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아닌 방학…미수습자 끝까지 기다리겠다"

2016-01-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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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희생 학생들을 위한 겨울 방학식이 안산 단원고에서 열렸다 / 이하 연합뉴스(안산=연

10일 희생 학생들을 위한 겨울 방학식이 안산 단원고에서 열렸다 / 이하 연합뉴스

(안산=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김담비, 김도언, 박예슬…"

'담임선생님'이 학생들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를 때마다 왼쪽 가슴에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표를 단 시민과 유족 20∼30명이 "네"라는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10일 오후 4시 16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명예 3학년 교실.

시민모임 '세월호304잊지않을게'와 '리멤버0416'은 이날 오후 단원고 2학년(명예 3학년)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10개 교실에서 희생자 262명을 대신해 겨울방학식을 치렀다.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3반 담임이었던 고(故) 김초원 교사를 대신해 아버지 김성욱(54)씨가 이날 3반 담임을 맡았다.

김씨는 "초원이가 3반 학생들 모두 예쁘고 착하다며 집에서 학생들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며 "학생들이 공부도 잘해 아이들의 담임인 사실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학생들과 선생님이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히 지냈으면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겨울방학식에 참석한 시민과 유족들을 안아주고 있다

고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겨울방학식에 참석한 시민과 유족들을 안아주고 있다. 2016.1.10

김 교사의 제자였던 고 유예은 양을 대신해 방학식에 참석한 예은 양의 할머니는 김씨가 예은 양의 이름을 부르자 "예은이를 (우리에게) 보내주세요"라며 오열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당시 3반 학생 26명의 이름이 불리는 동안 교실 안은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5반 고 김민성군을 대신해 방학식에 참석했다는 한 시민은 "담임선생님이 민성 군 이름을 부를 때 씩씩하게 대답하려고 했지만 울컥해서 그러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직접 방학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방학식을 주최한 시민모임 한 관계자는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못한 4명의 친구와 2명의 선생님을 두고 다른 희생 학생들만 졸업할 수는 없다'는 뜻에서 (명예졸업식이 아닌) 이번 겨울방학식을 준비했다"며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고 진상 규명이 되는 날이 졸업하게 되는 날이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은 오는 12일 열린다.

416가족협의회는 학교 측이 계획했다가 취소한 희생 학생 명예졸업식에 대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만 먼저 졸업시킬 수 없다"며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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