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맛의 실체는?" 별난 초콜릿 4종을 먹어봤다

2015-12-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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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네티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초콜릿이 있다. 바로 김치초콜릿.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네티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초콜릿이 있다. 바로 김치초콜릿.

자주 보이는 이미지는 일본 방송화면 캡처다. 김치가 덩어리째 들어있는 초콜릿에 네티즌 다수가 경악했다.

대체 어떤 맛일까? 어디서 팔고 있을까? 직접 찾아 나서 봤다.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김치 초콜릿의 실체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김, 홍삼, 인삼 등 식품을 취급하는 대도상회가 김치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었다. 앞서 다른 상점을 방문했으나 “요즘 김치 초콜릿은 안 판다”는 주인 말에 낙심하고 돌아선 뒤였기에 무척이나 반가웠다.

득템! / 이하 위키트리

“있지요”라며 대도상회 직원 윤종호 씨가 김치 초콜릿을 건넸다. 배추김치와 총각김치가 그려져 있는 상자였다.

상점에는 김치 초콜릿 외에도 별난 제품이 많았다. 고추 초콜릿, 김 초콜릿, 막걸리 초콜릿, 홍삼 초콜릿, 밤 초콜릿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특이해 보이는 김치, 고추, 김, 막걸리 모두 4종을 사봤다. 한 박스당 5000원이었다.

초콜릿에 대해 윤 씨는 “중국사람, 일본사람, 가끔 미국사람도 사 간다. 더운 나라 사람 아니면 대부분 산다.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막걸리가 제일 잘 나간다”고 덧붙였다.

왜 김치 초콜릿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느냐는 물음에 그는 “도매상들이 김치 초콜릿을 잘 안 가져다가 판다. 안 나오는 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상자를 열어봤다. 가로세로 약 13×18cm 상자에 김치와 김 초콜릿은 8개, 고추와 막걸리 초콜릿은 12개가 들어 있었다.

김치 초콜릿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오이소박이, 나박김치, 배추김치, 파김치, 백김치 맛 등 다섯 종류였다. 김 초콜릿을 비롯한 나머지는 모두 한 종류씩 들어있다.

하나씩 먹어봤다.

1. 김치 초콜릿

김치 초콜릿은 상아색을 띠었다. 고춧가루처럼 보이는 붉은 점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배추김치, 파김치, 오이소박이, 나박김치, 백김치 모두 비슷했다.

첫맛은 밀크 초콜릿이었다. 이후 알싸한 매운맛이 감돌았고 고춧가루가 입에서 씹혔다. “단데 맵다. 중독성이 있을 것 같다”, “김치라면 가루를 살짝 뿌린 것 같다”, “입에서 김장 통 냄새가 난다”고 함께 먹어본 참여자들이 의견을 냈다.

김치 초콜릿 다섯 종류 맛은 모두 비슷했다.

원재료 성분에 따르면 김치초콜릿은 판초코 50%, 몰딩화이트 초코 49%에 김치 시즈닝 분말 0.42%와 고추분말이 들었다.

2. 고추 초콜릿

고추 초콜릿은 타원형으로 두툼했다. 아랫부분은 짙은 초콜릿이었고, 윗부분은 살짝 붉은 기가 감도는 하얀 초콜릿이었다. 사이사이 미세한 고춧가루가 박혀 있다.

입에 넣자마자 고춧가루 향이 확 올라왔다. 방앗간에서 갓 빻은 고춧가루 냄새였다. 입에서 녹을수록 점점 매워졌다. 시식에 참여한 한 남성은 입에 넣자마자 콜록콜록 기침하며 “캡사이신 왜 이리 많이 들어갔느냐”고 말했다.

고추 초콜릿에는 판 초콜릿 50%, 몰딩화이트초코 49%에 고추 분말이 1% 들어 있다.

3. 김 초콜릿

김 초콜릿은 판형 초콜릿에 김 한 장이 들었다. 초콜릿을 자르자 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초콜릿에 김 한 장을 함께 먹는 무난한 맛이었다. 김과 초콜릿이 섞이니 보리차 향이 나는 듯했다. 구수했다. 김 초콜릿은 “김이 심지어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김과 초콜릿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초콜릿에는 판초코 95%와 구운 김 5%가 들어 있다.

4. 막걸리 초콜릿

앞서 소개한 고추 초콜릿과 모양이 비슷하다. 타원형에 위아래로 통통하다. 아래는 흰 초콜릿이고 윗부분이 짙은 초콜릿이다.

알코올이 들어간 초콜릿은 아니다. 하지만 입에 넣자마자 ‘술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걸리 향이 아주 진했다. 시도했던 4가지 초콜릿 중 가장 맛있었다. “시중에 파는 위스키 초콜릿 같다”, “가장 상품가치가 있어 보인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맛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막걸리 초콜릿에는 판초코 50%, 몰딩화이트초코 48.5%에 막걸리향 1.5%가 들어 있다. 정확한 제품명은 막걸리 향 초콜릿이다.

총평

전체적으로 초콜릿을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별난 음식을 먹는 것 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 예상했던 것보다 참가자들은 거부감 없이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하지만 한 여성 참가자는 김치 초콜릿을 먹은 뒤 약 30분 후 "속이 알 수 없이 니글거린다"는 말을 전해 왔다.

한 남성 참가자는 "이건 한국의 맛을 잘못 알리는 제품"이라며 "기념품 가게에서 절대 팔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치 초콜릿을 구했다는 소식에 기대를 많이 했다는 그는 "전혀 전통적이지 않다"며 실망의 뜻을 내비쳤다.

시식 참가자들은 “질 좋은 초콜릿을 쓰면 더 맛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밸런타인데이에 먹는 문방구 표 초콜릿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먹어본 초콜릿 4종에 대해 제조업체 초코그라피푸드에 몇 가지 질문을 하려 했으나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제품에 쓰여 있는 연락처는 잘못된 번호였고, 과거 업체 관계자와 아는 사이였다는 전화 수신인은 그와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초코그라피푸드 연락처를 찾았으나 '더이상 없는 번호'였다.

곧 김치 조각이 들어간 초콜릿도 나온다

한국에 김치 초콜릿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2009년으로 보인다. 2009년 7월 김치 전문기업 한성식품이 신성장동력박람회에서 김치 초콜릿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동결건조김치에 초콜릿을 입혀 만든 제품이었다.

동결건조김치는 영하 40도로 급속 동결한 뒤 진공·건조시킨 김치다. 김치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지만 영양소는 고스란히 들어 있다고 한다.

2009년 한성식품은 김치 초콜릿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다. 업체 측은 22일 위키트리에 "동결건조김치로 초콜릿을 만들다 보니 가격 부담이 컸다. 시장조사로 가격을 내리는 부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쯤 나올 예정이며 초콜릿에는 동결건조된 김치 조각이 들어있다고 한다.

*사진, 영상 = 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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