유통기한 확인이 필수다. 50% 이상 할인했던 티백 차 종류는 유통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 매장에서는 가격을 좀 더 유심히 살펴봤다.

커클랜드 퓨어올리브유 1개 1만 5000원, 헝가리안 거위털 이불 싱글 12만 8000원, 센타스타 원터드림 이불 싱글 7만 5000원, 테팔 엑셀리오 전기그릴 12만원, 로스트란드 스웨디쉬그레이스 6P 세트는 13만 6000원, 크록스 레이 웨지 샌들 오트밀 색상 4만원, 스팸 200g 2500원, 네추럴펙터스 씹어먹는 비타민C 500mg 180정 2만 3000원, 프리미어 프로틴 개당 1700원, 덴비 임페리얼블루 중접시 개당 1만 4400원, 버츠비 바스 세트 4만원.

코스트코 정가에서 평균 30% 이상 할인했다는 제품 가격이다. 검색해보니 인터넷 최저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매장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20% 특별 할인이 추가돼 평소보다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코스트코 반품샵' 판매 상품

서울에서 5개월째 '코스트코 반품샵'을 운영하는 조모(39) 씨에게 매장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 씨는 "코스트코 상품을 받아 우리 같은 개인사업자들에게 공급하는 벤더(판매 에이전트)가 따로 있다. 저희는 벤더와 계약을 해 물건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스트코 창고에서 대략 주 단위로 한 번씩 물건을 빼 트럭에 담아 가져다준다. 사업자마다 받는 시기가 다르다"며 유통 과정을 설명했다.

조 씨는 "벤터가 제시한 금액을 현금으로 선결제하면 물건이 배달된다. 매달 책정 금액은 다르지만 1톤 트럭 한 대 기준 1000만 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어떤 제품이 올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들어온 상품들을 검수하고 정리해 진열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아예 하루 동안은 가게 문을 열 수 없다"며 "물건이 들어오는 날짜가 비정기적이라 네이버 카페나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공지하고 있다. 입고된 상품은 3~4일 이내에 약 70%가 빠진다"고 전했다.

그는 그간 판매했던 상품 가운데 100만 원대 DSLR 카메라가 가장 고가 판매 상품이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자신의 매장 방문객 70~80%가 지역 주민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거나 카페를 보고 오는 경우로 나뉜다고 했다. 조 씨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상품 입고 상황 등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공유되며 상품 판매도 이루어진다. 현재 카페 회원은 약 1000명이다.

코스트코 회원인 30대 주부 A씨는 "'코스트코 반품샵'에 가느니 차라리 코스트코에 가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린 아들 2명을 데리고 교통비 들여가며 찾아가 사는 것에 비해 큰 이득은 없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면서도 "집에서 가깝다면 괜찮겠다. 정말 필요한 물건이 저렴하게 나왔다거나, 낱개 구매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집 앞 '코스트코 반품샵'에 평소 필요했던 물건이 들어왔다면 '100%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말이 있듯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마땅한 상품을 찾지 못할 수도 있을 듯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