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에 너무 관대해요" 한국의 동물은 웁니다

2016-01-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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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성북구에서 주인에게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해 다친 한 반려견 / 이하 뉴스

지난해 9월 서울 성북구에서 주인에게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해 다친 한 반려견 / 이하 뉴스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세계 여러 나라가 반려동물 학대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미미한 데다 정부 또한 동물보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콜롬비아는 지난 7일(현지시간) 동물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발효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동물은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동물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법안을 발효했다"고 밝혔다.

새 법안의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감정을 가진 생명체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정을 가진 존재에게 학대를 한 이에겐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도록 했다.

법안에 따르면 동물에게 학대행위를 했을 경우 1000~1만달러(한화 120만~1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학대행위로 동물이 상해를 입거나 죽으면 1~3년의 징역이나 1만2700달러(한화 1521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새로운 법에 따라 동물학대 관련 범죄 발생 시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의 권한도 한층 강화됐다. 동물학대 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은 즉각 사건에 개입해야 하고 현장에 학대를 당한 동물이 있다면 즉시 구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이나 사법부의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동물학대를 저지른 범죄자를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동물학대 처벌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FBI가 직접 동물학대 범죄를 관리하면서 동물 보호에 한층 더 힘을 쏟는 분위기다.

FBI는 이달부터 동물학대를 저지른 범죄자를 '반사회범죄'로 분류해 범죄자의 신상정보 등을 직접 관리한다. FBI는 이를 통해 동물학대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물학대도 '방치' '학대' '집단학대(투견 등)' '성적 학대' 등 4가지로 세분화해 집중 관리한다.

지난해 2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발견된 유기견 한 마리의 귀가 전 주인의 학대로 구멍이 나 있는 모습

이처럼 다른 나라는 동물학대 처벌 강화 및 관리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국민 대다수는 '동물학대자 처벌 강화'를 주장하지만 법과 행정 모두 국민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10월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과 동물복지를 위한 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92.9%가 찬성했다. 또 71.7%가 국내 동물보호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2013년 미국에선 투견도박을 벌인 관련자들이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영국도 동물학대 범죄에 엄격하다. 2014년 주인 없는 길고양이의 얼굴을 걷어차고 자신의 애완견에게 주먹질을 하는 등 동물을 학대한 16세 소년은 법원으로부터 18개월 소년원행과 함께 평생 동물을 소유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국내에서는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게 전부다. 국내 법은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물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경남 함안의 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투견 도박판을 급습해 도박장 개장자와 투견도박 모집자 등 29명을 긴급체포한 바 있다. 체포된 이들은 동물을 끔찍하게 학대했지만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게 고작이다.

19대 국회에선 동물보호 관련 56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단 11건만 통과했을 뿐 여전히 45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법뿐만 아니라 행정도 문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시대를 맞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동물보호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은 단 2명뿐이다. 지자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거의 모든 자치구에 동물과 관련한 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대부분 생활경제팀에 담당공무원 한두 명을 두어 유기동물 관리 등과 같은 업무만 맡기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대표 임순례)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의식은 나날이 발전하는 데 반해 법이나 행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동물학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은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를 막기 위한 예방 활동"이라며 "발전하는 시민의식에 맞춰 법과 행정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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