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불 꺼지자 더듬던 '검은 손' 결국 쇠고랑

2016-01-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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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어두운 영화관에서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점을 노려

플리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어두운 영화관에서 얼굴이 잘 안 보이는 점을 노려 여성을 추행하고 달아난 4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A(24·여)씨는 지난해 1월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영화가 시작한 지 5분이 지났을 때 한 남성이 서두르며 다가와 A씨의 옆자리에 앉았다. 이 남성은 앉으면서 A씨가 바닥에 놔둔 팝콘을 발로 찼고 그 바람에 A씨가 이 남성을 유심히 보게 됐다.

영화가 시작되고 30분가량 지났을 때 이 남성은 팔걸이 아래로 손을 뻗어 A씨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남성의 이런 추행은 몇 차례 더 반복됐다.

A씨는 남성이 확실히 자신을 추행한다는 것을 느끼고 휴대전화를 들어 조작하면서 휴대전화 불빛으로 남성의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그 뒤 다시 다가오는 남성의 손을 피해 몸을 뒤로 움직이자 이 남성도 놀라면서 손을 거뒀다.

이어 A씨가 뒷자리로 이동해 친구에게 나가자고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이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A씨는 남성이 달아나려 한다고 생각해 재빨리 상영관을 나가 매표창구의 직원에게 인상착의와 피해상황을 얘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비슷한 인상착의 남성이 화장실에 들어간 것 같다는 직원들의 얘기를 듣고 화장실에서 윤모(44)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이 데려온 윤씨를 보고 자신을 추행한 남성이 맞다고 말했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윤씨는 수사기관에서는 물론 법정에서도 자신이 그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은 맞지만 A씨의 옆자리에 앉아 추행한 사실이 없으며 A씨가 어두운 곳에서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유일한 증거인 A씨의 진술이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피해자가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게 된 경위, 범인으로부터 추행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휴대전화 불빛으로 인상착의를 확인하는 과정, 그로 인해 기억하게 된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자연스럽게 진술하고 있다"며 윤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윤씨가 강간죄로 두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고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었던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윤씨는 항소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13일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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