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구스만-멕시코 여배우, '애정 듬뿍' 문자 주고받아

2016-01-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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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배우 숀 펜과 호아킨 구스만의 인터뷰를 중재한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 /

미국 배우 숀 펜과 호아킨 구스만의 인터뷰를 중재한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 / 이하 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멕시코 연방교도소를 탈옥한 지 6개월 만에 검거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과 TV 드라마에서 마약조직의 여두목 역할을 했던 멕시코 여배우가 '애정이 넘치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영화배우 숀 펜이 지난해 10월 은신하고 있던 구스만을 인터뷰하도록 중재한 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43)는 구스만에게 메시지를 보내 "직접 마주 보기를 열망했어요"라고 했고 구스만은 "내 친구 아름다운 그대여, 내 눈보다 당신을 더욱 보살피겠다고 약속하오"라고 화답했다고 멕시코 일간 밀레니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검거된 호아킨 구스만

둘의 메시지 왕래는 숀 펜이 구스만을 인터뷰하기 전으로 구스만이 작년 7월 탈옥한 지 2개월여 후에 이뤄졌고, 구스만은 3개의 다른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나 정보 당국에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밀레니오는 전했다.

델 카스티요는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언젠가 우리가 대화하게 되면 저에 대해 알게 될거에요. 배우이자 공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당신이 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멕시코 전통 술 테킬라의 브랜드를 보유한 델 카스티요는 "저의 테킬라를 가져가서 당신과 함께 마시고 싶어요. 꼭 해보고 싶었던 거였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라 레이나 델 수르'(남부의 여왕)에 출연했던 델 카스티요는 2012년 1월 트위터에서 "진실을 숨기는 정부보다 '엘 차포'(키가 작다는 뜻의 구스만 별명)를 더 믿는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델 카스티요는 당시 "병을 고치는 방법이나 거리 어린이들을 위한 음식, 노인들을 위한 술 같은 것 등 좋은 것들을 팔면 어떨가. 또 노예가 되는 여성이나 어린이들 말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밀매하는 것 말야"라면서 "당신은 영웅 중의 영웅이 될 거야. 자 사랑을 몰래 팔아보자고. 어떻게 하는지 알잖아"라며 구스만의 범죄 행위를 두둔하기도 했다.

구스만으로부터 함께 전기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델 카스티요는 숀 펜과 인터뷰가 끝난 뒤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서 "당신을 만나고 나서부터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어요"라며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떨지 흥분돼요. 제가 정말 생각해오던 것이었거던요"라는 메시지를 또 보냈다.

구스만은 "우리 이야기보다 당신이 더 나를 설레게 한다"며 카스티요가 작년 10월23일 생일을 맞자 축하를 하면서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의 한 관리는 "구스만은 델 카스티요에게 아마도 푹 빠졌던 거 같다"고 했다.

2012년 1월 호아킨 구스만을 옹오하는 트위터 글을 올린 직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된 케이트 델 카스티요의 사진

자신이 이끄는 마약조직인 '시날로아'의 본거지인 시날로아 주 산악 지역에 숨어 있던 구스만이 해변 도시인 로스 모치스로 내려온 것은 군의 포위망에 좁혀져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델 카스티요를 다시 만나려는 이유가 더 컸을 것이라고 이 관리는 추측했다.

구스만에게 애정을 느끼게 한 델 카스티요가 로스 모치스에서 구스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멕시코 당국이 파악한 '구스만의 여자'는 4명이고, 이들과의 사이에 8명 안팎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구스만으로부터 납치를 당했던 그의 첫 번째 여자는 아이들과 함께 구스만의 고향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델 카스티요와 숀 펜이 구스만을 인터뷰한 것과 관련해 멕시코 검찰은 위법 여부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어 이들이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구스만은 지난해 7월 탈옥한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연방교도소에 재수감됐다.

당시 알티플라노의 교도관들은 구스만으로부터 매수돼 수감자의 독방을 일정한 주기로 바꿔야하는 규정을 어겨 그가 탈옥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지난 8일 다시 잡힌 구스만의 독방은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알티플라노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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